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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일본 골프장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 <68>

by 마우대 2023. 6. 5.

<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⑧

 

일본 골프는 3번의 붐이 있었지만 거품경제가 가져다 준 3차 붐이 폭망의 원인이 되었다. 예탁금 제도를 활용,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접대골프가 사라지면서 고객들이 급감하자 줄부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골프 역사 500여년...일본 골프 처음 등장은 1901년

-1926년 일본골프협회(JGA) 창립, 프로경기 시작돼

 

-일본에 3차례 골프 붐...거품경제시기에 3차 붐

-예탁금 제도 활용 우수죽순 식 골프장 건설이 '화근'

 

-골프 인구 격감, 기업 접대 골프 금지에 줄부도

-골프장 소유 외국인에 넘어가며 생존경쟁 치열

 

-골프장·회원권 가치 폭락...국가 경제 큰 손실로

-고객 '봉·호구' 취급 한국 골프장 반면교사 삼아야 

 

골프가 인류를 만난 지는 오래됩니다. 해안지방에서 양치기들이 돌멩이를 툭툭 쳐서 토끼굴에 넣은 것이 골프의 시작이라는 '스코틀랜드 기원설', 얼음 위에서 끝이 굽은 작대기로 공을 치며 노는 장면이 벽화에 그려져 있는 것에 기초한 '네덜란드 기원설', 심지어는 '츠이완'으로 불렸던 운동이 골프의 시초가 되었다는 '아시아 기원설'도 있습니다.  15세기에 골프가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많은데, 그렇다면 골프의 역사는 500년이 훌쩍 넘습니다.
우리보다 서양 문물을 훨씬 빨리 받아들인 일본의 골프 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빠를까요? 각종 문헌에 따르면 일본에 골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1년 아더 그루무라는 스코틀랜드인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이주민들을 위해 고베 근처에 있는 롯코산 정상에 4개의 홀을 조성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00년 대한제국 황실 고문으로 근무하던 외국인이 원산 해안에 6홀 골프장을 만든 것이 시초이니, 오히려 일본이 우리보다 1년 더 늦은 셈이 됩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골프가 먼저 도입되고 골프장도 먼저 지어졌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요코하마와 도쿄 인근에 골프장이 추가로 건설되고, 외국인들에게서 황실과 귀족들 사이로 번지면서 일본에도 서서히 골프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07년 10월 고베 골프장 롯코코스에서 일본 골프선수권 대회가 처음 열린 뒤 1926년 일본골프협회(JGA)가 설립되었고 프로경기도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골프는 고(故) 연덕춘(延德春, 1916~2004)이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골프클럽에 유학을 가서 1935년 최초로 프로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1968년이 되어서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창설되었으니 체계적인 골프의 시작은 일본에 비해 무려 40년이나 뒤졌습니다. 골프장 수에 있어서는 현재 일본이 2,100여 개, 한국이 514개인데 비해 골프 인구는 한국이 2021년 현재 564만 명으로 일본의 560만 명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해 버렸습니다.  
각종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거나 해외 대회에 참가하는 등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던 일본에는 세 번의 골프 붐이 있었다고 합니다. 1차 붐은 1952년 캐나다컵 골프대회에서 나카무라 선수가 우승을 했을 때, 2차 붐은 1972년 다나카 수상 시절 골프장의 도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면서, 3차 붐은 1988~1989년 거품경제가 찾아왔을 때였다고 합니다. 
 

골프 인구 폭증에 따라 한국 골프장들은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골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고객들이 골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온갖 폭리 갑질을 일삼고 있는 한국 골프장들은 일본 골프장들의 폭망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 골프장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시작은 거품경제가 가져다 준 3차 붐 뒤부터였다고 합니다. 3차 붐때 일본 전국에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는데, 일종의 예탁금 제도인 회원권을 팔아서 골프장 건설 자금을 확보하는 식이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예탁금 방식이 일본 골프장을 망하게 한 원흉으로 지목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들도 바로 일본의 예탁금 제도, 즉 회원권을 팔아 건설되었기 때문에 왜 예탁금 제도가 문제가 되는 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골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품경제 시기에는 예탁금을 받아서 골프장을 짓고도 충분히 경영이 가능했으나 거품 경제가 빠지고 장기간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기업들이 접대골프를 줄이자 골프장들이 직격탄을 맞고 줄부도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2008년을 전후해 700여개의 골프장이 부도사태를 맞았는데,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골프장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예컨대 100억 엔을 들여 조성된 골프장이  10분의 1에 불과한 10억 엔에 팔리는 골프장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골프장이 부도가 나면 당연히 골프장의 가치도 떨어지지만 비싸게 거래되었던 회원권 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회원권을 구입한 회원들도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이지만 국가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로 연결되었습니다. 100억엔짜리 골프장이 10억 엔대로 떨어진 데다 골프장 소유주가 외국자본이나 외국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 골프장 중에서 한국인 소유주가 많은 이유가 바로 거품경제가 빠진 후폭풍인 것입니다.
 

'코로나 대호재'로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한국 골프장들의 폭리 갑질 행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일본의 골프인구는 한 때 1,5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골프 수요가 급증, 골프장 회원권 값이 치솟고 골프 비용도 비쌌지만 거품 경제가 빠지면서 골프장의 줄부도 사태에다 기업들의 접대골프 포기로 골프인구가 500만명대로 급감하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전략을 펼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일본 골프장들의 그린피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고 카트비 무료, 노캐디제 정착 등은 바로 골프비용을 줄이려는 전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본 골프장 관계자는 2008년 한 인터뷰에서 "골프 수요가 넘칠 때는 비싼 이용료를 받아 그럭저럭 유지가 가능했지만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골프인구 급감으로 회원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환요구로 이어지면 골프장은 망할 수 밖에 없다. 결코 골프장 자체가 많은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싼 이용료를 받거나 골프 인구가 늘어나지 않으면 그럭저럭 유지도 어려운 게 골프장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골프장들의 주인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본력을 갖춘 자가 애써 골프장을 지은 주인을 밀어내고 새 주인이 됩니다. 회원권을 팔아서 어렵게 골프장을 건설했지만 초창기의 건설 자금(금융 비용)을 제때 변제하지 못한데다 지나치게 비싼 세금을 내야 하고 고객까지 줄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 골프장들이 '코로나 대호재'를 만났습니다.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 인구가 600만 명대로 폭증하고, 해외로 나가는 발길조차 묶여버리자 골프장들의 폭리 갑질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골프의 속성은 골프장을 찾고 또 찾는 데 있다. 따라서 골퍼들이 부담없이 골프장을 자주 찾도록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지금의 일본 골프장 내면에는 호황-불황-줄부도사태를 거치면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하고도 지독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그래서 고객의 소중함을 잘 압니다. 고객이 없어서 망해봤기 때문입니다. 골프 비용이 비싸면 고객이 찾지 않는다는 사실도 압니다. 코로나 기간에 한국 골프장들이 30% 가까이 골프비용을 올렸을 때 그들은 2%만 올리는 극도의 자제력을 보인 이유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주중 그린피 38만원, 주말 그린피 48만 원을 받는 곳까지 생겼습니다. 그늘집에서 탕수욕 한 그릇을 14만 원을 받고 만두 한 접시에 6만 1,000원, 떡볶이 한 접시에 6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골프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젊은 층이 떠나고 은퇴자들도 골프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골프장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고객들이 떠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 골프장들도 폭망이라는 운명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폭리갑질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