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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비행기서 낙뢰 맞고...홀인원 두 번 한 추억 <11>-②

by 마우대 2023. 2. 23.

-"쾅"하는 굉음과 함께 낙뢰에 기체 맞아 

창밖 하늘길에는 눈발이 기세 좋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40여분쯤 날았을까? 비행시간으로 봐서 부산~서울 항로 중간을 좀 넘어섰다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기체가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니 '크르렁' 소리와 함께 창밖에는 번개가 치기 시작했습니다.지상에서 늘 봐왔던 '비와 번개'가 아니라 좀처럼 볼 수 없는 '눈과 번개'의 조합이었어요. 
 
그런데 강설만이 장관이 아니었습니다.땅으로 내려치는 번개를 하늘에서 보는 것, 정말 색달랐습니다.기체가 심하게 요동친 이유는 항로상의 기층 상태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입니다. 창밖 여기저기서 번개들이 불기둥이 되어 '긴 잔상(殘像)'을 남기며 땅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너무 가까이 보여 마치 '번개 불기둥'을 손에 쥐었다가  홱홱 뿌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렇게 넋을 놓고 번개를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쿠앙!' 하는 굉음과 함께 불기둥 하나가 코 앞을 싹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곤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여러 번개 중의 하나가 우리가 타고 있던 기체를 강타한 것입니다.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비행기가 쪼개진 것 같았어요. 승객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으나 곧바로 조용해졌습니다. 너무 놀랐기 때문에 말문이 닫힌 걸까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맥이 탁 풀리면서 멍한 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아, 이렇게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구나!"  그런 침묵의 상태가 3~5분이나 지속되었는데,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고공에서 본 번개는 길고 긴 불기둥처럼 느껴졌다. (출처 : 픽사베이)

 

기내에 불이 들어오고 스튜어디스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승객 여러분! 많이 놀라셨죠?우리 항공기는 기상 악화로 인해 발생한 낙뢰를 맞았지만, 낙뢰에 대비한 시설(피뢰침 등)이 장착되어 있어서  정상 운행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김포공항까지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제야 기내에서는 휴!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튜어디스의 그때 그 목소리가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절망의 순간, 아내 얼굴 떠올랐다

침묵의 3~5분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처음에는 낙뢰를 맞았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악천후 속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날다가 비행기끼리 충돌했나? 김정은이가 쏜 미사일에 맞았나?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등등. 특히 어쩌면 이사고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스치면서 갑자기 떠오른 단한 사람. 아내의 얼굴이었습니다.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하니 정말 억울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그 순간 아내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지더군요. 부부의 정(情)이 그렇게 질기고 절실하다는 것을 절체절명의 순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안심하라는 스튜어디스의 목소리를 듣고 나자 비행모드로 돌려놓아 통화도 할 수 없는 휴대폰을 자꾸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긴 비행을 끝내고 우리가 탄 항공기는 환하게 불을 밝힌 김포공항 활주로에 부드럽게 내려앉았습니다. 다시 밟은 땅, 서울은 온통 하얀 눈세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시내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나 오늘 비행기 타고 가다 벼락 맞았소. 진짜 벼락 맞았다고. 근데 살았으니 오늘 복권 한장 살 거야."
"무슨 소리해요, 벼락을 맞다니?"
골프 홀인원을 할 확률이 높을까요? 아니면 비행기 타고 가다 낙뢰를 맞을 확률이 높을까요?
 
비행기서 낙뢰 맞고... 홀인원 두 번 한 추억 <11> -③으로 이어집니다.

 

 

비행기서 낙뢰 맞고 ... 홀인원 두 번 한 추억 <11>-①

골프를 치다가 홀인원을 기록하기란 벼락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합니다. 그만큼 홀인원이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그런데. 저는 벼락도 맞아보았고 홀인원을 두 번이나 기록한 적이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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