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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의 기원과 '생각하는 인간' <20>

by 마우대 2023. 3. 8.

초원에서 '재미'로 시작한 골프 

오늘날의 골프장은 골프코스 설계자가 특정 지역의 지형을 살펴본 뒤 18홀 코스별 설계도를 그리고 이 설계도를 기반으로 장비나 인력을 투입, 각종 공사를 거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를 위해서는 페어웨이뿐만 아니라 모래가 있는 벙커도 있어야 하지만 옷을 갈아입고 샤워 시설을 갖춘 클럽하우스와 골프채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카트 도로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정형화되고 체계적으로 조성된 시설 속에서 골프를 한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시작한 '놀이'가 골프라는 운동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운동은 자꾸 해보니 '재미'가 있었고, 그 재미 때문에 이 마을에서 저 마을 사람들로, 이 지역에서 저 지역 사람들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 사람들로 자꾸 확산되었던 것이죠.

재미로 그냥 끝나는 놀이는 놀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놀이를 하면서 누가 더 놀이를 잘하느냐 가려내는 승부를 결정 지으려면  '놀이 법칙'이 필요합니다. 골프도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는 놀이에 그쳤겠지만 동참자가 늘어나고 승부를 가려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놀이법칙인 '골프규칙'이 생겨난 것입니다.  

 

골프의 기원설은 다양하다. 스코틀랜드 지방 초원에서 양치기들이 작대기로 돌멩이를 쳐서 구멍에 넣었다는 스코틀랜드 기원설, 네덜란드 기원설, 아시아 기원설 등이 있다. 사진은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주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 출처 : 픽사베이)

 

'초원에서의 놀이'... 골프 기원설 다양

골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으로 꼽히는 게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 '스코틀랜드 기원설'입니다. 골프라는 말은 '치다'를 뜻하는 스코틀랜드의 옛말 '고프(Gouft)'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 해안지방에는 초원이 많은데, 양치기들이 심심하던 차에 막대기로 돌멩이를 툭툭 쳐서 초원에 있는 토끼굴에 넣었던 것이 골프의 시작이었답니다. 왜 지금도 골프경기가 푸른 초원, 풀밭형태의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지를 알게 하는 대목입니다. 또 로마제국이 스코틀랜드를 정복했을 때 군인들이 골프와 비슷한 놀이를 한 것이 스코틀랜드에 남아 골프가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 다음은 네덜란드 기원설입니다. 15세기 이전에 그려진 네덜란드 그림에 골프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얼음 위에서 끝이 굽은 작대기로 공을 치며 노는 장면이 벽화에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네덜란드 기원설의 단초입니다. 이 놀이를 네덜란드에서는 '콜벤(Kolven)'이라 불렀고, 작대기를 '콜프(Kolf)'라고 불렀답니다.

아시아 기원설도 있습니다. 중국의 '츠이완'이라 불렸던 운동이 골프의 시초라는 겁니다. 원나라 때 그려진 '추환도 벽화'를 보면 네 사람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골프를 치는 것과 흡사하다는 거지요. 이처럼 여러 가지 골프 기원설이 있는데, 딱 어느 것을 확실한 기원이라고 단정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15세기에 골프가 시작되었다고 볼 때 올해가 2023년이니까 골프 역사는 무려 500년을 훨씬 넘긴 셈이 됩니다.

경기규칙 제정이 '스포츠化'의 본질 

그러나 저는 스포츠를 바라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경기규칙인 '룰(Rule) 제정' 부분이라고 봅니다. 똑같은 운동이라도 룰이 어떤 방향으로 제정되느냐에 따라 경기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경기든지 경기 규칙이 제정됨으로써 스포츠가 될 수 있습니다. 룰 없는 놀이는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골프 규칙은 인간의 모든 상상력이 동원되어 골프를 스포츠화한 결정체이다. '생각하는 존재' 인간은 골프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골프규칙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가령 탁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탁구가 실내 테이블 위가 아닌 야외 땅바닥에서 하는 경기로 룰이 정해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탁구공 무게는 2.7g, 공 지름은 40㎜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공을 '땅바닥 경기장'에서 튕기고 상대코트에 때려 넣어 승부를 내려면 신발, 라켓 등 경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키가 작은 선수보다 배구 선수나 농구 선수처럼 키가 190㎝ 이상의 장신 선수가 유리할 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모든 상상력' 동원된 골프

저는 골프 규칙을 접할 때마다 경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수십만 평이나 되는 넓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려면 공 크기가 축구공보다 더 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골프규칙에는 골프공 크기를 직경은 42.67㎜보다 작지 않아야 하고 골프공 무게는 45.93g보다 무겁지 않아야 하는, 소위 큰 밤톨만 한 것을 사용하도록 규정해 버린 겁니다. 그 넓은 경기장에서 승부를 가르는 목표물(타깃)도 그린 위의 손바닥보다 작은 108㎜의 홀컵에 넣어야만 됩니다.

수십만 평이나 되는 넓은 경기장에서 밤톨만 한 공을 주먹만 한 홀컵에 집어넣도록 정한 규칙 때문에 골퍼들을 한숨짓거나 후회하게 만들고 때론 환호성을 지르게 합니다. 자신과 처절한 싸움을 하게 만들고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연습장에 가서 끊임없는 반복 동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골프는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이 동원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골프 룰 하나가 바뀌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이 골퍼들은 그 룰에 적응하기 위해 또 발버둥 칠 것입니다. 그만큼 룰은 모든 스포츠의 핵심입니다.

골프는 바로 이 룰 때문에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골프는 그 '생각하는 존재 인간'이 만들어낸 운동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당하도록 만들어 놓은 게 골프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기 좋아하는 인간은 생각으로 버무려놓은' 골프에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생각하는 존재, 인간은 끊임없이 더 생각해서 또 새로운 골프규칙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규칙은 당연히 골프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것이고요.

"위대한 인간, 더 위대한 골프!"

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28년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골프의 매력은 자꾸만 커져갑니다. 그래서 골프와의 인연은 평생 이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저는 골프를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존재 위대한 인간, 더 위대한 골프!"

오늘은 골프 기원과 생각하는 인간의 위대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