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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나이쯤이야"... 랑거의 '골프 기적' <83>

by 마우대 2023. 7. 27.

'독일 병정' 베른하르트 랑거 선수가 2023년 7월 3일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시니어오픈 결승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웃음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랑거 선수 65세 나이로 메이저 대회 우승 '새 역사'

-US시니오픈 챔피언 올라 시니어투어 통산 첫 46승 기록

 

-'신체적 한계'  거뜬히 극복... 64세 이후 우승은 랑거 유일

- "8월이면 어머니도 100세... 좋은 유전자 물려받은 듯"

 

-군 복무때 허리 다친 뒤 매일 피트니스로 체력 다져

-'나이 거꾸로 먹는 랑거', '위대한 랑거 형님'으로 불려

 

-근력 유지하고 유연성도 탁월...비거리 270야드 훌쩍

-'올드보이 골퍼'의 영웅으로...향후 우승 행보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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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나 영화배우 등 연예인들은 건강만 허락한다면 나이가 들어도 생명을 다할 때까지 자신의 끼와 열정을 과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 중에서는 환갑이 지나도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는 종목이 골프입니다. 이를 증명한 '새로운 역사'가 2023년 7월 3일 쓰였습니다. 베른하르트 랑거(Bernhard Langer·65·독일)는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 센트리월드 골프 클럽(파 71·7,177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US시니어오픈에서(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PGA 챔피언스 투어는 50세 이상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곳입니다. 1970년 5월생으로 53세인 최경주 프로가 이 무대에서 뛰고 있고 1975년 12월생으로 47세인 타이거 우즈도 선수 생활을 접지 않는 한 곧 이 투어에 합류할 것입니다. 젊었을 때 최고의 기량으로 정상을 다투었던 '왕년의 大스타'들이 재집결하는 곳이 챔피언스투어입니다.  65세의 랑거는 긴 전장과 깊은 러프로 악명 높은 이 골프장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로 우승을 거머쥐었는데, 자신보다 11살이나 어린 스티브 스트리커(5언더파·56·미국)를 2위로, 12살 연하인 제리 켈리(4언더파·57·미국)를 3위로 돌려세워버렸습니다.
 

US시니어오픈 결승 라운드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쥔 랑거. 그는 이번 우승으로 챔피언스투어 역사상 최다승인 46승째를 챙겼다. (AFP/연합뉴스)

 
랑거의 이번 우승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우선 그의 우승은 챔피언스투어 통산 46승째가 됩니다. 이는 챔피언스투어 프로 중에서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우승 횟수입니다. '최고령 챔피언스투어 우승자'라는 금자탑을 세움으로써 우승을 한층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보통 55~56세가 되면 신체적 한계가 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랑거는 보통 사람들의 '신체적 한계 나이'를 10년이나 훌쩍 넘긴 시점에, 메이저대회에서 왕관을 차지한 것입니다. 

랑거는 2023년 2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파 72·6,909야드)에서 추브클래식에서 우승함으로써 2007년 1월 당시 62세에 챔피언스투어 통산 45승을 거둔 헤일 어윈(78·미국)과 '승수 타이'를 기록한 뒤 5개월 만에 또 우승, '최다승 기록'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입니다. 따라서 랑거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골프 전설'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추브클래식 우승 때 랑거의 나이는 65세 10개월 5일이었습니다. 64세 이후 챔피언스투어 우승자는 랑거가 유일하며, 랑거는 60세 이후에만 13승을 챙겼습니다. 
 

랑거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유연성과 근력을 다지기 위해 50여년 동안 매일 피트니스를 소화해 내는 성실성을 자랑하고 있다. 랑거는 65세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비거리 270야드를 날린다. (PGA투어 유튜브 캡처/동아일보)

 
특히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이후 17년 동안 매년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도 12승으로 늘려놓았습니다. 또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 5개를 모두 한 차례 이상 우승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요. 랑거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오는 8월 100세가 되시는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 몇 년 더 현역으로 뛰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수와 팬들은 그를 노익장을 넘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 랑거', '위대한 랑거 형님' 등으로 부른답니다. 

그럼 왜 랑거가  골프선수로서 '장수'를 누리고 있을까요? 랑거는 독일 공군에 복무할 때인 19세 때 완전무장 행군을 하다가 디스크로 고생을 했는데, 피트니스를 해결책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50년 동안 매일 쉬지 않고 피트니스로 체력을 키운 '지독한 성실성'이 65세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만든 셈입니다. 피터 제이콥슨(69·미국)은 "21살 랑거 사진을 지금의 랑거 사진 옆에 놓으면 주름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라면서 랑거를 격찬했다고 합니다. 

 키 174㎝인 랑거는 피니트니스를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젊은이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플랭크'를 즐겨한다고 합니다. 이런 성실한 운동 습관 때문에 선수생활 내내 체중을 72㎏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연성을 바탕으로 허리나 어깨, 엉덩이 등의 관절을 많이 쓰기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몸통 스윙을 구사하는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비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랑거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0.3야드였습니다. 
 

환갑을 넘긴 김종덕 프로도 젊은 선수들과 당당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프로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양산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 선수권 대회에서 컷 오프를 통과,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2022년 대회때 티샷을 하는 장면. (KPGA 제공)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는 '랑거 형님'이다."라면서 "놀라운 자기 절제와 골프에 대한 집중력은 전 세계 모든 골퍼가 본받아야 할 스승"이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다. 매일 피트니스로 몸을 단련하는 랑거에게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는 꾸준한 운동을 통해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증명시켜 주고 있는듯 합니다. 요즘은 축구, 야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예전에 비해 나이가 많은 30~40대 스타 선수를 볼 수 있습니다. 랑거는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나이의 한계'를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 되었습니다. 

한국 골프계에선 62세의 김종덕 선수가 환갑을 훌쩍 넘겼으면서도 지난 6월 경남 양산 에이원 cc 열린 2023년 KPGA 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 박수를 받은 바 있습니다. 1957년생인 랑거가 저와 동갑이어서 이번 우승이 더 반가웠습니다. 요즘에는 머리 희끗희끗한 남녀 실버 골퍼들이 골프장들을 꽉꽉 채워주는 '큰 손님'입니다. 그들도 랑거의 우승 행진을 접하면서 '나이에 굴하지 않는'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랑거는 '올드 보이 골퍼'들의 우상입니다. 
 

65세의 나이에도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랑거는 전 세계 '올드 보이 골퍼'들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골프장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실버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1957년 8월 독일 바이에른주 안하우젠(현재 디도르프시)에서 태어난 랑거는 1972년 프로골퍼 선수로 전향한 뒤 1985년과 1993년 두 차례 미국 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우승, 독일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되었고 독일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또 랑거는 골프 대회가 열리는 6개 대륙 모두에서 우승한 5명 중에 한 사람입니다. 2002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랑거가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투어를 무대로 '최고령자의 우승 나이'를 몇 살까지로 끌어올릴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