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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와 마라톤의 '중독성'<28>

by 마우대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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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마라톤의 계절, 생동하는 봄이 왔다. 두 스포츠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닮아 있다.

 

치면 또 치고 싶은 게 골프. 단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는 운동이 골프입니다.

달리면서 맛본 쾌감, '러너스 하이'를 잊지 못해 푹 빠져드는 게 마라톤입니다.

이처럼 골프와 마라톤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골프와 마라톤이 왜 닮았을까요?

 

저는 두 스포츠 모두  '심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손맛, 눈맛, 발맛, 귀맛, 입맛  등 온갖 맛에다 

한 타 한 타 줄여가는 성취감까지 보태면 좀처럼 골프에서 헤어나기 어려워집니다.

 

또 마라톤도 여러 가지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라톤에 입문하면 처음에는 1㎞를 겨우 뛰었는데,

어느새  5㎞를 뛰고 10㎞, 하프코스(21.0975㎞)에 이어

꿈같이 여겼던 풀코스(42.195㎞)까지 거뜬히 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라톤에 흠뻑 빠져들면서 '인체의 위대성'에 대해 놀라게 됩니다.

 

골퍼들은 골프를 치는 기간, 즉 구력이 쌓여갈수록 골프 속에 깊이 숨겨진 '복잡다단함과 깊이의 위대성'을 깨닫게 됩니다. 

 

골프는 치면 칠수록 빠져드는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어서 한국 골퍼들은 비싼 그린피 등 초고가 비용을 감내하고서도 골프 코스로 달려나간다.

 

치면 칠수록 빠져드는 '못 말리는' 골프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골프를 몇 수 가르쳐 준 선배가 저한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들어오기(입문)는 쉬웠지만, 나가기(골프를 접는 것)는 결코 쉽지 않은 게 골프이다. 골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골프에 사로잡힌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평생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 나가야 한다."라고요. 처음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 말씀은 맞았습니다. 저 역시 골프에 발목을  딱 잡히고 말았습니다. 주말이면 라운드 하느라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TV 채널도 골프 레슨이나 골프대회 중계방송 쪽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골프숍에 들어가서 클럽을 만지작거리거나 골프웨어 매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게 저도 골프에 슬슬 중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여성골퍼가 다음 샷을 하기 위해 페어웨이를 걷고 있다. 페어웨이 잔디를 밟으며 느끼는 '발맛'이 예사롭지 않다.

 
골프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 시점은 100타를 깬 뒤 90타 깨기에 도전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눈만 감으면 멋진 드라이버 티샷 순간에 느꼈던 손맛, 버디를 잡았을 때의 쾌감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몰입하면서 80타를 깼고, 심심찮게 70대 타수를 드나들면서 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강한 중독성...'초고가 그린피'에도 휘둘려

"나는 선수 시절 하루에 14시간씩 연습했다.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했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실력으로 보여주니까."(잭 니클라우스)

골프계의 전설,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1940년 1월생)의 명언입니다. 메이저대회 18승을 포함해 73승을 거둔 니클라우스가 하루 14시간씩 연습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중독성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하루 14시간이란 연습량은 뚜렷한 목표를 세웠어도 거의 미치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수준입니다. 
남들에게는 혹사로 보였겠지만 니클라우스 자신은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겁니다. 우승에 대한 집념에다 골프의 중독성까지 보태져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그 덕분에 전설적인 승수를 쌓아 올릴 수 있었고요.
 

제주도의 한 골프장 전경. 쾌적하고 사계절 잔디여서 육지 골퍼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제주도 골프장이다. 그러나 코로나를 계기로 골프 비용이 턱없이 올라버렸다.

 
이처럼 골프는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운동입니다. 체력과 시간, 경제력만 허용한다면 매일 라운드를 하고 싶은 것이 골프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모든 골퍼비용이 크게 올라버렸습니다. 주말 골퍼들은 빠듯한 지갑사정에도 누군가가 부르면 골프코스로 달려가고 맙니다. 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골프의 중독성 때문입니다.  골프장들이 이런 중독성을 악용, 골프비용을 마구 올린다면 탐욕에 눈이 먼 비겁한 행동입니다.   

코로나 해제에 곳곳서 마라톤 대회 열려

국내 마라톤 메이저대회인 서울마라톤 대회가 3월 19일 열린데 이어 다음 달 2일 대구 국제마라톤대회가 4년 만에 개최되고, 같은 달 30일 충북 음성에서 제17회 반기문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주로(走路)에서 한동안 사라진 마라톤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바뀌고 매화와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이 되자 전국 각지에서 마라톤대회 개최를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거의 3년여 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아 근질거렸던 달림이들이 다시 주로를 차지한 채 힘찬 뜀박질을 시작한 것입니다. 
 

마라톤도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나면 그 황홀감을 잊지 못해 달리고 또 달리게 된다. (출처 : 픽사베이)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대회장은 축제 분위기로 변합니다. 선수와 가족들은 물론 자원봉사자, 시민들과 어울려 응원전의 열기가 드높아집니다. 이런 흥겨운 분위기가 좋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라톤을 즐기는 마니아들도 많습니다. 이들 마니아는 하나같이 마라톤에 흠뻑 빠진 중독자들입니다. 
 

'러너스 하이' 맛보면 마라톤에 푹 빠진다 

골퍼들이 실력이 늘어나면서 100타를 깨고 90, 80타를 깨면 큰 희열을 느낍니다. 마라톤 마니아들에게도 각고의 훈련을 쌓은 끝에 완주와 함께 기록까지 단축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쳐서 몸만들기를 해야 하며 250~350㎞ 이상의 연습주를 소화해야 합니다.    
마라톤을 잘 모르는 분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10㎞, 하프(21.0975㎞), 풀코스(42.195㎞)를 뛰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정답은 중독성입니다. 스스로 자꾸 뛰고 싶어서 뛰는 겁니다. 러너들은 연습이나 시합 중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합니다.

필자는 2017년 가을 춘천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업무상 마라톤을 중단한 지 꼭 10년만에 풀코스에 재도전했다가 힘들게 완주할 수 있었다.

 
30분~1시간여 달리면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면서 피로감이 사라지고 엄청난 행복감이 찾아옵니다. 이때 뇌에서는 마약성분과 구조가 비슷한 '오피오이드 펩티드(opioid peptide)'가 분비되고 일정시간 계속 더 달리면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분비가 저하되어 우울증 증세가 약화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약은 인체에 해롭지만 러너스 하이는 인체에 무해합니다. 

 

필자는 2018년 3월 광화문 광장에서 잠실운동장 구간에서 열린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를 해냈다.

 
2002년부터 마라톤에 흠뻑 심취, 풀코스만 통산 40여 차례 뛴 경험이 있는 저도 숱한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체력이 고갈되는 30㎞지점에서 러너스 하이가 찾아오면 힘이 펄펄 나며 주로가 내 세상이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연습량도 늘릴 수도 있고, 틈만 나면 각종 대회 출전 신청을 하게 됩니다. 러너스 하이가 중독에 빠트리는 것이지요.

오늘은 마라톤 시즌을 맞아 골프도 마라톤처럼 중독성이 강한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우대의 인생 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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