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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새벽 공'이냐 vs '2부 공'이냐 <15>

by 마우대 2023. 3. 2.

아침형 골퍼들은 1부 시간대 선호 

"꼭두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1부 티오프 시간대가 좋습니까, 아니면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는 2부 티오프 시간대가 좋습니까?"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는 티오프 시간대를 두고 1부가 좋니, 2부가 좋니를 놓고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티오프(Tee Off) 시간이란 골프 라운드를 할 때 첫 홀 티샷을 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아침형 골퍼는 새벽 일찍부터 서둘러야 티오프 시간을 맞출 수 있는 1부 시간대를 아주 좋아합니다. 남들보다 '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서요. 새벽 일찍부터 설친 덕분에 오전에는 골프를 치고, 오후에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약속 몇 개를 소화할 수 있거든요. 조금 빡빡하지만 일상을 연결할 수 있다는 거지요. 반면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여유 있는 골프를 쳐야 하는 분들은 2부 시간대를 고집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대인 2부 시간대를 잡기 위해 '치열한 부킹 전쟁'이 펼쳐지곤 합니다.

티오프 간격 유지로 안전사고 방지 

대부분의 골프장은 1,2부(주간) 또는 1,2부에다 3부(야간) 티오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팀별로 6~8분 간격(평균 7분대)으로 출발시킵니다. 플레이어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선 팀별 티오프 간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골프는 헤드가 무거운 클럽으로 스윙과 샷을 하며 공을 힘껏 쳐서 멀리 보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방심하다간 휘두른 클럽이나 날아가는 공에 맞을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한 팀에 너무 많은 골퍼가 몰려 있으면 혼잡해서 경기를 치르는데 집중할 수 없다는 측면도 고려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 팀은 4명이내로 하되 팀 간 출발 시간대를 6~8분 간격으로 유지하도록 합니다.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는 라운드인 '새벽 공'이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이젠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출처 :픽사베이)

 

1부 시작 시간대는 일출시간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원칙입니다. 18홀 골프장의 경우 전반홀(아웃코스) 9홀, 후반홀(인코스) 9홀씩 각 20팀을 배정하는데 20팀이면 140분(20×7=140분)이 소요됩니다. 이 140분이 1부와 2부 티오프 배정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되는 거죠.

따라서 07시에 첫팀을 내보내면 09시 20분에 나가는 팀이 1부 마지막팀이 되고, 06시 20분에 첫 팀을 내보내면 08시 40분이 1부 마지막 팀이 됩니다. 2부 티오프는 1부 첫 티오프를 한 팀이 플레이를 마치고 들어와야 하므로 대략 4시간 40분 이후 티오프를 배정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1부 티오프를 07:00 ~09:20로 잡으면 2부는 11시:40~14:00 정도가 됩니다. 일부 골프장은 완전 새벽시간대인 조조시간(05시 30분~06시) 티오프제와 야간경기인 3부(16시 30분 전후) 티오프제까지 운영하기도 합니다.

'새벽골프', 하루를 2배 늘이는 효과

저는 은퇴 이후부터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제가 멤버로 있는 골프장의 골프동호회에 가입한 뒤 라운드를 즐기고 있습니다. 라운드를 자주 하려면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동호회 가입은 바로 이 '동반자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속되어 있는 동호회 회원 수가 많다 보니 특히 주말에는 인기가 없는 새벽시간대를 부킹으로 배정받아 라운드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2부 시간을 골라 라운드를 했었기 때문에 새벽시간대로 옮긴 뒤에는 한동안 적응을 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오전 6시 20분에 티오프를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최소한 새벽 4시에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야 합니다. 대충 세수해서 잠을 떨쳐 낸뒤 요기를 하고 옷가지 등을 챙겨야 5시쯤에 골프백 싣고 집을 출발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컴컴한 새벽 하늘을 머리에 이고 골프장으로 달릴 때면 서쪽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보고 총총 별도 봐야 합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겨울철 추운날에는 "내가 왜 사서 이 생고생을 하고 있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실실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3월 은퇴를 하고나서부터는 지금까지 줄기차게 '새벽 골프'를 해오고 있습니다.

 

새벽공을 즐기는 골퍼들이 첫홀 티박스에서 티샷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빡빡한 일과' 소화한 즐거움도 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처음엔 그렇게 힘들었지만 5~6년 새벽골프로 단련하고 나니 이젠 '편안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라운드가 있는 날이면 당연히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첫 티샷 할 때 커피 한잔 마신 뒤 전반 9홀 끝나면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벽골프가 저를 설레게 하는 또 다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바로 하루를 훅 길게 늘여버린 것이지요.

새벽 4시부터 시작한 일과는 낮 12시를 전후로 라운드가 끝나면 클럽하우스 온탕에서 몸을 푼 뒤 동반자들과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갖는 유쾌한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귀가한 뒤에도 몇 가지 약속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를 경영하는 등 현직에 종사하는 동반자들은 사무실로 직행,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요. 2부 티오프를 했다면 절대로 누릴 수 없는 '빡빡한 일과' 소화도 가능한 것이지요. 11시 40분 티오프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하루의 절반이 뚝 잘리면서 라운드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새벽공 예찬론자'로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새벽 공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술을 끊었지만, 한 때 과음을 일삼을 때의 라운드를 회상하게 합니다.  2부 티오프로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술자리로 이어졌고  이튿날 아침엔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새벽 라운드를 즐기면서부터는  '공 치고→술 마시고→ 힘들어지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2부 티오프를 여전히 선호하는 골퍼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골프를 왜 중노동처럼 하려고 하지? 죽었다 깨어나도 꼭두새벽부터 설치는 거 싫어!"라고요. 나이 들면 시력이 약해져 조명에 민감해집니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라이트가 비추는 공을 치다 헛스윙이나 뒤땅을 때릴 땐 '중천에 떠 있는 해'가 그리울 때가 있긴 합니다.

새벽 골프를 하다보면 하루가 길어서도 뿌듯하지만 여름철에는 한낮 무더위를 피하면서 시원한 시간대에 라운드를 마칠 수 있는 강점도 있습니다. 겨울철 새벽공을 칠 때면 찬란히 떠 오르는 태양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영하 5, 10도의 강추위 속에서 용감하게 새벽 골프에 임했지만 손발, 얼굴이 꽁꽁 얼어 시리고 아리거든요. 먼 산자락 넘어 깊숙이 숨어있던 해가 삐죽 얼굴을 드러내면 골퍼들의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공이 페어웨이와 그린에서 콩콩 튀어도 저 멀리 보이는 햇살이 곧 머리 위에 내려앉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인심 좋은 햇살이 손발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면 "아, 이젠 살만하구나!", "절 버텨냈네?"라며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겨울철 새벽 골프는 기온, 햇빛, 바람이 라운드의 즐거움을 좌지우지합니다. 운 좋은 날 이 세가지가 다 도와줄 땐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 골프를 '복불복(福不福)'이라고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지난 겨울에도 강추위를 겁내지 않고 새벽 골프를 즐겼군요.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사계절 내내 새벽골프가 편해졌으니까요. 

오늘은 은근히 강점을 지니고 있는 새벽 라운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