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치면 심심하기 짝이 없는 경기가 골프
골프도 승부를 다투는 경기입니다. 투어프로가 엄청난 상금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는 것처럼 아마추어 골퍼들도 뭔가를 걸고 승부를 겨루는 '내기 골프'를 합니다. '내기를 해서 뭔가 따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경기가 골프인 것입니다. "골프가 내기의 경기라고요? '멋지게' 차려입고, 푸른 필드에서 '멋있게' 볼을 쳐서 그린에 올린 뒤, '멋있는' 버디나 파를 잡아내는, '여유 있고 멋스럽게' 펼치는 경기가 아닙니까? 무슨 내기를 하죠?" 골프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내기를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초보 골퍼에게 내기를 제안하면 당황스러워합니다. 실제로 상당한 실력을 가진 골퍼들 중에도 내기를 딱 거부하는 분들도 있긴 있습니다.
왜 골프를 치면서 내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인간은 무엇인가를 걸고 승부하기 좋아하는 기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골프는 한 경기를 소화하려면 4시간에서 심지어 6시간 정도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승부의 존재'들이 그런 긴 시간 밋밋하게 볼만 친다? 당연히 심심해서 배겨내지 못하지요. 그래서 뭔가 거는 겁니다. 돈을 걸든지, 상품을 걸든, 식사를 걸든지 뭔가를 걸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내기를 해야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경기 중에는 홀별 승부 결과를 놓고 내가 잘했니, 네가 잘했니 등등 대화의 소재가 됩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승부를 결정지은 '멋진 샷'이나 '실수한 샷' 등을 놓고 웃고 떠들며 대화의 소재로 삼습니다.
공식대회는 스트로크·매치 플레이로 승부
우선 공식대회에서 적용되는 골프의 경기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골프 경기는 규칙에 따라 연속적인 스트로크로 볼을 쳐서 홀에 넣을 때까지 플레이 함으로써 이뤄집니다. 경기는 18홀 전 홀의 타수를 따진 뒤 승부를 결정짓는 스트로크 플레이(stroke play)와 18홀 홀별 승부를 계산해 많은 홀을 이긴 선수가 승리하는 매치 플레이(match play)로 구분합니다.
대부분의 공식대회에서 채택되는 스트로크 플레이는 많은 인원이 참가해도 단시일에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기 결과 1위의 점수가 같을 경우 대회 규칙에 따라 한 홀씩 승부가 날 때까지 연장전을 펼치거나 백 카운트(back count)로 이미 경기를 끝낸 전 홀의 스코어, 또는 연상의 경기자나 핸디캡이 적은 사람, 최초 9홀의 스코어가 좋은 선수를 우승자로 가립니다.
매치플레이는 홀마다 승자를 결정하고 18홀 경기를 끝낸다음 이긴 홀 수가 많은 선수를 우승자로 가립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회는 스트로크 플레이의 추세로 가고 있지만 근대골프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매치 플레이로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두 선수가 1대 1로 경기를 펼치는데 1홀을 이기면 1 업(up), 지면 1 다운(down), 무승부면 하프(half)로 부르며 승부가 같은 수일 경우 올 스퀘어(all square)로 부릅니다.
스트로크 플레이나 매치 플레이가 개인 경기라면 팀별 경기방법으로는 포섬 매치(foursome match)와 포볼 매치(four-ball match)가 있습니다. 포섬 매치는 각 팀당 2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볼 한 개를 번갈아 쳐 타수 결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방식입니다. 한 선수의 실수가 다음에 칠 선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 선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포볼 매치는 2명이 한 조를 이룬 두 조, 즉 4명의 선수가 각자의 공으로 티오프해서 경기를 계속하되 매 홀별로 각 조의 적은 쪽 점수, 즉 베스트 볼을 그 홀을 점수로 매겨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를 말합니다.
아마추어 골퍼 '내기'로 긴장감 즐겨
그렇다면 아마추어 골퍼는 어떤 내기를 할까요? 한 타에 얼마씩을 걸거나 플레이어 각자가 낸 일정 금액으로 상금을 만든 뒤 스크로크 플레이 결과에 따라 승자가 상금을 많이 가지는 식으로 경기를 펼칩니다. 내기 골프를 하게 되면 각 플레이어들은 경기에 집중하게 되지요. 내기 없이 그냥 밋밋하게 칠 때와 돈을 걸고 내기골프를 할 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간 특유의 승부 근성이 작동하면서 한 샷 한 샷 신중해지면서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고 긴장감도 팽팽해집니다. 많은 골퍼들은 집중하고 긴장을 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내기 골프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말 골퍼들은 경기에서 딴 돈을 지갑에 넣어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딴 돈은 가져가지 않고 캐디피나 식사비용 등 그날의 경비에 보태집니다. '내기 골프에서 딴 돈을 집에 가져가면 3년 재수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경기를 신중하게,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 돈을 딸 목적으로 내기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내기는 부담 없이 즐기는 수준이어야
그런데 내기를 하더라도 '돈을 거는 수준'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즐길 수준이어야 하는데 1타당 5만 원, 10만 원 등으로 판을 키우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어떤 플레이어는 순식간에 수십만 원, 심지어는 수백만 원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게임 분위기는 긴장을 넘어서 살벌해질 수밖에 없게 되겠죠? 전문적인 '도박 골프단'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자들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승자를 가르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무조건 잘 친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추첨하는 식으로 같은 편임을 표시한 작대기를 뽑아서 돈을 따는 '뽑아먹기(일명 뽑기) 게임', 침략자 후세인 1인을 내세우고 나머지 3명이 연합군이 되어서 승부를 겨루는 '후세인 게임', 버디를 한 플레이어가 따놓은 상금까지 모조리 가져가 버리는 '조폭 게임' 등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게임방법은 무수히 많고 계속 새로운 게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골프 게임이 하나같이 모든 플레이어가 즐겁고 웃을 수 있는 촉진제이자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세계 몇몇 민족만이 다룰 수 있는 반도체 시장을 석권해 버린 우수한 민족입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골프 게임을 설계해 즐기고 있는 것만 봐도 한국인의 두뇌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증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주말 골퍼들이 즐기고 있는 내기 골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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