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로봇 골프카트를 벌써 출시해 카트비를 크게 낮출 수 있는데도 골프장들이 이를 외면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전동카트로 폭리를 맘껏 취하고 있는 그 달콤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기획시리즈> 내가 만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면 ⑦
전동카트 이용은 캐디피와 연동..."고비용 요인"
초(超) 고비용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골퍼들의 대표적인 불만이 지나치게 비싼 카트비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원활한 라운드 진행을 이유로 전동카트를 투입하고 있고 카트 운행은 캐디가 맡고 있습니다. 골퍼들을 위해 전동카트를 투입한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파생적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데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골퍼 4명으로 짜이는 한 팀이 전동카트를 이용할 경우 현재 10만~13만 원의 팀당 카트비를 내고 있는데 이는 1인당 2만 5,000~3만 2,500원씩 할당됩니다. 여기다 14만~15만 원의 캐디피를 감안하면 3만 5,000~3만 7,500원씩 추가되어 골퍼 입장에서는 전동카트로 인해 꼼짝없이 6만~7만 원을 지갑에서 더 꺼내놓아야 합니다. 라운드당 6만~7만 원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독성을 가진 골프의 속성상 자주 골프코스를 나가야 하는 골퍼들 입장에서는 매번 6만~7만 원을 더 내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4월 11일 자에 내보낸 제 블로그 글 '"한국 골프장들, '카트비 폭리' 지나치다" <42> 편에서 골프장의 카트비 폭리에 대해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18홀 골프장이 전동카트 80대(대당 1,500만 원)를 구입한 뒤 팀당 10만 원씩의 카트비를 받고 굴리면 불과 6개월 만에 투자 원금 전액을 회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동카트는 통상 10년 정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골프장들이 9년 6개월 동안 이용료를 거둬들이는 구조여서 순수익은 무려 325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골프장들의 수탈적 행태 더는 못참아"...여론 악화
세상에 어떤 종류의 사업이 골프장들의 전동카트비와 같은 엄청난 이익을 취할 수 있나요? 이같은 폭리를 취한 원천은 힘없는 골퍼들을 짓밟고 빼앗아간 지갑 속 돈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부킹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약점을 악용, 골퍼들의 '피눈물'을 강요하는 겁니다.
그러나 골퍼들은 이런 골프장의 악질적인 행태를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매체들뿐만 아니라 유튜버, 저 같은 블로거들이 골프장의 행태를 거세게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론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입니다. 관계당국이 그 여론을 참작해서 골프장 폭리, 특히 전동카트비 폭리를 반드시 손봐야 할 과제로 대두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4세대 인텔리전트 로봇카트, 즉 '인공지능(AI) 골프카트'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2014년 창업한 주식회사 티티엔지(TTNG, www.talktalkgolf.com)의 '헬로캐디(HelloCaddy)'가 그것으로 이 AI 로봇카트는 놀라운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무게 30㎏, 720㎜×1,030㎜×865㎜ 크기, 최대속력 9㎞/h, 운행시간 7~10시간, 운행거리 15~25 ㎞이며 경사를 운행할 수 있는 등판능력은 15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국내 벤처업체 AI 로봇카트 '헬로캐디' 출시
적재용량이 50㎏이나 되기 때문에 어떤 캐디백도 실을 수 있습니다. 2020년 출고 당시 대당 가격은 350만 원(시스템 장착 시 380만 원)이어서 4인승 전동카트 구입비(1,500만 원)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로봇카트는 해외 수출이 시작된데 이어 국내에서는 경주 코오롱 가든골프장에서 운용 중입니다. 육군 골프장과 제주롯데스카이힐, 천안상록 cc, 블루헤런 cc, 고창 cc 등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등 이용이 확산 일로에 있습니다.
