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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일본 골프장 '동남아'보다 경쟁력 높다 <67>

by 마우대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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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⑦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학산빌리지 골프코스에서 골퍼들이 티샷을 앞두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골퍼들 해외로 발길 이어

- 국제선 청사마다 캐디백 짊어진 골퍼들로 북새통

 

- 주말 그린피 48만 원, 탕수육 한 접시 14만원인 나라

- 우르르 함께 가격 올려  '담합' 의심...관계당국 방관

 

- 동남아 골프비용 만만찮자 가성비 좋은 일본으로 턴 

- 가깝고 가성비 좋아 일본 골프장 선택 급증 추세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한국 골퍼들이 폭리갑질을 일삼고 있는 국내 골프장을 외면하고 해외로, 해외로 쏟아져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김해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등 국제선 청사에 가보면 동남아 국가와 일본 등지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행객 중에는 캐디백을 카트에 싣고 출국 수속을 밟는 많은 골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국내 골퍼들이 해외로 쏟아져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저의 '인생골프' 블로그를 통해 계속 언급했습니다. 경기도 이천 소재 대기업 계열사인 W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38만 원, 주말 그린피는 주중보다 10만 원 더 비싼 무려 48만 원이나 합니다. 비회원이 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번 하려면 팀당 카트비 12만 원과 캐디피 15만 원을 합칠 경우 주중 44만 7,500원, 주말 54만 7,500원을 내야 합니다.
 

부산 소재 대기업 계열사인 D 골프장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20만 원, 주말은 24만 원입니다. 카트비 10만 원과 캐디피 15만 원을 보태면 주중에는 1인당 26만 2,500원을, 주말에는 30만 2,500원을 내야 라운드를 한 번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 골프장들은 회원제, 대중제 관계없이 W 골프장 수준은 아니더라도 D 골프장 수준의 골프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한국 골프장들의 식음료 가격도 지나치게 비쌉니다. 막걸리 한 병에 2만~3만 원을 받는 골프장들이 수두룩 합니다. 조선일보는 4월 15일 자 보도에서  경기도의 모 골프장에서 탕수육 한 접시에 14만 원을 받고 기흥의 한 골프장에서는 만두 한 접시에 6만 1,000원, 떡볶이 한 접시에 6만 원을 받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골프장들은 골퍼들을 고객이 아니라 '봉 중의 봉'이자 '가장 만만한 호구' 취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한국 골퍼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꼼짝없이 국내에 갇히게 되자 골프장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 등을 마구 올려버렸습니다. 올려도 너무 많이 올리는 바람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 비용을 내야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클럽을 놓는 골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초고가 골프 비용이 골프 대중화 정책을 망가뜨리고 있는 겁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시설 수준이나 서비스 질입니다. 골프장 시설 수준이 아주 좋거나 기막힌 서비스 질을 제공할 땐 여타 골프장보다 높은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골프장들은 시설 수준이나 서비스 질에 관계없이 A라는 골프장이 가격을 올리면 우르르 같이 올려버립니다. 강력한 담합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등 관계당국이 개입할 소지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골퍼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젊은이가 떠나고 경제력이 약한 서민들이 골프를 접는 사태에 직면한 것입니다. 문제는 중독성이 강한 것이 골프의 특성입니다. 손맛을 잊지 못한 골퍼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골프장을 찾기 마련입니다. 한국 골프장은 포기하고 가성비가 높은 동남아나 일본 등 해외 골프장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항 국제선 청사에는 골프백을 맨 골퍼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겨울 태국 등지의 동남아 국가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온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동남아 골프장들의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라 버렸습니다. 한국인이 골프장 경영을 맡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린피가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겁니다. 왕복 항공료, 숙박비, 캐디피 등을 합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또 한국인 골퍼들이 너무 몰려들어 한 라운드를 마치는데 무려 6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학산빌리지 골프장 킹 코스의 그린 앞 벙커와 멋진 주변 풍광. 벙커에는 발자국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 지인은 친구들과 이번 여름에 7박9일동안 태국 골프장에 가기로 하고 비용을 뽑아보니 1인당 1천만 원에 달해 일본 골프장 쪽으로 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저의 주변에는 100만~200만 원대의 비용으로 후쿠오카, 오사카, 구마모토, 나고야, 홋카이도 등지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긴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 원정 골프코스가 동남아가 아닌 일본 골프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일본 골프장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골프장은 많은데 비해 골프 인구는 적다 보니 쉽게 예약을 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여유로운 라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음료대 등 모든 비용을 합치더라도 한국 골프장을 이용할 때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온천욕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 현재 영업중인 일본 골프장 수는 2,140개로 2004년의 2,356개에 비해 216개가 줄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에다 저출산 등이 겹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골프장들이 계속 문을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일본의 560만 명을 추월했다고 합니다. 2022년 현재 한국에는 6홀 이상 골프장 514곳이 영업 중인데 골프장 수가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한데도 골프 인구는 일본보다 더 많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한국 골퍼들은 늘 예약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골프장들의 탐욕까지 보태져 턱없이 비싼 골프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말 그린피 48만 원인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주말에 한번 라운드를 하려면 거의 100만 원까지 써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비행기로 1~2시간 거리의 가까운 곳에서 일본 골프장들이 입을 크게 벌린 채 한국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골프장들은 알아야 합니다.

일본 골프장들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을 지 모릅니다.
"한국 골프장들이여, 비용 자꾸 자꾸 올려주세요. 한국 골퍼들은 우리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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