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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대기만성형 마다솜 "결국 일 냈슈" <183>

by 마우대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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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마다솜 프로. (KLPGA 투어)

 

경기도 화성에서 과수원을 하는 부모 사이에서 1997년 9월  태어나 중·고교 시절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대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선수. 여자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이던 2018년, 2019년 2년 연속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23살(한국체대 3학년)인 2020년 3월 어릴 적  꿈이었던 태극마크를 기필코 가슴에 단 끈기의 선수. 동갑내기인 최혜진 프로와 방신실 프로는 이미 중학시절 국가대표가 되어 있었지만 좌고우면 하지 않고 꿋꿋이 국가대표의 길을 향해 나아갔고, 끝내 그 꿈을 이룬 선수.

 

그리고 2020년 11월에야 점프투어(3부)에서 우승, KLPGA 정회원 자격을 받았고 드림투어 상금 랭킹 4위로 2022년 KLPGA 정규투어에 뛰어드는 등 또래들에 비해 프로 전향도 확실히 늦은 선수. 키 165㎝, 혈액형 AB형으로 경기할 땐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 된장 뚝배기 같다는 선수. 초등학교 2학년(9살) 때 캐나다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부모를 졸라  그곳에서 홈스테이로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방학 동안 잠시 귀국한 뒤 엄마와 찾은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의 매력에 빠져버린 뒤 유학생활을 포기한 당돌한 선수.

마다솜 우승을 축하해 주는 삼천리 그룹 직원들. 마다솜이 우승하는 날, 삼천리 그룹 직원 70여명이 자발적으로 갤러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대기만성형인 마다솜(25·삼천리)이 2024년 9월 29일 결국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이틀 전에 만 25세 생일을 보낸 마다솜은 29일 인천시 베어즈베스트 청라 GC 미국·유럽코스(파 72·6,712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 등 11언더파 61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2위 윤이나를 9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정규튜어 2년 차인 2023년 9월 17일 OK 금융그룹 읏맨 오픈에서 첫승을 기록한 뒤 딱 1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이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우뚝 선 것입니다.

 

이날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여준 마다솜의 샷 실력은 거의 신(神)만이 할 수 있는 기량, 즉 신기(神技) 그 자체였습니다. 3라운드 공동 8언더파로 기세 좋은 윤이나와 2022년 이 대회 우승자였던 김지수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펼친 마다솜의 볼은 쳤다 하면 깃대에 붙거나 홀에 빨려 들어가고, 퍼팅으로 민 볼은 사정없이 홀컵으로 쏙쏙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허기를 견디며 정글에서 몸을 잔뜩 낮춘 채 숨 죽이고 있던 사자가 먹이를 낚아채듯 홀마다 한 타씩  줄여나가는 바람에 동반자 윤이나와 김지수를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2번 홀에서 8.3m 버디 퍼터로 단독 1위로 치고 나간 마다솜은 3번 홀에서 7.4m 버디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4번 홀(파 5)에서는 70m를 남겨놓고 세 번째 샷 한 볼이 그린 위로 살살 구르다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이글로 연결되었습니다. 전반 9홀을 마쳤을 때 마다솜의 중간 성적은 12언더파. 9언더파인 2위 윤이나를 3타 차로 멀찌감치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 11, 12, 13번 홀까지 내리 4 연속 버디를 기록하는 경이로운 일이 벌어져 마다솜은 16언더파로 사실상 대세를 굳혀버렸습니다.

 

특히 11번 홀의 버디는 무려 10m가 넘는 거리에서 잡은 것이어서 인간 마다솜의 퍼터 솜씨가 아니라 신이 대신해 준 퍼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마다솜의 버디 행진은 그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어라? 그렇지 않았습니다. 16번 홀(파3)에서 또 버디를 낚더니 17번 홀(파 5)에 이어 마지막 18번 홀(파 4) 공략에서도 아이언샷으로 1~1.4m까지 붙인 뒤 또 내리 3 연속 버디를 잡아낸 것입니다. 이로써 마다솜은 11언더파 61타로 단독 2위 윤이나(10언더파)와는 무려 9타 차인 '19언더파 우승자'가 된 것입니다.

 

마다솜의 이글과 줄버디 장면을 지켜본 3만 8,000여 명의 갤러리는 "우와!"라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계속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TV로 중계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어, 또 버디?", "아니 저것도 들어가?"라며 탄성을 질렀고요. 경기 장면과 시상식 장면까지 지켜본 필자는 마다솜의 경기 결과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라운드에서 8 언더까지 치는 것은 인간(투어 프로)의 몫이고 9 언더 이상을 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이날 마다솜은 혼자의 힘만으로 경기를 한 것이 아니라 신의 눈으로, 신의 손을 붙잡고 경기를 한 것이다!"

2024년 9월 27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하는 윤이나. (KLPGA)

 

마다솜의 우승 인터뷰에서 골프의 본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스윙의 한 두 가지 포인트만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라는 마다솜의 멘트에 골퍼들은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골퍼들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레슨을 통해 샷에 대한 많은 지식과 룰이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매 샷은 1초 안에 이뤄집니다. 아무리 감각이 뛰어난 골퍼라도 1초 안에 머릿속에 쟁여 두었던 수많은 골프 지식을 다 끄집어내기는 불가능합니다. 단순하게 머리를 비운채 경기에 임했더니 기적의 샷들이 나왔다는 마다솜의 멘트가 주말 골퍼들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치는 골프는 스윙의 한 두 가지만 생각하는 것이다. 라운드 땐 연습장에서 갈고닦을 때 담아두었던 복잡한 샷 원리를 깡끄리 잊어버려라. 그냥 단순하게 힘껏 휘둘러라."

 

한편 첫날 7언더파를 몰아친 선 윤이나는 사흘간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최종일 경기에서 마다솜의 기세에 꼼짝없이 눌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7번 홀까지 9언더파를 근근이 버텨대던 윤이나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성공시켜 10언더파로 단독 2위에 설 수 있었습니다. 윤이나는 시즌 통산 상금 10억 3,866만 원을 기록, 1위 박지영(10억 6,027만 원)과 2위 박현경(10억 4,294만 원)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로써  KLPGA 사상 처음으로 3명이 한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따라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윤이나는 남은 경기에서 더 분발한다면 상금왕을 차지할 여지도 남겨두었습니다. 마다솜의 한국체대 5년 후배인 윤이나와 마다솜과의 특별한 인연도 화젭니다. 윤이나가 2022년 남의 볼로 경기를 펼치는 오구 플레이를 했다가 징계를 받았을 때 마다솜이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고, 윤이나의 스코어를 확인하는 마커였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나란히 국가대표로 뛰었고, KLPGA 투어 동기이기도 합니다. 늦깎이 슈퍼 스타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마다솜과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 중인 윤이나에게 멋진 골프 인생이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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