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도 '인륜(人倫)'과 '대사(大事)'가 있다?
-골프의 즐거움은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에서
-골프장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 는 큰 자산으로
-상하차 담당직원·프런트 여직원 친절에 감동도
-그린 보수 직원들 작업 딱 멈춰 베스트 샷 유도
-경기 전 거리별로 티마크 설치, 변별력 있도록
-자율 티샷 가능하도록 '티마크 안내판' 설치해야
-사장 등 직원 골프장 순찰, 불편 해소하는 게 최대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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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인륜(人倫)과 대사(大事)의 씨줄과 날줄로 엮입니다. 그래서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인간이 평생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큰 일'과도 맞닥뜨려야 합니다. 부모-자식(父子), 임금-신하(君臣), 남편-아내(夫婦), 윗사람-아랫사람(長幼), 친구사이(朋友) 등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인륜(人倫)'이 작동합니다. 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큰 일 또는 사건, 통과의례인 '대사(大事)'와 끊임없이 만납니다. 관혼상제(冠婚喪祭)는 어른이 되고 혼인하며 장례를 지내야 하고 제사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골프에서 인륜을 대입하면 무엇이 될까요? 골퍼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에티켓이 '골프 인륜(人倫)'이 될 것입니다. 골프 장비와 옷차림을 갖추고, 있는 그대로 치면서 타수를 속이지 않아야 하며, 상대 플레이어가 샷이나 퍼팅을 할 때 침묵을 하는 것, 라운드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것 등이 기본적인 골프 에티켓입니다. '골프 대사(大事)'는 골프를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큰 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골프에 입문하거나 생애 첫 라운드에 나가는 것, 100타를 깨는 100파(破), 생애 첫 70대 타수를 기록하고 첫 이글이나 홀인원을 기록한 것 등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골프의 즐거움은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꼭꼭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작은 것들이 무엇일까요? 골퍼라면 누구든지 다음날 라운드가 있으면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 밤잠을 설치듯 설렙니다. 지난주 90타를 기록했는데, 내일은 1타 더 줄일 수 있을까? 연습장에서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드라이버 샷이 잘 맞을까? 어프로치 때문에 고생을 하다 친구나 레슨프로로부터 한 수 지도를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됐는데 과연 내일 라운드에서 잘 맞을까 등등의 기대감에 젖기도 합니다.
그러나 골프는 역시 만만한 운동이 아닙니다. 열심히 칼을 간 드라이버샷도, 어프로치 샷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결국 엉망인 스코어를 쥐고선 머리를 갸우뚱하거나 좌절하기 십상인 것이 골프입니다. 그런데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했지만 뇌리에 남은 기분 좋은 것들이 있어서 또 그 골프장을 찾고 싶어 집니다. 바로 골프장 직원들에게서 자연스레 풍겨나오는 '세심한 배려'들입니다. 그 배려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배려가 있는 곳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과 유쾌함도 따르게 마련입니다. 자신이 대접받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새벽잠 설치고 티오프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클럽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골프백을 내려주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어서오세요!"라고 반기는 상하차 담당 직원의 인사말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장 등록 담당 여직원이 말없이 짓는 눈웃음을 받고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갑니다.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 선크림을 바르기 위해 벗어 놓았던 고글안경을 보관했다가 챙겨주는 파우더룸 직원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떤 골프장들은 고객이 손쉽게 분실물을 찾아갈 수 있게 로커룸 입구에 별도의 벽장을 비치해 놓습니다.
고객이 샷을 하기 직전 눈치껏 페어웨이와 그린을 깎는 중장비 가동을 딱 멈추며 '동작 그만'을 하는 담당 직원에게는 엄지 척을 해주고 싶습니다. 숏홀에서 티샷을 하기 전 '볼!'을 위치기 전에 그린 보수 담당 직원들이 잽싸게 그린 밖으로 물러나 줄 때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경기 시작 전 블루티, 화이트(일반 남성용) 티, 옐로(시니어) 티, 레드(레이디) 티 등 거리별 티마크를 딱딱 설치, 플레이어들이 거리에 맞춰 실력을 겨룰 수 있게 해 놓았을 때도 대접받는 기분이 듭니다.
상당수 골프장들이 티마크 담당 직원을 일찍 출근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화이트티와 레드티만 꽂아놓아 빈축을 삽니다. 전날 오후 늦게 또는 새벽에 담당 직원에게 이 작업을 시킬 경우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거리별 라운드'의 선택을 차단당하는 꼴이 됩니다. 이럴 경우 골프장 측은 티잉 구역 입구에 "원하실 경우 블루티나 챔피언티가 설치되지 않아도 지정된 해당 티마크에서 티샷을 하시면 됩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을 비치해야 합니다.
참고로 매홀마다 티샷을 하기 위해서는 티잉그라운드의 티마크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골프 룰은 플레이어가 티마크를 임의로 옮길 경우 2벌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치가 나쁘다고 함부로 티마크를 옮길 수도 없습니다. 골프장이 고객에게 던지는 진짜배기 '심쿵 상황'은 골프장 업주를 비롯한 모든 직원의 끊임없는 '골프장 순찰'입니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틈나는 대로 골프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허술한 곳을 찾거나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직접 청취,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때 박수를 받게 됩니다.
골프장이 고객에게 던지는 몇가지 심쿵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골프장 마음먹기에 따라 사례는 무수히 늘어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객들을 감동시킬 무엇인가가 많을수록 그 골프장은 자연스럽게 '진정한 명문 골프장'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입니다. 모 골프장의 경우 클럽하우스 목욕탕의 열탕 온도가 46도까지 치솟았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고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화상 위험 때문에 골프장 측은 당연히 선제적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도 자동온도조절기 고장 탓만 하다가 욕을 먹었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의 고객은 봉이고 호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그 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골프장은 고객, 즉 골퍼가 찾음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줄을 서 있다는 이유로 고객을 아무렇게나 막 대해도 된다는 오판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갑질 골프장'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고객을 하늘처럼 받드는, 고객을 언제나 감동시킬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골프장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작은 것'이 모여서 '명문 골프장'이 된다는 사실, 전국의 모든 골프장들이 꼭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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