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다가 홀인원을 기록하기란 벼락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합니다. 그만큼 홀인원이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그런데. 저는 벼락도 맞아보았고 홀인원을 두 번이나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홀인원은 두 번 했다고 치자, 무슨 벼락까지 맞아? 벼락 맞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서 '인생골프'라는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지?" 라며 혼란스러워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벼락 맞은 기세로 홀인원을 한 저의 손을 꽉 잡으신 겁니다. 좀 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벼락 맞고도 끄떡없이 살아나 홀인원까지 한 그 '기세'를 나눠 가지시는 셈이 되겠군요.
그럼 지금부터 벼락을 맞은 처절하고도 황당한 경험, 홀인원을 두 번 한 황홀한 경험에 대해 최대한 기억을 살려 '사실대로' 털어놓겠습니다. 믿기지 않을 저의 경험담은 시작됩니다.
참고로 골프와 번개는 상극(相剋)입니다. TV에서 골프 중계를 할 때 보셨겠지만 번개를 치거나 번개를 칠 우려가 있으면 무조건 골프경기를 중단시킵니다. 이유는 선수와 갤러리가 낙뢰를 맞아 숨지거나 다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번개가 치면 골프 클럽이나 우산, 휴대폰을 만지지 말고 클럽하우스나 건물 안으로 긴급히 대피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벽에 기대지 않는 것도 번개를 피하는 요령입니다.
번개의 온도는 30,000도에 이릅니다. 이는 태양 표면보다 5배 더 뜨거운 것입니다. 또 번개의 평균 길이는 2~3마일이고 너비는 2~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미국해양대기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번개 사망 및 부상사고의 5%가 골프코스에서 발생할 정도라고 하니, 골퍼라면 절대로 번개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상경 하늘길서 '번개 불기둥' 장관 즐기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인 2017년 초겨울(11월 하순경). 저는 거의 매주 금요일 오후 회사일을 마치고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부산의 집으로 내려왔고, 일요일 오후에는 비행기로 상경했습니다.
문제의 그 일요일 오후. 비행기(오후 6시인지, 7시인지는 기억이 가물거립니다)를 타기 위해 김해공항에 도착해 보니 벌써 어두웠고, 쌀쌀한 날씨 속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한기를 느낄 정도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기내 오른쪽 창가 예약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니 날개에 달린 라이트의 불빛이 전방을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여 있었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비행기는 순조롭게 이륙했습니다. 부산~서울 항로의 최고 고도(해발 6,000m 전후)에 진입하니 하늘에는 눈이 엄청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좌석 오른쪽 창(窓)을 통해 앞날개 라이트가 비추는 불빛을 통해 눈 내리는 광경을 훤히 볼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하늘길에서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강설(降雪)의 장관'은 그날 처음 목도했습니다. 땅에서 본 눈 내리는 장면과 비행기를 탄 채 하늘길에서 본 눈 내리는 장면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선 높은 고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행기에서 본 눈발의 크기는 주먹만 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눈은 엄청난 기세로 아득히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같았습니다. 하늘 빽빽이 쏟아지는 그 '폭포수 눈'의 장관에 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폭포수로 보인 이유는 비행기가 시속 700㎞의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느낀 착시현상 때문이었을 겁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깝더군요. 창밖을 주시하느라 한쪽으로만 계속 쳐다보는 바람에 목이 아팠지만 저는 비행 내내 잠시도 '폭포수 눈'의 장관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서 낙뢰 맞고... 홀인원 두 번 한 추억 <11> -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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