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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눈물'로 버무리진 골프<2>

by 마우대 2023. 2. 12.

-골프는 '고루(苦淚)프' 운동

저는 골프 구력이 쌓여 갈수록 골프를 '고루(苦淚)프 , 고감구(苦甘球) 운동'이라고 저 나름의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고루프이고 고감구? 독자 여러분들은 이상하게 생긴 이 단어들을 접하고 좀 어리둥절하셨을 겁니다.


골프가 왜 고루프이고 고감구인 지를 지금부터 그 이유를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고루프의 '고'는 '괴롭고 고통스런 苦'입니다.
'루'는 '눈물 흘릴 淚'입니다.
'프'는 '너무 슬픈 프'입니다.

골프 실력은 절대로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야 쟁취할 수 있는 달콤한 보상입니다. 죽어라고 연습에 매달리지 않으면 평생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100타를 깨고, 90대 타수에 진입하고, 80대 타수를 기록하려면, 심지어 꿈같은 70대 타수의 스코어를 받아 쥐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100타를 깨고 70대 타수 그룹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괴롭고 고통스러운 苦'의 길을 반드시 겪어야 합니다. 그래서 '苦'가 골프 속에 펄떡펄떡 살아 숨 쉬고 있는 겁니다.


다음은 눈물로 얼룩져야 하는 스포츠여서 '눈물 흘릴 淚'를 등장시켰습니다.
 

골프는 고통과 눈물로 점철된, 그래서 슬프기까지 한 '고루프', '고감구' 운동이다(사진 출처 : 픽사베이)

 
비싼 돈을 주고 연습장에 가서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공이 제대로 맞기 시작했다고 싶었는데 제대로 맞질 않는 게 골프입니다. 골프 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TV 레슨프로, 유명 레슨프로가 운영하는 유튜브 레슨을 열심히 봐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특히 어쩌다 싱글분과 라운드를 하고 오는 날이면 "나는 언제 저렇게 잘 칠 수 있을까"라면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연습장을 드나들지만 실력은 늘 제자리입니다. 이런 상태로 몇 년을 보내다 보면 '좌절의 눈물'이 꼭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돈에 비해 성과가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성격 급한 분은 골프 클럽을 놓아버립니다. 대학입시 수능 포기자처럼 골프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좌절로 눈물짓고 포기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골프는 눈물을 많이 흘려야 하는 '淚'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골프를 하다 보면 슬퍼서 슬프고, 너무 기뻐서 슬픈 '프'의 성격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으면 "나는 바보인가?"라며 심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함께 골프를 시작한 친구는 빵빵 잘 치는데 자신만 제자리걸음이면 슬퍼집니다. 엄청나게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서 슬퍼집니다. 이처럼 너무 심하게, 너무 자주 슬퍼서 슬픈 운동이 골프인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슬픈 슬픔'과 '기쁜 슬픔'이 뒤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다 보면 진짜로 슬픈 단계를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공을 빵빵 때려 내기 시작하면 너무나 기쁜 나머지 즐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슬픈 운동이 골프입니다.

-골프는 '고감구(苦甘球)' 운동

이젠 '고감구' 성격을 설명할 차례인 것 같군요.
고감구의 '고'도 '괴롭고 고통스러운 苦'입니다.
고감구의 '苦'는 위에서 설명한 고루프의 '苦'와 같은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감'은 '(고통을 이겨내고 실력이 늘어나면서 맛보는) 달콤한 甘'입니다.
늘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생각한 골프 실력이 어느 순간 쑤욱 늘어났음을 확인하고 느끼는 그 달콤함은 실로 대단합니다. 성취해 본 사람만이 정도를 알 수 있는 달콤함입니다. 중도에 포기를 했더라면, 끈기가 없었으면 절대로 누릴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구'는 '하얀 골프공의 球'입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저는 이 기회에 '고루프'와 '고감구' 두 단어를 제시하며 골프의 성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28년 전 제가 대학친구의 자랑을 계속 듣다가 덜컥 골프에 입문했다고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솔직히 골프가 이렇게 어려운 운동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저는 그때 절대로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겁니다. 초보 골퍼분 중에는 저처럼 제대로 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덜컥 골프에 입문하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골프는 지독한 중독성 지녀

골프는 지독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을 때릴 때 느끼는 손맛,
골프공을 드높은 창공에 멀리 날려 보낼 때 느끼는 눈 맛, 
푸른 페어웨이를 밟으며 느끼는 발맛,
4~6시간 이상 동반자들과 환담하면서 느끼는 귀맛,
라운드 중간 그늘집에서 한잔 들이켜는 맥주나 막걸리 한잔의 맛과 라운드를 마치고 약간의 허기 속에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며 즐기는 입맛 등등.
'온갖 맛'을 잊지 못해 주말이 다가오면 손이 근질거려집니다.


그 중독성이 뻔질나게 연습장을 찾게 만들고 틈만 나면 골프장을 찾게 만듭니다. 그렇게 한 달, 일 년을 골프장과 보냅니다. 저도 그렇게 어언 28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필드를 찾았습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다시 말해 걸을 수 있고 클럽을 들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있다면 계속 골프장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골프에 입문하면 죽을 때까지 즐기게 되므로 '평생 골프'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골퍼가 평생 골프를 즐기기 위해선 갖춰야 할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오늘은 골프의 속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