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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자책 핑계' 골프 발전 계기로 <8>

by 마우대 2023. 2. 18.

-골프 경기 왜 핑계가 많을까

골프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가며 경기에 임하는 스포츠입니다. 당연히 경기 결과도 플레이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며 남 탓을 할 수가 없습니다. 축구, 배구, 농구, 야구, 탁구, 테니스, 수구 등 거의 모든 구기종목은 동료와 함께 팀 경기로 상대팀과 승부를 겨룹니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전략을 펼치고 상대팀의 기세를 꺾기 위해 왁자지껄 고함을 치거나 심지어 몸싸움까지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골프는 조용한 가운데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정중동(靜中動)'의 경기이자 혼자서 고요히 버텨야 하는 '침묵의 경기'입니다. 프로선수의 경우 클럽 선택과 퍼팅 라이 살피기 등을 할 때 캐디의 도움을 받기는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는 선수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게 대회를 치르는 2~4일(2~4 라운드, 라운드당 18홀) 동안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자신과 피 말리는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합니다. 물론 아마추어는 골프장 캐디의 도움 속에 한 라운드(18홀)만으로 경기를 끝내지만, 자신의 책임하에 경기를 치르는 방식은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대회 당일 자신의 컨디션과 날씨 등을 먼저 파악한 뒤 경기에 임합니다. 각 홀에 서면 코스 길이, 좌우 OB유무, 벙커와 해저드 유무, 오르막이나 내리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코스 공략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한 샷 한 샷을 날립니다.

 

골프는 플레이어 혼자서 결단을 내려가며 경기에 임해야 하는 개인 경기이다. 그래서 골프를 치면서 샷 결과에 따라 자신을 향해 수많은 핑계를 날린다. (출처 :펙셀스)

 

골프를 하다보면 개인 경기여서 그런지 샷을 두고 참으로 많은 핑계가 터져 나옵니다. 초보때 지인과 골프를 치면서 들은 핑계와 관련해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분 왈, "골프의 핑곗거리가 모두 200여 가지 정도 되는데 마지막 핑계가 뭔지 아느냐?"라고 물어왔습니다, 모른다고 하자 "오늘은 안되네"가 마지막 핑계라고 해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핑계는 평소에는 잘 치는데, 오늘만 공을 잘 못 치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골퍼마다 내놓는 핑계는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구력이 쌓여 갈수록 동반자들로부터 온갖 핑계를 들었고, 저 자신도 수많은 핑계를 날렸습니다. 우리나라 골프인구가 600만 명 정도 되니까 핑계 수는 200개가 아니라 600만 개, 6천만 개 이상, 아니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을까요?

 

-골프의 나쁜 핑계 좋은 핑계

제가 경험한 가장 치졸한 골프 핑계는 샷을 잘못해 놓고 그 책임을 캐디 탓으로 돌린 것이었습니다. 골프가 자신의 책임하에 경기를 한다는 점을 잊고 샷 잘못의 이유를 자신도, 동반자도 아닌 캐디한테 원인을 돌리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오래전에 겪은 황당한 경험입니다. 한 동반자가 그날따라 내기를 크게 하자고 졸랐습니다. 그런데 동반자가 샷이 흔들리면서 냉탕 온탕 하더니 갑자기 캐디(여성)에게 벌컥 성을 냈습니다. "그 따위로 거리를 불러 주느냐. 왜 그렇게 퍼팅 라이를 못 봐주느냐. 너 같은 캐디는 처음 봤다."라면서 몰아붙였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캐디는 수년간 그 골프장에서 근무를 한 베테랑이었는데, 갑자기 그 동반자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는 황당해하며 울먹거리기도 했어요. 순간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 버렸지요. 이런 식의 '폭언 핑계'는 자신의 책임 하에 라운드를 하도록 돼 있는 골프 정신을 크게 훼손한 행위입니다. 또 캐디가 폭언을 문제 삼을 경우 자칫 형사적 책임을 질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도 썩 좋지 않은 핑계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라운드 도중 샷이 잘 안될 때 혼자서 먼 산을 보고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는 동반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이 내뱉는 말은 순간적으로 집중하지 못해 샷을 실수했다는 '자책성 핑계'가 대부분입니다. 동반자나 캐디에게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내뱉는 핑계는 오히려 권장할만합니다. 왜냐하면 망친 샷을 머릿속에 계속 담고 있으면 다음 샷을 또 망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거듭 지적하지만 골프는 스스로 책임지는 운동입니다. 남 탓 핑계보다는 조용히 자신을 탓하는 핑계여야 합니다. 그런 자책 핑계는 골프 실력이 늘어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경기인만큼 스스로 반성(핑계)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책 핑계'는 열심히 싸운다는 증거

고수가 되면 좀처럼 경기중에 핑계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로 실수한 샷이 나왔는지 이미 알고 있는 데다, 핑계를 해봤자 스스로 구차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수도 인간인만큼 마음속으로는 핑계를 대거나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을 것입니다. 골퍼가 라운드 도중에 핑계를 댄다는 것은 집중해서 자신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내 탓 네 탓 수염 탓', '일 못하는 놈이 쟁기 나무란다'.
핑계와 관련한 속담입니다. 이렇듯 핑계는 제 탓이 아닌 남 탓, 장비탓 한다는 좋지 않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나 골프를 칠 때 핑계를 터뜨릴 때 절제력을 발휘해서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골프 발전에 '쓴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라운드를 하는 도중에 듣게 되는 '골프의 핑계'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