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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④
- "일본인의 자기 업에 대한 치열함·장인 정신 높이 사"
- "플라톤의 정의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 다하는 것"
- "2023년 한국 국민 수준 1940년대 영국만도 못하다"
- 일본 골프장 모든 직원들, 고객 제일주의 정신 무장
- 한국 골프장 수입 원천, 고객이 준다는 사실 알아야
- 일본 골프장 직원 친철함에서 '무서운 당당함' 느껴
-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국 골프 비용 "정말 창피하다"
역사학자인 박지향(朴枝香. 69. 여) 서울대 명예교수는 5월 25일 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우리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짚는 통찰력을 보였습니다. 골프 이야기를 하면서 왜 뜬금없이 역사학자 이야기를 거론하느냐는 생각을 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면 그 이유를 납득하실 것입니다.
박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이 깁니다만, 그중에서 제가 집중한 부분만 인용했습니다. 눈과 귀를 쫑긋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K컬처, K스포츠 등의 약진으로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분위기이다.
"폴 크루그먼과 같은 좌파 학자, 니얼 퍼거슨 같은 우파 학자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의 발전을 언급하며 최근 칭찬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신과 의식 수준, 법·제도 준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어림없다.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노래 몇 마디 갖고 우리가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거만(倨慢)을 떨어서는 안 된다."
박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아테네와 그리스는 세계 최초 민주주의로, 로마는 관용적인 제국 경영과 시민의식으로, 영국은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식으로 세계 역사에 이바지했다. 우리 민족도 물질적 풍요를 넘어 무엇인가 세계 역사에 남기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 역사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러려면 무엇이 절실한가?
"국민들의 수준(水準)이 높아야 한다. 세월호, 핼러윈 참사 같은 게 터지기만 하면 정부 탓, 남 탓만 하는 정신 상태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는다. 일본인의 자기 업(業)에 대한 치열함, 장인(匠人) 정신이 한국엔 얼마나 있나? 플라톤이 말하는 정의(正義)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이게 세계를 정복한 서양 근대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직결된다. 이 점에서도 한국은 너무 취약하다."
- 영국 국민과 비교하면 어떤가?
"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 영국은 1940년 5월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이니그마(Enigma)를 일찌감치 해독(解讀)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윈스턴 처칠은 해독한 이니그마 정보를 매일 보고받았는데, 그의 비서실장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 이 극비(極祕) 정보는 30년 동안 지켜졌다. 국가적 소명(召命)을 믿고 명령에 복종한 영국 국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애국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가 5월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나고야 골프장에 가서 일본인의 태도를 보고 느낀 점을 박 교수도 정확하게 짚어주었습니다. 바로 일본인들의 업(業)에 대한 치열함과 장인(匠人) 정신입니다. 저는 <63> 편(일본 골프장에 '숨겨진 강점들')에서 골프장의 모든 직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호텔 프런트 직원, 식당 서빙 직원, 셔틀버스 운전기사, 카트를 배정하고 수납하는 골프장의 나이 지긋한 남녀 직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객 제일주의의' 정신으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여러분들은 과연 한국 골프장 직원들이 업(業)에 대한 치열함과 장인(匠人) 정신을 갖고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업에 대한 치열함과 장신 정신은 누가 시킨다고 나오는 가치관이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의 수입 원천이 되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태도인 것입니다. 고객이 지갑을 열어 주기에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 덕분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가족들의 생계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 골프장 직원들의 친절함 속에서 결코 비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말씨, 잽싼 행동 속에서 '무서운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무서운 당당함은 한국 골프장들과 직원들의 행태와 비교되었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은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고객의 지갑만을 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골프장을 찾고 또 찾는 고객의 경제적 사정은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골프장 라운드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골프장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한번 들여다볼까요? 프런트 직원(주로 여성)들에게서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는다는 생각을 한 골퍼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들은 무표정하고 딱딱한 얼굴로 고객을 대합니다. 고객에 대한 감사함은 전혀 읽을 수 없습니다. 또 아침 일찍 라운드를 할 땐 그린이 이슬에 잔뜩 젖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팅을 하면 볼이 구르다가 물방울에 막혀 서면서 타수를 까먹기 일쑤입니다. 해가 떠서 그린의 물기가 마르면 라운드를 시작할 때보다 볼이 너무 잘 굴러 또 타수를 까먹어야 합니다.
이런데도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이슬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합니다. 이유는 그린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출근이 늦기 때문입니다. 조기 출근을 시키면 인건비가 더 들기 때문일 겁니다. 또 티잉구역엔 나이나 성별에 맞게 공략 거리를 차등화한 티 마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이트 티(레귤러 티)가 아닌 블루 티나 챔피언 티에서 티샷을 하고 싶은 플레이어는 담당 직원 출근이 늦는바람에 화이트 티에서 티샷을 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인건비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더 들더라도 담당 직원을 일찍 출근시켜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 놓아야지요. 비싸게 받는 그린피 어디에다 씁니까. 일본 골프장에서는 모든 거리의 티 마커가 딱딱 열려 있습니다. 블루 티나 챔피언 티에서 치고 싶은 고객을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해놓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 골프장들의 서비스는 엉망이면서 비용은 세계 1등으로 비쌉니다. 그린피 20만 원, 30만 원, 40만 원에다 카트비 10만~13만 원, 캐디피 14~15만 원을 받고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줄 일아야 합니다.
전 세계인들, 특히 대한민국을 포함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자유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유는 골프가 인간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부분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박지향 교수는 아테네와 그리스가 세계 최초 민주주의로, 로마가 관용적인 제국 경영과 시민의식으로, 영국이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골프장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행렬'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동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과 같이 탐욕에만 매몰되지 않으면 됩니다. 절제된 비용 정책에다 고객 제일주의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는 쪽으로 거듭 태어나면 됩니다. 그렇게 해야 지속가능한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모든 골퍼를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업(業)에 대한 치열함이고, 장인(匠人) 정신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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