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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골프는 경기(景氣)나 경제(經濟) 상황에 매우 민감합니다. 골프의 특성상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골퍼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하거나 은행 잔고가 빵빵해야 골프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매출이 쑥쑥 올라가고 이익이 많이 발생해야 임직원들에게 접대용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법인카드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경기나 경제 사정이 곤두박질치면서 그 여파가 골프업계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매출이 격감하고 수출이 막히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모 재벌 계열 건설사가 자금난에 봉착, 부도에 직면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의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위기는 심각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폐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8% 포인트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또 최근 7년간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받은 68만여 명 중 13만여 명이 대출 후 2년 이내에 폐업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야당의 폭거 속에 양곡관리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 각종 '악법'들이 단독 처리된 뒤 정부로 넘어오거나 거부권이 행사되는가 하면 대통령과 감사원장, 법무부 장관, 심지어 대통령권한대행까지 잇따라 탄핵소추되는 등 극심한 국정 혼란으로 인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일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또 수출기업들의 업황과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고 1,480.50원(1원=0.00068달러)까지 급락, 1,500원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27일 이후 15년 9개월 만입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환율이 치솟은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725억 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도 1,193억 원을 팔아치웠다고 합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12월 4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증시 양대 시장에서 외국인이 무려 3조 2,334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 때문에 원화 약세와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지속되며 달러 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특히 탄핵 국면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더욱 나빠지면서 경제분야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조건들이 겹치면서 매출 격감사태에 직면한 대기업들조차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습니다. 공장을 돌릴수록, 팔면 팔수록 이윤은커녕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며 아예 공장 문을 닫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전 임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이용한 골프를 금지시켰고, 롯데지주도 3월부터 자사 임직원들에게 '근무 가이드라인 준수'라는 전언통신문을 통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주중 골프를 금지시켰습니다. 또 SK텔레콤도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리는 등 대기업들조차 법인카드를 이용한 골프를 못 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연간 매출 규모(6조 원) 중 법인카드 매출액이 3분의 1(2조 원)을 차지하는 한국 골프장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동절기라는 계절적인 요인까지 보태져서 내장객 급감으로 전국 골프장들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남자프로골프(KPGA) 투어도 심대한 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KLPGA 투어의 경우 내년 시즌에 5개 대회나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한화 클래식이 대회 취소를 공식 발표한데 이어 하나금융 싱가포르여자오픈과 교촌 레이더스 오픈,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SK 텔레콤-SK 쉴더스 챔피언십이 대회 개최 불가를 통보해 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맥콜-모나 용평오픈과 OK저축은행 읏맨오픈도 대회 지속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정은 KPGA 투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의 내년 개최가 무산되었고, KB금융 리브챔피언십과 백송홀딩스-아시아드 CC 부산오픈도 개최 불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합니다. 또 2024년 첫 대회를 치른 렉서스 마스터즈는 최근 발생한 협회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투명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대회 개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 대회가 무더기로 취소된다는 소식을 접한 투어 프로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대회장이 돈을 벌어들이는 '중요한 일터'이기 때문입니다.
KPGA투어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대회를 중계하는 SBS골프가 최근 중계권료를 줄여달라고 요청해 온 점도 사정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KPGA 김원섭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24년 협회 돈으로 KPGA 클래식과 KPGA 파운더스컵, KPGA 투어챔피언십을 신설했는데 만약 SBS골프 측으로부터 중계권료 35억 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내년엔 대회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KPGA는 이미 사무국 부장급 직원 5명에 대해 권고사직을 요청을 해놓을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돈과 경제가 골프산업을 떠받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문제는 빠른 시일 안에 한국의 경제사정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이 상태대로라면 해가 갈수록 KLPGA 나 KPGA의 대회 취소는 늘어나 투어 운영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투어에서 뛰는 프로들은 부득이 LPGA나 JLPGA, PGA, LIV 등 해외 무대 진출을 위한 도전에 잇따라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들의 해외 투어 도전 러시가 이뤄질 경우 그들에겐 더 큰 기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해외 투어는 국내 투어에 비해 대회 수도 많고 상금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해외 투어에 진출해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훨씬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으론 코로나 팬데믹 기간 극호황을 누린 한국 골프장들에겐 경기 침체가 새로운 변화를 강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장들은 이 기간에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비용을 마구 올렸지만 경기 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골프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없는 골프장, 버틸 재간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일본 골프장들도 1986년 12월부터 1991년 2월까지 51개월간의 거품경제 기간에 엄청난 호황을 누렸으나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결국 폭망의 길로 접어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 골프장들도 이젠 '살아남기 위한' 피눈물 나는 전략 착수에 돌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 첫 단추는 골퍼들이 부담없이 '찾고 또 찾을 수 있도록' 골프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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