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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제주도 골프' 고비용에 또 휘청 <73>

by 마우대 2023. 6. 22.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한라산cc 전경.

 

-"10여 년 전만 해도 제주는 '골프의 천국'이었는데..."

-코로나 특수 노려 골프 비용 급등하자 골퍼들 외면

 

-'제주도민 혜택' 없어지고 부킹난에 현지인도 불만

-고객 폭증하자 폭리에 매몰, 회원권 강제 회수까지

 

-"골프비 등 모든 물가 너무 올라 제주 가기 싫어져" 

-엔데믹 선언으로 3년 4개월간의 코로나 특수 증발

 

-가깝고 가성비 좋은 일본 골프장들 한국인이 점령 

-절제의 정신 발휘, '골프 천국 제주' 지위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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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육지에 거주하는 골퍼라면 늘 제주도를 그리워했습니다. 깨끗한 공기, 이국적인 풍경에다 캔터키 블루그래스와 벤트그래스 등 사계절(한지형) 잔디로 뒤덮인 파란 페어웨이와 그린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고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육지 골퍼'들을 유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그린피였습니다. 그래서 육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계절 잔디에서 저렴한 골퍼를 즐기고 싶으면 주저 없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육지 골퍼들은 제주에 거주하는 골퍼들을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육지에서는 그린피도 비싸지만 늘 부킹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절친에게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몇 마디가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비 몇 방울만 떨어져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골프장에 가기를 거부한다. 오전에 비가 오다 오후에 날씨가 개면 바로 골프장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아지면 여러 골프장에서 카트비 포함해서 5만~7만 원대에 골프를 치러 오라는 문자를 많이 받는다."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 골퍼들에겐 깨끗한 공기, 사계절 푸른 잔디와 저렴한 골프비용 때문에 제주 골프장은 언제라도 달려가고픈 로망이었다.

 
이런 호사는 육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주 도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다 합쳐서 10만 원선이면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제주 도민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와 자주 제주를 찾기 위해 500만 원짜리 주중 회원권 2개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안내를 받아 1,300여만 원을 들여 한라산 중턱에 있는 골프텔 회원권을 구입했습니다. 주중 회원권을 제시하면 동반자를 포함해서 그린피가 5만~7만 원 선이었습니다. 또 골프텔 회원권을 구입하니 해당 골프장 회원 자격까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2019년 말 발병한 코로나 19가 제주도의 골프 환경을 완전히 바꿔 버렸습니다. 600만 명에 육박한 골퍼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발이 꽁꽁 묶이면서 국내 골프장들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코로나 大호재'를 만난 것입니다. 고객이 없어 온갖 '할인 작전'을 쓰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제주 골프장들도 '슈퍼갑'으로 바뀌면서 골프비용을 마구 올렸습니다. 저는 골프장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계약기간 10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주중회원권을 회수당했습니다. 버텼지만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 골프장들도 코로나 19가 덮치자 폭리갑질 행태로 돌변, 골퍼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32개 골프장 내장객 수가 2023년들어 1분기동안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 15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계약기간이 도래했다는 이유로 골프장이 회원권을 강제로 회수한 사례는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절친도 제주 골프장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자 당일 부킹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니 한 달 전 부킹으로 바뀌었고,  '제주도민 혜택'을 싹 없앤 그린피도 엄청나게 올려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는 것입니다. 육지 골퍼들이 몰려들면서 '부킹 전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제주 사람들도 라운드 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직전까지 경영난에 허덕이던 제주 골프장들이 몰려드는 고객 덕분에 생기를 되찾은데 이어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 식의 '고비용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제주 원정 골프를 즐긴 육지 골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는 더 이상 '골프 천국'이 아니다. 골프장 갑질이 심해졌다. 골프 치고 먹고 자고 하는데 모든 비용이 너무 올라 다시는 제주에 가기 싫어졌다. 제주 골프장들은 육지 골퍼들을 고객이 아니라 호구나 봉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
 

'코로나19 특수'에 매몰된 제주는 더 이상 골프 천국이 아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하고, 잘 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 골프장들도 '코로나 특수'가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망하느냐, 살아남느냐의 기로에 서서 숨을 헐떡이던 제주 골프장들이 코로나가 불쑥 던져준 '특수의 유혹'에 홀라당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과 유튜버, 블로거들이 국내 골프장들의 '탐욕 행태'에 대해 계속 경고했지만 골프장들의 '폭주'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금을 적게 내는 대중제 골프장들의 폭리 행태는 심각해졌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코로나 특수'. 그러나 코로나 발병 3년 4개월여 만에 이뤄진 '코로나 엔데믹 선언'을 계기로 안개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간 숱하게 지적했던 제주 골프장부터, 시골지역 골프장부터 '코로나 특수의 증발'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주 골프장, 시골 골프장들은 이젠 다시 생존을 하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할 것입니다. 비싸면 고객은 외면합니다. 코로나땐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제주 골프장, 시골 골프장을 찾았지만 이젠 맘 놓고 해외로 나가 값싼 골프를 즐깁니다. 대체재를 찾아 나선 겁니다.
 

제주를 찾는 또다른 즐거움 중에 하나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난대성 식생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체재가 일본 골프장이고 동남아 국가 골프장입니다. 특히 일본 골프장은 한국 골프장들의 강력한 경쟁 대상으로 부상했습니다. 비행기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시설과 서비스가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라운드 한번 하려면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 포함해서 30만~100만 원 가까이 들지만 일본 골프장은 항공료 숙박비까지 포함해서 10만~15만 원선이면 가능하니까 너도 나도 다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10여 년 전만 해도 골프 하면 제주를 떠 올렸지만 지금은 일본 골프장을 먼저 떠 올립니다. 너무 비싸져 버린 제주 골프장이 머릿속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일 년에 4~6번은 제주를 찾았지만 코로나 기간엔 1~2번 정도로 줄었습니다. 처음엔 항공권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 그리곤 부킹이 어려워져서, 지금은 너무 비싸서 제주행이 부담스러워진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보니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을 계기로 많은 한국인 골퍼들이 저렴하면서도 서비스가 좋은 일본 골프장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일본 골프장이 제주 골프장을 제압한 대체재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저는 일본에서 라운드를 하면서 큰 위기를 감지했습니다. 제주를 포함한 모든 한국 골프장들의 '초비용 폭리갑질 행태'를 시급히 중단하지 않는 한 한국 골퍼들의 일본행 행렬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2023년 6월 6일 자 매일경제의 보도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그린피 거품에 질린 골퍼들 "GO 재팬"> 제하의 보도를 보면 한국 골퍼들은 이미 '일본 GO, GO! 대열'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운드 비용이 한국의 절반인 홋카이도와 규슈지역 골프장마다 한국인이 점령,  '풀부킹 사태'가 벌어졌다는 겁니다.

반면 제주는 올 들어 1분기에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만 명이나 줄었다고 합니다. 제주도내 32개 골프장에서 1분기에만 15만 명이 줄었다? 이 현상이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분기에 15만 명씩, 4분기면 무려 60만 명이나 줄어듭니다. 거의 폭망 수준입니다. '코로나 특수 잔치'에 취한 채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는데도 '한 달 전 부킹'을 고수할 수 있을까요? 캐디를 놀려야 하는데도 제주도민 혜택을 계속 거부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 기간 더 절제의 정신을 발휘, '골프 천국 제주'의 이미지를 꼭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제주는 가족들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였으나 코로나 이후 숙박비, 식대 등 모든 비용이 크게 뛰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젠 사라져 버린 '골프 천국' 제주가 그립습니다. 골프 하면 떠올렸던 그 제주가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