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은 '포기 않는 끈기'의 결정체
골프는 결코 쉬운 스포츠가 아닙니다. 올바른 샷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5년, 심지어 10년 이상의 긴 세월이 요구 되기도 합니다.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려면 반드시 장착해야 할 '무기'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끈기'가 아닐까요? 우승컵을 들 때까지 클럽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가져야만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엄마 골퍼' 박주영(33·동부건설) 프로를 꼽고 싶습니다.
2023년 10월 1일. 박주영은 추석 연휴가 이어지던 이날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 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80타를 쳐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프로 데뷔 14년, 279 경기만에 첫 우승을 신고한 쾌거였습니다. 박주영은 이날 끝내 우승함으로써 KLPGA 최다 출전 첫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종전 기록은 2023년 9월 260번째 출전한 KG오픈에서 우승한 서연정(28·요진건설)이었는데, 박주영이 한 달 만에 이 기록을 깨버린 것입니다.
프로 데뷔 14년 279 경기만에 우승컵 '번쩍'
2021년 결혼, 작년에 아들을 낳고 육아에 매진하기 위해 1년가량 골프를 쉬다가 지난 4월 복귀한 박주영은 이날 2위와 3타 차로 앞선 가운데 18홀 그린에 올라왔습니다. 아들과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18번 홀에서 멋지게 버디를 기록, 이를 지켜본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아들을 재워놓고 퍼팅연습을 했다는 박주영. 육아와 투어를 병행한 우승이었기에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결혼을 했음에도 당당히 현역 자리를 지키고 우승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2008년 KLPGA에 입회한 뒤 2부인 드림투어에서 2년간 활약하다 2010년 1부 투어에 데뷔한 박주영은 그동안 5차례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특히 언니 박희영이 뛰고 있는 미국 LPGA에도 진출할 정도로 실력이 검증되었음에도 LPGA는 물론 KLPGA 드림투어까지 통틀어서 프로 무대에서 첫 우승이었습니다. 박주영은 우승을 하기까지 14년을 버텨냈습니다. 이 대회 우승상금 1억 8천만 원을 거머쥠으로써 살림과 육아에도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육아 병행하는 여성 골퍼 위한 정책 배려를"
박주영은 우승 후 TV 인터뷰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만 우승 실감이 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니까 우승할 수 있었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주영은 특히 "출산 이후에 우승했는데, (KLPGA 관계자나 후원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골퍼들을 배려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LPGA의 경우 선수들이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시합을 소화할 수 있도록 탁아소 운영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박주영 프로의 제언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향후 KLPGA나 후원사들이 '엄마 골퍼'들의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혼은 곧 은퇴라는 기존 인식을 깨부수는데도 박주영의 우승이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20대 초반에 프로세계에 뛰어든 박주영이 서른 고개를 넘기고 결혼 후 출산을 하고서도 우승할 수 있었던 최대의 무기는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였습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법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끈기'만 있으면 오랜 투어 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엄마 골퍼 전성시대' 가능성 보여줬다
그간 재능있는 여성 프로 골퍼들이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나 팬들을 섭섭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정을 꾸린 후 육아전쟁을 치르면서 선수 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주영 프로는 이번 우승을 통해 여성 프로들에게 큰 희망의 불씨를 던졌습니다. 출산을 해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당당하게 승수를 쌓아 올리며 선수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279번 출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남자 투어프로 세계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일병정' 베른하르트 랑거는 2023년 7월 3일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 센트리월드 골프 클럽(파 71·7,177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US 시니어오픈(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50세 이상 시니어 투어 프로가 참가할 수 있는 대회, 그것도 메이저 대회에서의 65세 랑거 우승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든 쾌거였음이 분명합니다.
"골프에 있어서 나이는 핑계에 불과"
65세 랑거의 우승, 33세 박주영의 우승을 통해 골프에 있어서 나이는 큰 장해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근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은퇴합니다. 그러나 골프에 있어서 나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랑거와 박주영을 통해 확인시켜 준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는 노인 골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 출신 권노갑(93) 옹은 92세가 되어서야 골프가 늘기 시작했다고 밝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골프는 100세 시대에 딱 걸맞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적인 삶의 질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국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스포츠입니다. 스스로 걷고 볼을 때리고 홀컵에 집어넣으며 성취감을 맛보는 운동입니다. 장수시대에 건강한 삶을 영위하다 '행복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멋진 스포츠가 골프인 것 같습니다.
한국 골프장, 국민 사랑 받는 스포츠 場이어야
이처럼 골프는 청소년과 장년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노년층의 건강을 북돋아주는 멋진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신성한 스포츠'인 골프가 한국에서는 업주들의 탐욕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곪아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가진 자만의 운동'으로 왜곡이 심화되어 위화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골프장 업주와 정부 당국의 대오각성을 통해 한국 골프장이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전한 스포츠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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