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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매각의 교훈 <98>

by 마우대 2023. 9. 18.

2010년 10월 개장한 인천 송도 신도시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이 2022년 재벌인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 O & M에 매각되었다.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적자?"

 

2022년 6월 골프장 업계를 술렁이게 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명문 골프장인 잭니클라우스 gc(18홀)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재벌인 포스코그룹 계열사이자 부동산 관리자 회사인 포스코 O&M에 매각되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포스코 O&M은 2023년 3월 '포스코 와이드(POSCO WIDE)'로 사명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잭니클라우스 gc는 전설적인 골프 선수 출신인 잭니클라우스와 그의 디자인팀이 설계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특히 이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메흐르다드 야즈다니가 설계를 맡아 연면적이 1만 7,716㎡(5,359평)에 이를 정도로 호화로운 다층 구조로 지어져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 77만 1,912㎡ 규모의 골프 코스, 17만 4천㎡ 규모의 페어웨이 빌라까지 갖추고 있어 이곳을 처음 찾는 골퍼들은 기가 죽을 정도라는 평가를 듣고 있었습니다. 도전적이고 아기자기한 골프코스의 레이아웃을 자랑하는 데다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요.
 

세계적인 건축가인 메흐르다드 야즈다니가 설계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전경. 연면적 5,300여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로 웅장하면서도 호화롭게 지어졌다.

 

새 주인 찾아 나선 '특별한 사정' 뭘까? 

 

그런 잭니클라우스 gc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명문 골프장이 왜 적자 경영을 해야 했는지 의아해한 골퍼들이 많았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0년 10월 개장 이후 이 골프장의 적자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어떤 회사이든 적자를 이길 재간은 없는 법입니다. 결국 재력을 갖춘 새 주인을 찾아야 하고요. 잭니클라우스 gc도 외적으로는 웅장하고 호화롭게 보였지만 새 주인을 찾아 나선 데는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이 골프장은 국내 다른 어떤 골프장보다 유리한 곳에 입지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인천광역시의 방침에 따라 접근성이 탁월하게 좋은 도심지, 즉 송도 신도시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이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내장객 수가 적어 과다하게 투입된 초기 투자비용을 건지지 못할 때나 부실 경영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이 많은 수도권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한 골프장. 이 골프장 역시 막대한 초기자본을 투입해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지었다.

 

클럽하우스 연면적 5,300평으로 웅장

 

잭 니클라우스 gc는 명문 골프장을 짓는다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잭니클라우스 설계팀'을  불러들였습니다.  여타 골프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도전적이고 특징적인 설계를 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설계비를 부담했을 거고 까다로운 설계 조건을 맞추기 위해 골프장 건설비용도 만만찮았을 겁니다. 거기다가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긴 클럽하우스 규모도 무려 연면적 5,300여 평에 달할 정도로 웅장합니다.

잭니클라우스 설계팀을 얕보거나 건축가 메흐르다드 야즈다니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만, 과다한 초기비용이 투입되었다면 두고두고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골프장 소재지가 도시 외곽의 임야가 아닌 신도시 개발지이기 때문에 부지 구입비도 만만치 않았을 거고요. 또 2010년에 개장했으니까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비싼 이자 등에 발목 잡히는 등 금융비용도 예사롭지 않았을 겁니다. 
 

골퍼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자주 찾아서 도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골프장이면 만족한다.

 

접대받는 '유력자'들' 비싼 골프장行 부추겨 

 

잭니클라우스 gc는 개장 당시부터 비회원으로부터는 최고로 비싼 그린피를 받는 골프장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력자' 등 갑(甲)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이 골프장을 콕 찍어 접대 골프를 받고 싶어 했습니다. 저 역시 이 골프장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본사 임원(2015~2018년)으로 근무할 때인데, 마케팅 부서 부하직원들에게 왜 이 비싼 골프장을 가야 하느냐고 다그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골프장은 그린피에다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까지 합치면 다른 골프장에 비해 지출하는 비용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잭니클라우스 gc가 폭리를 취하는 골프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죠. 
 

한국엔 '명문 골프장'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막대한 초기비용을 들인 '허장성세 골프장'이 많다. 사진은 일본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 전경.

 

이젠 '재벌 골프장' ... 비싸면 국민적 지탄 우려

 

그렇다면 이 골프장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이용요금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정회원은 주중 주말 개별소비세인 21,120원만 부담하면 되고 카트비도 무료입니다. 그런데 지명회원은 주중 그린피는 21,120원이지만 주말 그린피는 210,600원으로 껑충 뜁니다. 비회원 그린피는  주중 300,000 원, 주말 400,000 원입니다. 비회원이 이 골프장에서 주말 라운드 한번 하려면 그린피만 4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재벌그룹 소유 골프장'이 되었음에도 골프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면 국민적 지탄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벌그룹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여전히 싸늘한 상황에서 다른 골프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그린피가 비싸다? 골프 인구 600만 명 시대를 맞아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야 할 재벌그룹 골프장이 폭리를 취하는 데 급급하다면 따가운 질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찾고 또 찾아도 부담이 없는 경제적인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야 한다.

 

'알차고 경제적 골프장' 지향해야

 

탐욕에 절어있는 한국의 많은 골프장들에게 잭니클라우스 gc의 매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속발전 가능한 골프장은 '초일류'를 내세운 호화판 골프장이 아니라 모든 골퍼들이 부담 없이 찾고 또 찾을 수 있는 '알차고 경제적인 골프장'입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알짜배기 골프장'들이 많이 들어서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