회사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람을 따라다니는 애완동물과 필드를 걷는 즐거움을 주는 '즐거운 라운드 친구' ▲골프백을 싣고 대상을 따라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추적 주행을 해주는 '편리하고 똑똑한 로봇카트' ▲IT를 활용, 라운드에서 필요한 캐디서비스 지원을 하는 '나만의 캐디' 등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길이 좁거나 장애물이 많은 곳은 수동모드 방식으로, 양팔 간격 이상의 여유가 있는 공간을 이용할 때는 자동모드 방식으로 운행한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바퀴 달린 로봇이 경기보조원인 캐디가 되어서 졸졸 따라다니니까 골퍼는 편안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로봇은 자율 주행 기능을 바탕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며 골퍼의 뒤를 따라가는데, GPS 기능으로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디스플레이(8인치)와 음성을 통해 코스 지도와 공략법, 홀까지 거리 등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골퍼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AI로봇카트 '확산 중'
이 로봇 캐디는 무선으로 통신하며 앞 팀과 안전거리를 알려주기 때문에 로봇 캐디들끼리의 충돌 등 안전상의 대책도 충분히 강구되어 있다고 합니다. 티티엔지를 의도적으로 홍보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어쨌든 AI 로봇카트는 골퍼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콘셉트의 셀프카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경주 코오롱 가든골프장의 2023년 4월 그린피는 주중 3만 9,000원, 금요일 4만 4,000원, 주말 5만 5,000원이고 AI카트비 요금은 9홀 7,000원, 18홀 12,000원입니다. 이 수준이면 일반 골프장 비용과 비교하면 카트비에서만 1만 5,000~2만 원 정도, 노캐디에 따른 캐디피 3만 5,000~3만 7,000원 등 5만~5만 7천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저렴한 그린피까지 감안하면 코오롱 가든골프장은 18홀 기준으로 주중 5만 1,000원, 주말 6만 7,000원의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코오롱 가든골프장은 AI 로봇카트 덕분에 노캐디 제도 시행에 따른 혜택을 더 많이 누리고 있는 셈이 됩니다. 전동카트를 고집하고 있는 각 골프장들은 캐디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정부는 캐디피를 지불하는 골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국인 캐디 수입을 허용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외국인 캐디 수입 허용 정책은 최악의 조치"
골프장 업주들이 캐디 구인난을 호소했을 때 정부는 먼저 골퍼들의 반응을 살펴야 했음에도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왜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헬로캐디를 골프장들이 쓰도록 유도하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외국인 캐디 수입이 허용되자 골퍼들 사이에서는 관계 당국이 골프장 업주들의 로비에 놀아났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국부 유출로 이어질 외국인 캐디를 쓸 것이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AI카트를 쓰도록 유도했다면 이 회사는 당연히 급속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티티엔지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것이고요. 올바른 정책 하나가 전 세계 골프장에 한국산 AI카트를 쫘악 깔 수도 있었지만 정부가 앞장서 이 같은 절호의 기회를 차단해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비싼 카트비를 계속 대야 하는 골퍼들도 분통이 터지지만 국가산업 육성 정책 측면에서도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입니다. 전체 국민 100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즐기는 대중화된 스포츠인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못하고 끝까지 사치 스포츠로 간주하고 정책을 밀고 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국내에 훌륭한 카트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데도 외국인 캐디 수입 정책을 밀어붙인 자들이 대한민국 공무원입니다.
"골퍼들 입장 외면하고 국내 업체 성장 기회도 차단"
그들에게는 국가공무원의 자존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곱만큼의 애민정신과 애국정신도 없다는 비판도 자초했습니다. 제가 만약 문체부 장관이라면 왜 이런 해괴한 엉터리 대책이 나왔는지 철저히 경위를 조사한뒤 신상필벌과 동시에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겠습니다.
오늘은 골프장 폭리 항목 중에 카트비가 차지하고 있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골퍼들의 염원과 희망이 담긴 AI로봇카트를 개발했음에도 외국인 캐디 수입을 허용한 정부 방침을 질타하는 내용을 다뤄봤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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