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구력에도 스윙 뒤죽박죽.. 포기 고심도
저는 올해로 골프에 입문한 지 28년째가 됩니다. 대부분 주말골퍼가 그러하듯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연습장에서 3개월 정도만 레슨 받고 필드에 나섰습니다. 기초실력을 제대로 다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필드에 나섰기 때문에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습니다.
중학교 때 배구선수를 한 덕분에 공을 때려내는 펀치력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동반자들이 드라이버 티샷이나 아이언샷 거리를 보고 부러워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공의 구질이었습니다.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려야 했으니까요. 배구(공격수)의 경우 세터가 올려준 볼을 상대 코트에 때려 넣기 위해서는 서너 발짝 달려들면서 점프, 공중에서 허리를 젖힌 뒤 양팔을 휘젓는 등의 큰 동작을 해야 합니다. 특히 배구는 스파이크를 할 때 손목 스냅을 강하게 써야 하는데, 이 점도 골프에선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배구 습관 때문에 엉망인 샷을 하고 진땀을 흘릴 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언 샷을 할 때 손목 스냅을 너무 강하게 쓰면 악성 훅이 나버립니다. 아이언으로 치는 파 3 홀 티샷이나 파 4 미들홀 두 번째 샷, 파 5 롱홀 세 번째 샷에서 자주 OB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구질 때문에 골프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프로가 된 지금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하체를 많이 움직이거나 손목 스냅을 과다하게 쓰는 습성이 튀어나와 공을 엉뚱한 데 보냅니다. 그래서인지 파 3 홀 티박스에만 서면 많이 긴장합니다. 배구선수를 한 것이 골프에선 오히려 징크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많이만 치면 좋아지겠지"라는 착각
골프 구력 10년째가 될 즈음부터 70대 타수를 자주 기록, 싱글 핸디캐퍼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배구의 습관이 튀어나와 들쭉날쭉한 스코어를 만나야 했습니다. 그렇게 냉탕 온탕을 밥먹듯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골프의 끈을 놓지 않다보니 구력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집사람과 자주 라운드를 다녔는데, 지난해 초 지인이 저에게 '놀랄만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냥 대충 치는 '명랑골프'만 하지 말고 레슨프로 자격 테스트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요. 처음엔 "이 나이에 무슨 레슨프로...."라면서 그냥 웃고 넘겼는데, 이상하게 지인의 목소리가 계속 귓전을 맴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나이 많은 게 무슨 죄냐. 떨어진들 손해 볼 것은 없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해서 65세라는 늦은 나이에 프로 테스트 도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테스트 도전을 결정하고 나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보려고 해야 보이기 시작한다더니, 테스트 도전 계획을 세운 뒤에는 골프가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우선 유명한 레슨프로들의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연습장에서 모든 샷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시작되었고, 어프로치 등 숏게임 실력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 연습량도 평소의 2배, 3배로 늘어나더군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7월 말과 8월 말 두 테스트에서 티칭프로 라이선스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테스트 통과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명색이 프로인데 하면서 '폼생폼사' 완벽한 샷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거지요. 골프방송을 보고 유튜브를 뒤져 유명 레슨프로들이 제시한 '한 수'들을 스윙에 접목시키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이 프로 샷, 내일은 저 프로 샷에 매달리는 식이었습니다.
연습량이 많아질수록 샷은 갈팡질팡 해졌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필드에서 국적도 없이 뒤섞여버린 속된 말로 '짬뽕 샷'이 튀어나올 땐 환장하는 거죠. 그런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최근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완벽한 샷은 있을 수가 없다. 내가 가장 편하고 쉽게 칠 수 있는 샷을 정착시키자."
-자신에게 맞는 스윙 구축해야
이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 한동안 짓눌렀던 '완벽한 샷'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편안한 샷, 또 배구의 버릇을 제어할 수 있는 샷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샷이란 하체 움직임을 절제하는 '고요한 샷'이고 배구의 버릇을 누르는 샷은 '손목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또 연습을 할 때 여러 프로들이 제시하는 이 샷 저 샷을 중구난방식으로 기웃거리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A 프로가 가르쳐 준 샷을 적용하기 위해 연습을 하다 적응도 되기 전에 갑자기 유튜브에서 만난 B 프로의 샷이 좋아 보여서 새로 배우려고 달려드는 식이었거든요. 그런 상태로 필드에 나가면 어떻게 샷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져 버릴 때도 많았습니다.
골프는 정신력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멘털 스포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정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골퍼라면 스코어 차이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정신력의 차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집중력 유지의 가장 큰 기초는 골퍼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닐까요? "내 스윙의 폼은 별로지만 견고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아!"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샷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을 믿고 시종일관 편안한 샷을 칠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심이 앞으로 저의 스코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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