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스윙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
A 씨는 어떤 계기로 골프에 입문해서 초보 골퍼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우리나라 600만 골퍼 중에 한 명이 된 것입니다. 골프 입문 이후 A 씨의 머릿속은 이상하리만치 골프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인도어 연습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가 장타를 때린 드라이버 손맛이 자꾸 되살아 나는 것 같았지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무실 데스크에 앉아 있어도, 자녀를 돌보고 있는 중에도, 출퇴근길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도 머릿속은 온통 골프뿐입니다. TV 채널도 아내와 함께 즐겨보던 드라마 대신 골프방송 쪽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틈만 나면 서점에 들러 골프 레슨 관련 책을 뒤지고 옷가게도 신사복 대신 골프웨어를 파는 가게를 자주 기웃거립니다. 사무실이나 공공장소, 집 등의 벽면에 거울과 유리가 있으면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주 보고 두 팔을 훠이 훠이 휘두릅니다. 공중목욕탕이나 사우나에서도 벌거벗은 채 A 씨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섀도 스윙을 하다 멋쩍게 웃기도 합니다. A 씨는 하루 일과를 소화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레슨프로가 가르쳐 준 멋진 스윙 폼을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지요.
골프에 갓 입문한 초보들은 A 씨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물론 저 역시 초보땐 그랬습니다. 바둑에 빠지면 누워서도 천장에서 바둑돌이 아른거린다고 하더군요. 이는 골프나 바둑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초보 골퍼는 물론 중급, 상급 골퍼들도 정확한 스윙을 할 수 있느냐 여부는 늘 숙제이고 골칫덩이입니다. 정확한 스윙만 할 줄 알면 꿈의 타수인 70대에 들어가고 프로골퍼처럼 이븐파(72타) 또는 언더파까지 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스윙'만으로는 이런 압도적인 타수를 기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골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몸만으로는 골프 실력을 100%(72타), 120%(언더파) 발휘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골프는 '생각의 운동', 즉 '멘털 경기'라고도 합니다.
-골프는 '단단한 생각'으로 무장해야
골프는 눈에 보이는 몸동작인 '스윙'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골퍼의 '생각'이 함께 연동되어서 결과를 나타내는 운동입니다. 생각은 끝까지 집중하는 정신력입니다.
그런데 초보자나 중급자, 심지어 상급자 골퍼에게도 '스윙'은 잘 볼 줄 알아도 '생각'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몸 컨디션으로 멋진 스윙을 할 수 있어도 '생각'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구기 종목 중에서 골프는 가장 넓고 변수가 많은 조건을 가진 경기장에서 게임을 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십수만 평 이상이나 되는 들판이나 구릉지, 산지 등에 조성된 골프장에는 물에 퐁당 빠지는 워터 해저드가 있고 모래가 가득 찬 벙커도 있습니다.
악성 슬라이스나 악성 훅이 났을 땐 깊은 러프나 숲 속인 플레이가 금지된 지역인 OB(Out of Bounds) 구역으로 공이 날아가면 벌타를 받아야 합니다. 또 비가 오고 강풍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도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스윙'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운동이 골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선수들이 보여주는 멋진 스윙을 보고 스윙만 잘하면 골프를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회 중 동타나 뒤진 상황에서 우승을 다투다 벙커에 빠졌거나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지만 파 세이브 또는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고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프로선수들을 보셨을 겁니다.
그 선수가 왜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스러워했을까요? 위기 상황에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 '생각의 힘'을 발휘한 자신을 칭찬할만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멋진 스윙을 가진 선수도 정신력, 즉 '생각의 힘'이 약하면 우승트로피는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강한 정신력인 '생각의 힘'은 프로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도 반드시 추구해야 할 요소입니다.
-다니엘 강 "나는 벌써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골프를 잘 치려면 스윙 못지않게 '생각의 힘'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골프 실력이 늘어갈수록 생각의 힘은 더욱 요구됩니다. 꼭 골프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에도 강력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은 상식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미 우승했다고 생각했고, 벌써 트로피를 들고 집에 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재미교포 선수인 다니엘 강이 국내 모 골프방송 레슨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강력한 멘털력을 과시해 화제가 된 발언입니다. 경쟁자와 동타이고 마지막 18홀 티샷을 한 결과 상대는 홀까지 150m, 다니엘 강은 174m를 남겨두고 세컨드샷을 해야 하는 상황을 설정한 뒤 어떻게 공략하겠느냐고 사회자가 묻자 다니엘강은 주저 없이 "벌써 (자신이) 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즉답을 해버린 겁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상대보다 거리가 많이 남았으니 불리하다거나 미스샷을 하면 어쩌지 하며 불안해할 터인데도 다니엘 강은 상대에게 진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벌써 우승을 했고, 그래서 행복하다. 그러나 우승을 못해도 괜찮다. 대회를 치른 이 하루를 즐기고 싶다. 나는 하루(대회 최종일)를 시작하기 전에 벌써 우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했고 그런 행복감으로 골프를 친다."라면서 자신은 멘털이 너무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최강자들만 모여 있는 프로대회에서 최종일 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우승했다고 생각하는 다니엘 강의 멘털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강한 정신력, 생각의 힘을 다져 놓았기에 다니엘강의 우승 행진은 계속되나 봅니다.
다니엘 강 외에도 박인비와 고진영, 리디아 고 등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아무리 좋은 샷을 가진 프로도 생각의 힘, 즉 정신력이 약하면 우승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아마추어 강자 중에서도 스윙은 좀 어설퍼 보여도 스코어를 잘 내는 분들을 살펴보면 트러블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발휘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골프의 요소 중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짚어봤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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