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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복무를 한 남성들은 다 아는 얘기, '영점사격(零點射擊·Zero shots)'이란 게 있습니다. 훈련병이든 자대(自隊)에 배치된 병사에게는 모두 개인화기가 지급됩니다. 그런데 처음 총을 받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영점사격입니다. 영점사격은 총의 조준선과 총구가 지향하는 방향을 일치시키는 사격을 뜻합니다. 이를 위해선 25m 거리의 표적을 조준하여 1회 세발씩 쏩니다. 이때 '작은 삼각형'의 탄착군이 형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올바른 사격을 위해선 사격술 예비훈련을 통해 조준하는 법과 총구가 흔들리지 않게 호흡을 고르며 방아쇠를 천천히 당겨 격발 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요..
그런데 빤히 보이는 25m 거리에 불과한데도 삼각형 탄착군 형성이 되지 않아서 혼쭐이 나는 훈련병이 의외로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세 불안정에다 조준 요령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사격 시 긴장을 많이 한 탓에 호흡을 조절하지 못해 들숨 날숨을 쉴 때 사격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도 큰 원인입니다. 이밖에도 총소리에 겁을 먹고 격발시 두 눈을 감아버려서 타깃을 보지 못한 경우, 격발시 어깨나 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는 바람에 총구가 흔들리는 경우 등도 난사(亂射)로 인한 영점사격 실패의 원인이 됩니다. 이처럼 타깃을 향해 총을 쏘는 사격도 쉽지 않지만, 타깃을 향해 샷(shots)을 해야 하는 골프는 더 힘듭니다.
군인 중에서 사격을 할 때마다 백발백중(百發百中) 시켜버리는 '특등(特等) 사수'가 있듯이, 한국 여자골프계에서 대회 때마다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특등(特等) 골퍼'가 있습니다. 바로 집념의 골퍼 신지애(36)입니다. 1988년 전남 영광 태생의 신지애는 17살이던 2005년 아마추어 시절 KLPGA 투어 SK인비테이셔널에서 벼락 우승을 차지,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신장 157㎝로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여성도 작은 키의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고교생이 프로들과 당당히 맞붙어 우승을 차지해 버렸으니까요.
그리곤 19년이 지난 2024년. 신지애는 참으로 놀라운 성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2024년 12월 1일 호주 멜버른 킹스턴히스골프클럽(파 73)에서 열린 ISPS한다호주오픈(총상금 170만 호주달러)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신지애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4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7언더파 274타를 기록함으로써 2위 애슐리 부하이(남아공·35)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28만 9000 호주달러(약 2억 6000만 원)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의 이날 우승은 2023년 6월 JLPGA 투어 어스몬다민컵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며, 개인 통산 65승째입니다. 특히 신지애는 이 대회에선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습니다.
이로써 신지애는 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6승, JLPGA 투어 30승, KLPGA 투어 21승, 호주여자프로골프 5승을 거뒀고, 레이디스 아시안 투어에서도 한 차례 정상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이를 모두 더하면 무려 74승이 되지만 공동 주관 대회가 있기 때문에 통산 우승 횟수는 65승입니다. 이는 당연히 한국 남녀 골퍼를 통틀어 프로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 됩니다. 157㎝의 작은 키로 어마무시한 성취를 이뤄낸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신지애도 또 다른 한국의 '골프 전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2005년 KLPGA에 입회했으니 신지애는 올해로 프로 20년 차입니다. KLPGA 투어에서 2006년부터 3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고 2008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미국 무대에 진출, 2009년 LPGA 투어 상금왕까지 거머쥐었죠. 2010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그는 2014년부터 JLPGA 투어에 주력하면서 LPGA 투어를 함께 뛰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뛰고 있는 신지애의 무대는 당당히 세계 곳곳입니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신지애의 경기 장면을 보고 있으면 특등 사수가 백발백중 타깃 중앙을 맞히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치열한 승부를 다투고 있으면서도 신지애는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여유를 보여줍니다. 한 타차 승부를 펼쳐야 하기에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얼굴이 굳어지기 마련이지만 신지애는 이상하리만치 수시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갤러리들과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이는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배짱도 크다는 증거입니다. 신체적 한계 때문에 드라이버 거리는 짧지만 정확도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2007년 때의 일입니다. 고1 때부터 3년여동안 2,400번이 넘는 티샷을 했지만 단 한 번도 OB를 낸 적이 없다고 신지애가 털어놓았던 것입니다. 드라이버 티샷 OB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 샷에서 두 개의 OB가 났을 뿐이라는 겁니다. 정말 혀를 내두를만하죠?
그러면서 신지애는 "아이언처럼 드라이버를 (공이 떨어지는) 한 지점을 보고 치는 연습을 한다. 거리가 250야드 정도 되지만 대부분 표적에서 10m 안에 떨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대회에서는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이 100%를 기록할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신지애는 아이언을 칠 때도 송곳 샷을 자랑합니다. 멘털마저 강해서 한번 리드 자리에 서면 좀처럼 역전당하지 않는 것도 신지애의 강점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강점 때문에 작은 키에도 압도적인 체격 조건을 갖춘 세계적인 고수들 위에 설 수 있는 것 아닐까요?
17살에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지애. 많은 업적을 쟁취했지만,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습니다. 함께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 등 많은 '박세리 키즈'들이 필드를 떠났어도 신지애는 나이에 굴하지 않고 아직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골프란 멘털의 변화에다 200여 개가 넘는 인체 관절의 움직임 속에서 샷이 이뤄지므로 일관된 샷과 고른 성적을 유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특등 골퍼' 신지애가 그의 골프 인생에서 맨 마지막을 장식한 '승수(勝數)'는 몇 승일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지애 파이팅!"이라는 구호가 절로 나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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