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이야기

'水上 골프 연습장'을 아시나요? <72>

by 마우대 2023. 6. 19.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기흥호수공원변에 있는 기흥수상골프연습장.

 

-'골프 8 학군' 용인엔 신기한 水上골프연습장 성업 중

-수면 위로 날아간 볼 "뾰옥~" 소리 내며 물속으로 쏙

 

-가슴 울렁거리는 신기한 첫 경험... 기발한 아이디어

-드넓은 호수 바라보며 샷 연습하면서 '힐링' 만끽도

 

-신나게 치다 보니 '80분 연습시간' 금세 끝난 것 같아

-물에 붕붕 떠는 볼...'수거 보트'를 타깃 삼아 샷 날려

 

-다양한 시설 갖추고 있어 고객들 끊임없이 밀려들어  

-지역 정치권  "둘레길 막는다" 시설 폐쇄 요구 이어져

 

"뾰옥~, 츄릅!"
"뾰옥~, 츄릅!"


잔잔한 수면 위로 날아간 하얀 골프 볼이 백스핀이 잔뜩 걸린 채 물속으로 파고들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기흥호수공원(器興湖水公園)에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무엇'이 있습니다. 바로 수상(水上) 골프연습장입니다. 탁 트인 기흥호수를 바라보며 골퍼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맘껏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휘두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최근에 골프 8 학군으로 불리는 용인에 들렀다가 수상골프연습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소문대로 기흥수상골프연습장엔 많은 골퍼들이 물 위에 설치된 50,100,150,200m 거리 부표를 타깃으로 삼고 샷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실외골프연습장은 지면이나 그물망을 바닥으로 삼고 연습을 하는데 비해 이 연습장은 호숫가에 설치된 타석에서 수면 위로 볼을 날려 보냅니다. 수면이 바닥인 셈이지요. 타석에서 샷을 하는 내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물 위로 골프 볼을 붕붕 날리는 연습장을 짓겠다는 아이디어, 정말 기발하지 않습니까? 하도 신기해서 저는 용인에서 체류하면서 사흘이나 이 연습장을 드나들었습니다.
 

 

기흥수상골프연습장의 야외 타석(상좌). 기흥호수 맞은편에서 바라본 수상골프연습장 전경(상우). 야외타석에서 바라본 기흥호수공원의 전경(하).

 

 
이 연습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골프 연습뿐만이 아니라 호수를 바라보면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목적도 있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흥수상골프연습장에 가는 목적을 70%는 골프 연습, 30%는 힐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직접 체험해 보니 그 블로거의 언급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이 물 위로 붕붕 날아가서 물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계속 보면서 샷을 하고 있노라면 2만 원을 주고 끊은 연습시간 80분이 금세 끝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이 연습장은 매일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23시에 영업을 끝냅니다. 아침에는 안갯속에 피어오르는 햇살을 느끼며, 낮에는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비상(飛翔)을 감상하고, 밤에는 주변 아파트와 상가에서 불거져 나온 휘황찬란한 전깃불과 네온사인 불빛이 호수면에 비추면서 연출한 멋진 야경을 즐기며 샷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200여 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는 고객들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옵니다. A동과 B동 2개 동 건물에 3층까지 타석이 있고, 골프용품숍, 트랙맨, 식당, 로커룸, 퍼팅장, 샤워장, 어프로치 연습장 등이 두루 갖춰져 있습니다.
 

기흥수상골프연습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본 샷 모습들.

 
이 연습장은 허가를 받은 구역에 대해서는 부표 울타리를 설치, 볼이 연습장 수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막아놓았습니다. 연습장 볼은 또 물에 둥둥 뜹니다. 고객이 많이 몰릴 땐 연습장 수역은 순식간에 하얀 연습볼로 뒤덮입니다. 그물망을 잔뜩 뒤집어쓴 보트가 수시로 수역을 돌아다니며 볼을 수거합니다. 보트가 발진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움직이는 보트가 '움직이는 타깃'이 되는 겁니다. 보트가 가는 방향으로 우수수 연습볼 탄착지점이 형성됩니다. 저도 보트를 추적하며 샷을 해봤는데, 의외로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수면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엔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프런트 여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직원은 "겨울에는 담당 직원이 새벽부터 나와 (연습장 수역의) 얼음을 깨고 치워서 볼이 물에 빠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서 영업을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영하 10도, 20도의 혹한과 삭풍 속에서 얼음을 수시로 깨야하는 담당직원의 고충이 느껴지시죠? 어쨌거나 이 수상골프연습장이 엄동설한의 강추위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돈의 위력' 아닐까요?
 

기흥수상골프연습장 건물 입구 좌측편에 마련되어 있는 어프로치 연습장(좌).  연습장 부표에 앉아있는 민물가마우지들이 호시탐탐 물속 고기를 노리고 있다(우).

 
수상골프연습장이 있는 기흥호수공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호수공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57년 착공, 1964년에 조성된 시설이지만 주변이 도시화됨에 따라 친수녹지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용인시는 시민들을 위해 2007년부터 기흥저수지(총 저수량 1,165만 9,000t, 만수면적 2.31㎢) 주변 하갈동, 공세동, 고매동 일대 261만㎡ 부지에 기흥호수공원조성 사업을 추진, 2013년 1차 조성사업을 마치고 개장하였습니다.

신갈저수지 또는 신갈지로도 불리는 이 호수는 용인 이동저수지, 안성 고삼저수지와 함께 경기도 3대 저수지로 꼽힌다고 합니다. 국제규모의 조정대회 개최가 가능한 용인조정경기장, 산책로, 총 2.9㎞에 이르는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 2,400㎡ 규모의 생태학습장에는 야생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호수 주변에는 집채높이까지 자란 수양버들과 수초가 많아 왜가리 백로 민물가마우지 등 조류가 날아들고 다양한 물고기도 서식하고 있는데, 낚시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국내 으뜸 수준의 반려동물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2023년 5월 30일 골프존카운티 안성H에서 열린 아시아골프연맹(ASIAGA) 주최 대회에서 만난 협회 관계자들(좌). 대회에 참석한 필자가 첫 티샷을 하고 있다(우)

 
경기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수상골프연습장의 존치 여부를 놓고 연습장 사용 허가권과 관리책임이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와 용인지역 광역·기초의원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정치권은 수상골프연습장이 기흥호수 둘레길 일부를 가로막아 주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며 시설 폐쇄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주)기흥수상골프는 2014년 9월부터 연간 일정액의 임대료를 한국농어촌공사에 내고 토지와 수면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5월 30일 아시아골프연맹(ASIAGA)이 주최하는 대회를 앞두고 27,28,29일 3일 연속 이 연습장을 갔었는데, 이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너무 많은 샷 연습을  한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연결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면서 맘껏 샷을 하다 보니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나 봅니다. 그런 상태로 30일 시합에 나섰으니 결과에 대해서는 골프의 속성을 아시는 분들은 눈치챘을 것입니다.  라운드를 앞둔 분들이 수상골프연습장에서 너무 많은 연습을 하면 어깨 등에 힘이 바짝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상골프연습장에서의 샷을 해본 첫 경험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