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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잘 나가던 중국 고급 식당들이 '고객'이 확 줄면서 문을 닫거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조선일보는 2024년 8월 30일 <미슐랭 ★식당도 '반값 메뉴'... 中 식당가 폭망 중>이라는 보도를 통해 중국 경제가 소비 침체 속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식당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저가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소비자는 '영원한 왕(王)'의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매겨지는 모든 상품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조리 이 법칙이 통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비싸면 무조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합니다. 따라서 가격을 붙인 사업자는 따지고 또 따져서 소비자의 선택 범위 안에 들 수 있는 '상품 값'을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중국 식당가가 폭망 중이라는 이 기사를 읽으며 한국 골프장의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유명 식당들은 경제가 활황기에 있었을 땐 밀려드는 고객을 다 받아들이지 못해 애를 먹을 정도였겠죠. 그러나 지금 중국은 심각한 경제 불황기에 접어든 상황으로 급변했습니다. 중국에서 유일한 미슐랭 가이드 최고 등급 별 셋을 받은 중식당 '신룽지(新榮記)' 베이징 금융가 지점은 늘 손님들로 북적였으나 최근엔 홀에 놓은 테이블의 절반 가량이 비어있었답니다. 이 때문에 신룽지의 1인당 권장 소비액은 1,000 위안(19만 원) 정도였지만 손님이 격감하자 최근엔 398위안(7만 원) 짜리 할인세트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신룽지는 아직 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인 케이스입니다. 베이징에서 처음 '미슐랭 별'을 받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페라 밤바나는 매일 저녁 테이블 3분의 2가 비어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지난 4월 결국 개업 11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2014년 마카오 자본이 설립한 티아고그룹 산하의 미슐랭 식당 모덩타이 등 6곳도 같은 달 일제히 문을 닫았고, 상하이 관광 명소 와이탄의 미슐랭 식당 '라틀리에 18'도 2024년 8월에 문을 닫았다고 해요. 중국 소비의 바로메타 격인 요식업계 매출은 최악입니다. 베이징 통계국에 따르면 베이징 요식 업계의 2024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8%나 감소했고 순이익률은 0.37%에 그친다고 합니다.
일반 식당의 경우 5~10%의 이윤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이처럼 순이익률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은 줄도산 위기에 몰렸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중국에서 폐업한 식당 수는 105만 6,000여 곳으로 2022년에 비해 4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월급 삭감, 해고 광풍 등이 휘몰아치면서 중·장년층이 섣불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생각을 못할 형편에 이르자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2024년도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로 예상치(5.1%)에 크게 못 미치고, 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은 16~24세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실업률이 6월 13.2%에서 7월 17.1%로 급증하는 등 중국 경제가 내수와 소비 등 주요 지표에서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졌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식당가와 한국 골프장을 견주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식당가들이 줄도산하고 가격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골프장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고객이 몰려들자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대 등을 마구 올렸습니다. 수도권 골프장에서 주말 라운드를 한 번 하려면 1인당 50만~100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한때 주말 그린피가 50만 원을 넘는 골프장도 생겼습니다. 수도권의 C 골프장은 2024년 10월 1일부터 캐디피를 16만 원에서 또 1만 원 올려 17만 원을 받는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이 골프장이 17만 원으로 올린 것을 계기로 캐디피 17만 원짜리 골프장이 우수수 생길 것 같습니다. '리무진 카트'라는 이유로 카트비를 팀당 20만 원씩이나 받는 골프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 사정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수년째 성장률이 정체되어 있고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SK, 신세계, 롯데 등은 임직원들에게 법인카드 사용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골프장들은 아직은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 골프장들도 계속 그린피나 카트비, 캐디피 등을 올리는 배짱을 부립니다. 배짱의 근원지, 즉 믿는 구석이 뭘까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가격이 결정되지만, 수요의 주체인 '고객'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에 비해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건임에도 한국 골프장들은 계속 비용을 올려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골프장 고객인 골퍼들도 당연히 '영원한 왕(王)'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비싼 골프 비용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지만 골프장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골퍼들이 '특수한 성격'을 띤 고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은 한 번 가고 말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고 또 가야 하는 운동, 즉 일종의 중독된 환자처럼 또 찾을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약점이 없다면 문을 닫은 한국 골프장들이 줄을 이었을겁니다. 견디다 못한 골퍼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저렴한 해외 골프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동남아로, 일본 등지로 쏟아져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의 공통된 반응은 그린피도 싸지만 카트비, 캐디피 부담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 골프장들은 카트비와 캐디피를 또 올리고 있습니다. '영원한 왕',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죠. 골프장들의 이런 행태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됩니다. 어떤 사업체든 '상품 가격'을 기준으로 경영 전략을 짜게 되어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그 수준에 맞춰 경영 전략을 짤 수밖에 없습니다. 고비용을 견디지 못한 골퍼들이 골프장을 속속 떠나고 있습니다. 결국 골프장들은 언젠가는 경영전략을 '혹독하게' 수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내장객수가 급감하자 제주지역 골프장들은 세금 낼 형편이 안되어서 체납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우성을 치더니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지원책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제주지역 골프장들은 왜 고객이 '영원한 왕'인지 절실히 깨달았을 겁니다.
경남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9월 초순 그린피를 1만원 내린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평일 그린피 9만~12만 원, 주말 그린피 15만~16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폭염으로 인해 잔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코스의 그린피를 추가로 1만 원 더 내린다는 겁니다. 잔디 컨디션을 핑계로 내세웠지만 그린피를 추가로 내린 이유는 추정컨대 고객이 확 줄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골프장의 잔여 팀은 주말 20여 팀, 평일 10~90팀일 정도로 한산합니다. 이 골프장뿐만 아닙니다. 경북의 한 퍼블릭 골프장도 9월 초 평일 잔여팀이 무려 100팀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상당수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낮추고 있지만 이처럼 잔여팀이 넘쳐납니다. 이유는 카트비와 캐디피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가 흥청일 때 중국 식당가도 흥청거렸습니다. 중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미슐랭 가이드 최고 등급을 받은 고급 식당들도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유는 형편이 나빠진 고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골프 인구는 무려 600만 명입니다. 골프장 수에 비해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수요가 넘치는 편입니다. 그런다고 골프장들이 자꾸 비용을 올려댄다면 이는 기름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우를 범하는 꼴입니다. 소비자는 냉정하고, 시장은 냉혹합니다. 한국 골퍼들의 지갑도 경제가 막히면 닫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골프장 업주들은 꼭 유념해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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