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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치명적인' 골프 사고 도사리고 있다
골프가 신나고 재미있지만 골퍼들은 '어이없이, 치명적(致命的)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고 라운드에 임할 때가 많습니다. 어이없다? 치명적이다? '어이없다'는 표현은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힌다는 뜻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게 골프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골프가 '어이없이 치명적으로 위험한' 스포츠라는 사실을 적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골프가 왜 어이없이 치명적으로 위험한지, 필자가 직접 당했거나 전해 듣고 목격한 '어이없는 경험' 3가지를 털어놓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2023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9일. 한 달에 한 번씩 부부 골프 모임을 하는 분 들하고 부산 H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구름 한 점 없었고 아침시간대였지만 섭씨 영상 3도 정도로 따뜻한 데다 미풍도 없어 겨울 라운드엔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겨울엔 날씨 상태가 라운드가 즐겁냐, 괴롭냐를 결정합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혹한에 라운드를 해야 할 땐 꽁꽁 언 손발에다 볼이 그린에서 통통 튀어 달아나면 무엇 때문에 사서 이 고생을 해야 하지?라는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사고'를 접한 그날은 겨울 아침인데도 그린이 얼지 않아 공을 포근히 받아주었고 "운 좋은 날 겨울 공친다"는 생각에 기분이 업 된 상태였습니다.
정강이뼈 부분 피격... 기력 쏙 빠져나가는 느낌
H 골프장 4번 롱홀에서 3번째 샷을 해서 온 그린을 시킨 후 필자는 비탈진 카트길을 걸어서 그린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앗!' 하는 소리가 들려 뒤로 돌아보는 순간, 뒤따라오던 동반자가 친 볼이 오른쪽 정강이를 강타해 버렸습니다. 목표라인에서 훨씬 벗어난 전방 옆라인으로 앞서가고 있었는데 심한 뒤땅성 훅이 걸리면서 '일격'을 당한 것입니다. 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상처 부위 쪽으로 쏠리고 기력이 쪽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강력한 스핀이 걸린 공에 맞았기 때문인지 피격 부위가 곧바로 벌겋게 부어올랐고요. 골프 입문 30여 년 만에 말로만 듣던 골프공에 호되게 얻어맞는 '첫 경험'을 한 셈입니다. 당시 두툼한 겨울 패딩 바지를 입지 않았다면 뼈에 금이 가거나 피부가 찢어지는 큰 부상(열창·裂創)을 입었을 겁니다. '정강이 뼈 피격 경험' 이후에는 본능적으로 동반자가 어디서 샷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 사례. 2019년 봄쯤으로 기억합니다. 필자의 지인이 모 골프장에서 부부모임 라운드 중 여성분이 벙커에 볼을 빠트리고 벙커 턱이 워낙 높아 몇 번이고 탈출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지인이 벙커샷 요령을 설명하면서 샌드웨지로 시범 샷을 하다 바로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내의 얼굴 오른쪽 광대뼈 부근을 클럽 헤드가 가격해 버린 겁니다.
벙커샷 시범 보이다 샌드 웨지로 얼굴 가격... 트라우마로
당연히 라운드를 즉시 중단하고 큰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얼굴뼈에 금이 간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시범 샷을 보이다 아내를 다치게 한 지인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 지인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벙커 샷을 할 때마다 당시의 악몽 같았던 기억이 자꾸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샷 실수로 이어질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입니다.
세 번째 사례는 필자가 직접 목격한 '어이없이 치명적인 사고'. 2017년 여름 서해안에 있는 모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회사 동료들과 전반 코스를 돌고 인코스 출발을 앞두고 티박스 주변 그늘 밑에서 앞팀 플레이어들의 티샷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티샷을 먼저 한 분이 카트 앞 좌석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플레이어가 티샷 한 볼이 심한 생크가 나는가 싶더니 '까앙~'하는 날카로운 굉음과 '아이코!'라는 비명이 동시에 귓전을 때렸습니다.
화이트 티에서 드라이버로 티샷 한 볼이 생크가 나면서 앞쪽에 있는 레이디 티 마크를 강하게 때린 뒤 튕겨져 나오면서 하필이면 앞 좌석에 앉아 있는 플레이어의 오른쪽 눈을 맞힌 것입니다. 공에 맞은 플레이어는 피가 흐르는 눈을 부여잡고 땅바닥에서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경기를 도와주던 여성 캐디는 울먹이며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요.
샷한 볼은 튀어서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캐디와 동반자들은 사색이 되어 얼굴을 감싸 쥔 채 울부짖는 플레이어를 카트에 싣고 잽싸게 코스를 빠져나가던 그 장면이 7년이 흐른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공을 맞은 그 플레이어는 '억수로 재수가 나쁜 날'에 걸리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골프클럽을 놓았을 것입니다. 골프는 14개의 클럽을 이용, 홀컵이란 타깃을 향해 앞으로 볼을 보내야 합니다. 그러니 플레이어들은 볼이 놓여 있는 후방에만 있으면 다칠 염려가 없다며 방심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세 번째 사례에서 보듯 치지 않은 골프 볼은 가만히 제자리에 있지만, 친 볼은 튀어서 어디로 날아갈지 모릅니다. 그러니 골퍼들은 항상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비를 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자기 방어책은 절대로 샷을 하는 동반자 전방에 나가지 않는 겁니다. 티 마크나 페이웨이 상에 있는 특설티, 모래통, 경사지에 있는 바위나 나무 등을 막고 뒤로 튀어나오지 않는 한 다칠 우려는 거의 제로입니다.
필자가 정강이에 볼을 맞은 이유도 샷 방향에서 옆쪽으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앞서 나갔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에서 사고가 나면 골프장-캐디-플레이어 등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 다툼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눈을 실명하고 나서,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은 뒤 억만금을 보상받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따라서 모든 골퍼들은 '한걸음 한걸음 조심', '한 샷 한 샷 조심'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골프공이 시속 300㎞로 날아가면 5m 앞의 전화번호부를 뚫어버릴 정도로 매우 위력적입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어이없는 실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라운드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나와 가족, 동반자, 캐디와 골프장을 위해서 골프장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웁시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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