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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일본 골프장에 '숨겨진 강점들' <63>

by 마우대 2023. 5. 17.

<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③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학산빌리지 골프장 퀸 코스에 서 있는 대형 입간판. 이 입간판에는 2019년 일본여자오픈골프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하타오카 나사 선수의 사진과 1968년 제1회 대회부터 52회 대회까지 우승자 사진이 모두 담겨 있다.

 
"자랑할 게 있으면 확실하게 자랑하자."

저는 4박 5일 동안 일본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면서 이 골프장의 강점이 무엇일까를 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왜 일본인들이 변함없이 이 골프장을 아끼며 찾아주는지가 궁금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골퍼들이 줄을 서서 이 골프장을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핀 결과 자랑할 것이 있으면 확실하게 꺼내놓고 자랑하자는 것이 일본 골프장의 전략임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비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자주 찾는다면 너무 싱거울 겁니다. 무엇인가를 던져주거나 풍기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을 때 고객들은 그것이 좋아 그 골프장을 찾고 또 찾게 됩니다. 이런 '품격 있는 메시지'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은 한국 골프장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의 전략은 딱 하나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거나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고객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것이 한국 골프장들의 전략이고 목적입니다.
 

 

 

-자랑거리는 확실히 자랑하는 게 일본 골프장 전략

-2019년 일본 여자오픈대회 사진, 영상 골프장 도배

 

-유소연· 전인지·송보배·고우순 사진 걸려 어깨 우쭐

-"버스 플리즈" 외치면 언제라도 달려오는 셔틀버스

 

-모든 직원들 '고객 제일주의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

-한국 골프장 업주들, 골퍼들의 '억울함' 외면 말길 

 

코코파 리조트 골프장이 가장 으뜸으로 내세운 전략은 2019년 자신의 골프장에서 치러진 제52회 JLPGA 일본 여자오픈 골프 선수권 대회를 개최한 사실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메이저 여자프로 대회를 치른 명문골프장임을 고객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지요. 학산빌리지 골프장 측은 클럽하우스 바로 앞 퀸 코스 1번 홀 티박스 부근에 대형 입간판을 세워 당시 대회 우승자 하타오카 나사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과 역대 대회 우승자들의 사진을 함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68년 제1회 대회부터 52회 대회까지 모든 우승자의 사진을 연도별로 배열하고 있었는데, 우승자들의 사진 속에는 2017년 우승자 유소연, 2015년 우승자 전인지, 2005년 우승자 송보배, 2002년 우승자 고우순 등 우리나라 선수들의 사진도 자랑스럽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우승자들의 사진은 학산빌리지 골프장 클럽하우스 파우더룸으로 가는 복도 벽에도 걸려 있었습니다. 모든 고객이 우승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전략인 것 같았습니다.
 

코코파 리조트 클럽은 2019년 일본여자오픈골프선수권 대회 개최지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클럽하우스 대식당에 대회 엠블럼을 달거나 골프장 그린 홀 깃발에도 대회 엠블럼 도안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가 2023년인데도 클럽하우스 대식당에 설치된 TV 모니터에는 4년 전인  2019년 대회 때 TV로 중계된 영상이 매일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은 식사를 하면서 4년전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눈에 잘 띄는 대식당 배식구 쪽 천장에 대형 대회 깃발을 매달았고, 인근 미에학산골프장 클럽하우스에도 우산형태의 대회 깃발을 달아놓았습니다. 일본골프장은 이처럼 자랑할 게 있으면 두고두고 확실하게 자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코코파 리조트클럽의 또 다른 강점은 250만 평이 넘는 광활한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숙소들(호텔, 코티지 빌리지)과 72홀 규모의 골프장 등을 지체 없이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입니다. 예컨대 우리 일행은 통나무 숙소인 코티지 빌리지 508호에 묵었는데, 골프장이나 대온천탕이 있는 샤토피닉스 호텔이나 식당이 있는 아자리아 호텔로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불러야 했습니다.

 

공용전화 9번을 누르고 "버스 플리즈(Bus Please!)"라고 호출하면 즉시 셔틀버스가 달려왔습니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는 아침시간, 늦은 밤에도 항상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웃음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셔틀버스 기사의 친절하고도 낭랑한 목소리를 통해 대접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호텔 프런트 직원이나 식당에서 서빙하는 직원들의 말씨나 행동에서도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라운드 시작 전 카트 배정을 하고 라운드 이후 카트 접수를 담당하는 나이 지긋한 골프장 소속 남녀 직원들도 하나같이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며 플레이어들의 골프백을 열고 수건으로 클럽헤드를 열심히 닦은 뒤 다음날 라운드에 대비, 캐디백을 보관장소로 보냈습니다. 코코파 직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프로'였으며, 진지하고 성실한 그들의 태도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먹거리 제공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리조트 클럽의 다양한 시설에 마련되어 있는 식당에서 해산물 샤브, 창코나베, 소고기 숯불구이, 샤부샤부 등의 다양한 식사가 고객들에게 제공되었습니다. 매일 아침에는 학산빌리지 골프장 클럽하우스 대식당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이 제공되는 뷔페식 조식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라운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을 중시하면서 자랑할 거리가 있으면 확실히 자랑할 줄 아는 일본 골프장은 오직 한 방향으로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고객 제일주의가 그것입니다. 고객인 골퍼들을 하늘같이 모시고 고객이 만족할 때 자신들도 보람을 느끼는 그런 자세라고나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린피나 숙박료, 식음료대 등 비용을 마구 올리는 행태를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객을 봉으로, 호구로 삼는 한국 골프장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고객 제일주의 정신'이 일본 골프장에서는 시퍼렇게 살아 있었습니다.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또 다른 골프장인 미에학산 골프장 클럽하우스 로비에도 우산 형태의 2019년 대회 엠블럼이 걸려 있다(좌). 언제든지 출동 준비가 되어있는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코코파 리조트의 셔틀 버스(우).

 
한국 골프장 업주들,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 정말 각성해야 합니다. 서비스는 대충 제공하면서 자기 나라  골퍼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서 잇속만을 챙기려는 행태,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 특히 골프장 업주들에게 따지고 싶습니다. 그린피만 20만 원, 30만 원, 50만 원인 남의 골프장에 가서 카트비 10만~13만 원에다 캐디피14만~15만 원을 더 내고 라운드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분명히 속으로 "왜 이렇게 비싸? 정말 나쁜 골프장이네!"라고 할 거잖아요. 순진한 한국 골퍼들은 현재 골프장에 갈 때마다 그렇게 억울해하고 있다고요. 그대들의 끝없는 탐욕 때문에....

경남 양산에 있는 모 골프장이 5월부터 카트비 1만 원, 주중 및 주말 그린피 1만 원씩을 또 올렸다고 합니다. 골프장 업주들의 이런 무자비한 탐욕 행진, 정말 한심합니다. 그러나 골퍼들의 지갑 사정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한국 골프장들에게 불어닥칠 그 끝은 '공멸'일 거라고 봅니다. 골프장 업주들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그대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특별한 별나라에서 왔습니까? 국민과 600만 골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제발 정신들 차리기 바랍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