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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빈 스윙은 '프로', 그런데 샷은 엉망? <14>

by 마우대 2023. 3. 1.

- 빈 스윙 잘한 '그분' 엉망인 샷에 놀라

 

오늘은 12~13년 전쯤 라운드를 하면서 접했던 '답답한 상황'을 스윙과 샷으로 연결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나이 지긋한 저의 지인 중에 100타 이상을 치는 소위 '백돌이'가 계셨는데,  지역에서는 상당한 유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은 자주 접대골프를 받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고질병은 바로 '빈 스윙은 프로, 샷은 엉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워낙 희한한 샷을 해대서 지역에선 유명한 분으로 통했습니다. 드디어 저에게 그 분과 같은 조로 모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첫 홀 티샷을 하기 위해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선 그분. 휘익~, 휘익~. 빈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템포도 좋고 스윙 궤도도 야무진 저런 스윙을 가진 분이 왜 맨날 백돌이지? 소문이 틀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 스윙은 멋졌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반전이 이어졌습니다. 드라이버를 번쩍 들면서 심한 스웨이 동작을 하는가 싶더니, 양다리가 홱 꼬꾸라지듯 풀리고 거의 주저앉는 식의 스윙을 하는 거였어요. 저를 포함해 황당한 그  장면을 지켜본 동반자들, 뒤팀 플레이어 모두의 입에서  "아이코!"가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샷을 하기 전에 보여준 그 멋진 빈 스윙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스윙과 샷을 구사하려면 올바른 지도를 받은 뒤 이를 연습장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출처 : 픽사베이)

 

- "연습장엔 안 간다" vs "그럼 평생 백돌이신세"

 

엎어치기 동작이 나온다 싶었는데 임팩트 순간 드라이버를 강하게 잡아끄는 바람에 악성 슬라이스가 난 공은 오른쪽 OB지역으로 직진해 버렸습니다. 동반자들이 "멀리건!"이라고 외쳐 주었지만 뒷맛이 개운할 리 없죠.그분의 얼굴은 창피함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어요. 그날 18홀 내내 티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퍼팅까지 '엉망인 샷'을 그분은 모조리 다 보여주었습니다.

골프에 입문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분은 늘 그런 엉망인 샷으로 라운드(접대)에 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습장엔 자주 가느냐고 물어보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무슨 연습장. 일이 너무 바빠 갈 시간이 없어!"  속으로 저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당신은 평생 백돌이 할 거고, 엉망인 샷으로 동반자들을 괴롭힐 겁니다." 

그런데 라운드를 마친 뒤 식사자리에서 보여 준 그분의 폭탄주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골프는 잘 못 쳐도 술 실력만큼은 너희들을 압도할 수 있어!"라고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연습장엔 안 간다고 당당히 말했을 땐 전 솔직히 불쾌했습니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틀렸으니까요. 골프를 시작했으면 제대로 할 결심을 해야지요.

그날 이후 그 분과 라운드를 했을 동반자들도 저처럼 힘들어했을 겁니다. 냉탕 온탕하면서 경기를 지연시키면 동반자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노력하지 않는 영원한 백돌이는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동반자와 골프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그분은 결국 골프에 흥미를 잃고 필드를 떠났다고 합니다.

 

- 목표 설정하면 머리 복잡해지고 샷도 엉망 

 

필드에 나와보면 그분처럼 빈 스윙은 훌륭한데, 샷이 엉망인 골퍼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 이유는 스윙과 샷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윙은 회초리질 하듯이 별생각 없이 한 순간에 휙 휘두르는 동작입니다. 당기지 말고 반드시 밀어내고, 뿌리며, 떨구듯이 휘둘러야 합니다. 목표를 의식하지 않으니까 몸에 힘이 빠지고 부드러우면서도 멋진 빈 스윙을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몸이 가는 대로, 헤드가 움직이는 대로 클럽을 맡겨놓으니까 멋진 빈 스윙이 가능한 것입니다.  

 

주말 골퍼들은 좋은 빈스윙을 갖고 있어도 막상 공을 쳐내기 위한 샷을 할 땐 실수를 많이 한다. 이유는 목표를 설정한 뒤 공을 쳐내려면 생각이 많아지고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때문이다. (출처 : 픽사베이)

 

그러나 목표를 설정한 뒤 샷을 할 때는 상황이 확 달라집니다. 빈 스윙은 편안하게 서서 먼 산을 보고 가볍게 휘두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샷을 할 때는 땅에 있는 공을 봐야 합니다. 어드레스와 그립은 잘 되었나? 백스윙 때 오른팔의 각도는 맞나? 헤드업은 하지 않았나? 어깨 힘은 빠졌나? 등등.

샷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갑자기 머릿속이 엄청 복잡해져 버립니다. 어떻게 샷을 해야 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얘질 때도 있습니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쳐버리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샷이 나옵니다. 거리를 내겠다며 어깨, 팔, 손목, 몸통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밸런스도 흐트러져 버립니다. 샷의 결과는 '그분'이 한 것과 똑같이 엉망이 되어버리지요.

 

- "안되면 되게 하라"... 연습장서 칼 갈아야

 

좋은 스윙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좋은 샷을 만들어 내려면 엄청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필드에서 목표(홀컵, 깃대)를 설정한 뒤 샷을 했을 때 멋진 결과를 쥘 수 있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한 샷이 나와야 하는 거죠. 클럽만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올바른 샷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연습, 또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연습장에 안 가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한다? 그것은 공부 안 하고 100점 받겠다는, 더 심하게 얘기하면 자신을 철저히 속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겁니다. 군대 구호 중에 "안되면 되게 하라!"가 있습니다. 연습장에서 스윙과 샷을 담금질해서 필드에서 '잘 드는 칼'로 만들어봅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자신에게 딱 맞는 멋진 스윙과 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빈 스윙과 샷의 속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