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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일본 골프장의 최대 강점은 '셀프 카트제' <62>

by 마우대 2023. 5. 16.

<일본 나고야 골프장을 가다> ②

 

일본 코코파 리조트 골프장들은 때로는 페어웨이에서 카트 운행도 가능하다고 한다. 페어웨이로 직접 카트를 몰고 다니며 라운드를 즐기는 것은 골퍼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셀프 카트제로 노캐디 가능... 비용 획기적으로 줄여 

-디젤엔진이지만 카트비 무료여서 가성비는 '대만족'

-첫날엔 다소 헤맸지만... 이튿날부터 협업으로 '척척'

-카트 정지장소, 다음홀 이동 표시 등 잘 갖춰져 있어

-거리, 코스맵, 그린 등 한눈에 볼 수 있는 내비 장착 

-한국 일부 골프장 노캐디제 시행 개시... 확산 주목 

 

저는 일본 골프장의 최대 강점으로 셀프 카트제도를 꼽고 싶습니다. 이 셀프 카트제도가 골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코파 골프장의 카트는 전동 엔진이 아닌 디젤엔진이어서 부릉부릉, 털털털 소음이 있고 약간의 매연이 코끝을 괴롭힐 때도 있었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대만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골프장은 카트비가 무료입니다. 한국 골프장들이 전동카트를 밀어 넣고 한 팀당 10만~13만 원씩 카트비를 받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한국 골퍼들은 골프장들이 카트비를 별도로 받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골프장이 카트를 투입한 것은 골퍼들의 편의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그 속내는 한 팀이라도 더 돌려 이익 극대화를 꾀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1,500만 원짜리 전동카트 한 대를 투입해서 팀당 10만 원씩의 카트비를 별도로 받을 경우 모든 경비를 제하고도 6개월 만에 본전을 뽑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동카트는 한번 투입하면 통상 10년간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6개월 만에 본전을 뽑을 수 있고 무려 9년 6개월 동안 고스란히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KBS는 보도했습니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전동카트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그래서 골프장들이 카트를 고객을 위한 편의 장치나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탐욕을 실현하는 고리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골프장들의 행태를 볼 때 망측한 이유를 들이대며 카트비를 또 올릴 궁리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난 5월 8일 처음 방문한 일본 나고야 학산빌리지 골프장은 소문대로 카트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캐디도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카트를 몰며 라운드를 하는 것이죠. 그린피는 차치하고라도 이 부분에서 한국 골프장과 일본 골프장 간에 큰 비용 차가 발생합니다. 한국 골프장을 이용할 때 강제적으로 내고 있는 카트비 10만~13만 원, 캐디피 14만~15만 원 등 팀당 24만~28만 원을 학산빌리지 골프장에서는 내지 않아도 되니 한국인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코코파 리조트의 미에학산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 정차되어 있는 카트들. 이 골프장에서도 플레이어들이 직접 카트를 몰고 라운드를 해야 한다.

 
4박 5일간의 코코파 리조트 클럽의 골프 라운드는 일본을 방문한 1일 차 9홀(학산빌리지 골프장 퀸 아웃코스), 2일 차 27홀(학산빌리지 골프장 퀸 아웃-인-아웃코스) , 3일 차 27홀(미에학산 골프장 아웃-인-아웃코스), 4일 차 27홀(학산빌리지 골프장 킹 아웃-인-아웃코스), 귀국하는 5일 차  9홀(미에학산 골프장 아웃코스) 등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3개 골프장 모두 하나같이 명문답게 훌륭한 레이아웃과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코스 관리, 웅장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이런 멋진 골프장에서 동반자들이 서로 협업의 정신으로 카트를 직접 몰며 라운드를 하니 기쁨과 즐거움은 두배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첫날에는 골프 코스도 낯선 데다 카트를 누가 몰아야 할지 몰라 약간 허둥댔습니다. 그러나 적응력 면에서는 세계 1등인 대한민국 국민답게  2일째 라운드 때에는 긴밀한 협업체제를 구축, 아무런 문제 없이 척척  카트를 몰 수 있었습니다. 카트를 세운 곳과 낙구 지점이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플레이어가 잽싸게 샷을 한 뒤 카트를 모는 식입니다. 또 먼저 온그린을 시킨 플레이어가 퍼터 4개를 그린 주변에 갖다 놓고 그린에서 가장 멀리 있는 플레이어가 카트를 몰고 지정된 카트 정지선에 갖다 놓으면 됩니다.
 

일본 학산빌리지 골프장 카트도로 변에 카트를 정지시키라는 스톱(STOP)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부부가 라운드를 할 때는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남편들이 카트를 주로 몰거나 클럽과 퍼터를 전해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큰 불편 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앞팀과 뒷팀의 플레이를 감안, 홀 중간과 그린 주변에 카트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도록 별도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스톱(STOP)'이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또 착오없이 다음 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카트도로 면에 큼직한 '화살표(→)'가 그려져 있고 '다음 홀(NEXT TEE)' 표시를 한 팻말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카트 운전석 전면에는 '로케이트 마스터스'라는 큼직한 화면의 내비게이션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내비에는 티잉 그라운드별 총거리와 정차된 카트 위치에서 홀컵과의 거리, 벙커 위치, 페어웨이, 그린의 크기와 모양 및 경사도 방향, 깃대 설치 위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집중력을 발휘하면 홀을 공략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또 까마귀들이 많기 때문에 고객이 준비한 음식물이나 지갑 등을 노릴 수 있다는 경고멘트가 쉼 없이  이 내비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실제로 우리 팀 동반자 중에는 까마귀가 음식물과 함께 골프장에 반납해야 하는 결제 키를 물고 가버려 2만 원을 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라운드를 할 땐 음식물이나 카드 등 귀중품을 백이나 주머니에 단단하게 싸 놓아야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한국 손님이 많아서인지 한글 자막과 함께 경고메시지가 계속 흘러 나왔습니다.


일본인들은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한국 골프장에서는 앞팀이 두고 간 클럽이나 장갑 등 용품을 발견하면 주워서 찾으러 온 주인에게 전하거나 골프장 측에 보관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우리 동반자 중에서 한 사람이 깜박하고 샌드웨지를 숏홀에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카트 담당인 제가 카트도로를 역주행을 하며 뒷팀에게 클럽을 습득했느냐고 물었으나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두 홀이나 더 역주행을 해서 숏홀에 가보니 그린 프린지에 클럽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들은 안전을 이유로 카트 운행을 캐디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골퍼들은 카트비에다 캐디피까지 부담하고 있습니다. 많은 골퍼들이 노캐디 선택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골프장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모 골프장이 하루에 몇 팀 씩 노캐디 라운드를 시행한 결과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한국의 모든 골프장들도 카트비 무료화와 함께 노캐디 선택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자주 라운드를 하고 싶은 게 골퍼들의 공통된 바람이라는 사실을 한국 골프장들은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