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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한국 골프장 초고가 비용 '풍선 효과'는? <69>

by 마우대 2023. 6. 8.

<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⑨

 

일본 코코파 리조트 클럽 학산빌리지 골프장의 그린에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다. 잔디 보호를 위해 에어레이션 작업을 했지만 그린을 잘 다져놓아 플레이를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풍선 한 곳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

-부동산 규제, 성매매 업소 단속 때도 '풍선효과' 나타나 

 

-한국 골프장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심각한 경영난 

-'코로나 엔데믹'에도 한국 골프장 초고가 비용 유지돼

 

- '황홀한 탐욕의 갑질의 추억' 아직도 못 떨쳐서일까?

-한국 골퍼들 "더 이상 '봉-호구'는 싫다" 분노 들끓어

 

-'대체재'인 일본 골프장들, 한국 골프장 탐욕 행진 주시 

-"자발적 요금 조정을... 살아남기 위해 또 발버둥 칠 것"

 

'풍선효과(baloon effect)'란 말이 있습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서울 강남지역 등 부자들이 사는 특정 지역의 집값이나 땅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거래 규제를 강화했더니 서울 강북 등 다른 지역으로 집값이 폭등한 것도 풍선효과입니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에 전국이 부동산 폭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그 폐해는 전 국민, 특히 '영끌'로 임했던 젊은이들에게까지 돌아갔습니다.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04년 3월 22일 제정되고 그 해 9월 23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도시지역의 수많은 성매매 업소가 경찰과 보건당국의 강력한 제재와 단속을 받게 되었습니다. 성매매 업소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택가 오피스텔 등지로 잠입, 불법영업을 계속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았습니다. 여기에도 풍선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고객은 지나치게 비싼 상품을 외면합니다. 소비자들은 현명합니다. 가격이 덜 비싸면서도 성능은 괜찮은, 소위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도 풍선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합니다. 고객이 외면하면 망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라도 고객을 붙잡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업체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빨리 망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듯한 업종이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골프장들입니다. 사실은 한국 골프장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혼쭐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골프장 비용을 자꾸 올리니까 고객들이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외면 속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골프장들이 부도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시 외곽지역 골프장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것입니다.

 

일본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 클럽 학산빌리지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 있는 이정표.

 

그 당시 골프장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고객을 유치하려고 발버둥 쳤었습니다. 할인티켓을 뿌리는 골프장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중 회원권을 남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고객이 외면하면 골프장도 견딜 재간이 없는 법입니다. 경매시장에 나와도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을 거듭하는 골프장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골프장들의 주인이 이때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개인들이 골프장 사냥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런 혹한기에 처해 있던 한국 골프장들에게 갑자기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었습니다. 신(神)도 예상하지 못했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란 '호재'가 불쑥 찾아온 것입니다.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인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물밀듯이 밀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코로나는 골프장들에겐 '大호재'였지만 선택지가 없어진 골퍼들에겐 '악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막무가내식으로 골프비용이 폭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코코파 리조트 클럽 미에학산 골프장의 전경.

 

한국 골퍼가 600만 명까지 폭증했지만 영업 중인 골프장 수는 500여 개에 불과합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 엔데믹(endemic) 이후에도 골프장들은 자신들이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를 턱없이 올리고 있습니다. 끝없는 가격 인상 행진 덕분에 한국 골프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쌉니다. 눈물겨운 생존경쟁을 벌이던 '혹한의 시기'를 싹 잊고 있는 것입니다.

주중 그린피가 20만 원을 훌쩍 넘고 주말 그린피를 48만 원까지 받는 나라. 카트비를 팀당 13만 원, 팀당 캐디피를 15만 원까지 내야 하는 나라. 막걸리 한 병에 2만 5천 원, 탕수육 한 그릇에 14만 원을 받는 곳이 대한민국 골프장입니다. 세금 적게 내는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곳이 많습니다. 한국 골퍼들은 코로나가 자신을 '봉'이자 '호구'로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골프장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분노합니다. 그 분노는 이제 원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통나무 숙소인 코티지 전경. 이 숙소는 거실과 4명이 잘 수 있는 침실 2개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월 코로나 19가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인 2023년 6월부터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습니다. 한국 골퍼들은 코로나 엔데믹을 계기로 각 골프장들이 자발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일본 골프장과 동남아 국가 골프장들이 '대체재(代替財)'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골프장들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한국 골퍼들의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이 3년 4개월 동안 '슈퍼갑'으로서 누리고 맛본 코로나 팬데믹의 효과가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일까요? 엔데믹 선언 이후에도 비용을 더 올리고 있는 골프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편이나 히로뽕을 맞았을 때보다 더 황홀한 '탐욕과 갑질의 추억'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주말 그린피가 50만 원을 넘고, 카트비가 15만 원을 넘을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저들은 무서운 '풍선효과'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한 한국인 골퍼가 학산빌리지 골프장의 큰 나무 아래에서 트러블 샷을 하고 있다.

 

한국 골프장들의 끝없는 탐욕을 예의 주시하는 '대체재'가 있습니다. 한국과 1~2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 골프장들입니다. 좋은 시설에다 저렴한 가격대의 '알짜배기 무기'들을 잔뜩 장착하고 한국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필자도 지난 5월 일본 나고야 코코파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겼습니다. 골프비용을 포함해 항공료, 숙박료, 식음료대 등 모든 비용을 감안하면 한국 골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골프를 한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일본 골프장을 찾은 한국 골퍼들 사이에서는 공통적인 반응이 있습니다.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기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또 타는 것이 아니라, 자주 자주 탈 것이다."가 그것입니다. 한국 골프장을 포기하고 일본 골프장을 자주 찾겠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폭리에다 갑질까지 일삼는 한국 골프장을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골퍼 중에서 젊은이들과 경제력이 약한 노년층은 턱없이 높은 골프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골프 결별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에 학산골프장의 멋진 풍광. 주변에 울창한 산림이 있고 멀리 대형 송전탑이 보인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의 '대체재'를 끝없이 찾아다니는 속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골프장들은 '풍선효과의 위력'을 예사로 봐서는 안됩니다. 모든 면에서 한국 골프장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 일본 골프장들이 한국 골퍼들에게 달콤한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핵폭풍과도 같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발적으로 탐욕의 잔치를 포기하고 합리적인 가격대 조정에 나서지 않는 한 코로나 이전처럼 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날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