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골퍼들
한국의 겨울 골프를 논하기 전에 알아야 할 상식이 있습니다. 한반도가 지구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위도와 경도로 짚어보겠습니다. 지구의 위도는 적도로부터 남쪽(남극점까지)으로 90도, 북쪽(북극점까지)으로 90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북한을 제외하고 실효지배 지역인 남한(대한민국)만 보았을 때 최북단(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강리)이 북위 38.61도(°), 최남단(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의 마라도)이 북위 33.11도(°)에 위치합니다.
법적으로는 이미 우리의 국토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 땅이 되어야 할 북한은 최북단(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리)이 북위 43.01도(°), 최남단(황해남도 강령군 옹도)이 북위 37.66도(°)입니다. 남한지역은 약 5.50도, 북한 지역은 5.35도의 위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한반도 전체로는 9.90도의 위도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참고로 지구의 좌표축의 세로선인 경도는 360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한반도의 경도는 최서단(북한의 평안남도 신도군) 동경 124.16도, 최동단(남한의 경북 울릉군 울릉읍) 131.87도로 7.71도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북반구 온대지역에 위치에 있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겨울이 3~5개월이나 될 정도로 깁니다. 겨울의 기온은 제주도가 영하 10~15도, 북한지역은 무려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에 노출될 때가 종종 있지요. 파란 잔디 위에 공을 놓고 경기를 해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입니다. 혹한과 맞닥뜨려야 하는 한국 골퍼들은 겨울이 되면 슬퍼집니다. 강추위와 폭설 등 악천후가 이어지는 겨울에는 한시적으로 문을 닫는 골프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많은 골퍼들이 비행기에 백을 싣고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인 태국이나 베트남 등 따뜻한 나라로 날아갑니다. 며칠 전 제가 자주 가는 골프장의 관상수 홍매화들이 꽃망울을 터트려 봄이 성큼 다가섰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골퍼들은 벌써 파란 잔디 위에서의 샷을 상상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을 겁니다.
-한국인이 세계 골프를 주름잡는 이유
골프는 날씨와 관계없이 야외에서 펼쳐야 하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혹한이 오면 한국인의 유별난 골프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 골퍼는 영하 10도로 떨어져도, 삭풍이 불어도, 눈비가 와도 골프장 문만 열어 놓으면 용감하게 필드에 나섭니다.
여러 겹의 방한복을 걸치고 방한용 신발, 방한용 장갑에다 두꺼운 양말도 겹쳐 신고 필드에 나섭니다. 감고 있는 털 목도리와 두꺼운 마스크를 벗어야 동반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손끝과 발끝이 너무 시려 아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골프가 좋아서 스스로 그런 고생을 감수합니다. 만약 강제로 시켜서 그 추위 속에 그들을 필드에 내보낸다면 난리가 날 것입니다.
저는 강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골퍼를 볼 때마다 '정말 강한 민족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최빈국의 설움 속에 6.25 전쟁을 치르고 그 참혹한 폐허를 딛고 '한강을 기적'을 일궈낸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거쳐 선진국 대열에까지 올라선 나라가 한국 아닙니까? 경제대국을 넘어 K-팝과 K-드라마 등 K-컬처로 문화대국에 올라선 나라가 한국 아닙니까? 이런 자랑스러운 나라로 우뚝 선 데는 강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고, 열사의 나라 사막폭풍도 겁내지 않고 수로를 건설해 내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한국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세리, 최경주, 박인비, 김시우, 임성재, 이경재, 김효주, 최나연, 전인지, 이정은6, 김주형....
이들 한국인 골퍼는 LPGA나 PGA 등 세계 무대에 나가 당당히 트로피를 들고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땅덩어리가 좁고 산지가 많은 데다 겨울이 길어서 골프를 하기엔 모든 악조건을 갖춘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자란 골퍼들이 세계무대를 석권하는데는 훈련으로 쌓은 실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바로 무쇠도 녹여버릴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잡초보다 더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이유가 '혹독한 겨울'이라는 악조건에서 달궈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겨울골프에서 집중할 부분은 '구질'
강추위, 강풍, 눈비, 마른 잔디, 꽁꽁 언 페이웨이와 그린, 겹겹이 껴입은 옷차림 등등은 겨울 골프에서는 반드시 만나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이런 악조건이라도 동반자와 필드에 나서면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18홀을 소화해야만 합니다. 앞서 열거한 겨울 골프의 모든 조건은 기대한 만큼의 스코어를 낼 수 없도록 주어진 '환경적 요건'입니다. 그러니 겨울공을 치면서 마음먹은 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게 정상입니다.
골퍼 입장에서는 아무리 겨울이지만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10타, 20타를 더 치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리한 샷을 하게 됩니다. 줄어든 비거리를 만회하겠다며 힘을 많이 주게 되고 동작도 커집니다. 특히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공이 통통 튀어 멀리 도망가기 때문에 위축된 샷을 하기 마련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샷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겨울 내내 위축된 샷을 하다 보면 엉뚱한 버릇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만약 그런 상황까지 갔다면 골퍼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를 번 꼴이 된 것과 같습니다. 나빠진 샷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샷 교정을 해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겨울 골프는 스코어를 목표로 하지 말고 건강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즐기라는 뜻이지요. 평소에는 파를 할 수 있는 홀이지만 보기를 해도, 더블보기를 해도 자책하지 말고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는 거지요.
그러나 겨울 골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봅니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구질을 공중에서는 확인하는 겁니다. 겨울공은 꽁꽁 언 페어웨이나 그린에 떨어지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똑바로 보냈는데도 공이 엉뚱한 데로 튕겨 심한 경우 OB라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겨울이라도 샷을 한 뒤 공중에서 날아갈 때 구질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 구질이 어떤지를 살펴보는데 집중하는 겁니다. 물론 '공중 구질'이 좋으면 당연히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습니다. 공과 클럽헤드의 탄성이 떨어진 만큼 평소보다 한 클럽 더 잡아야 한다, 티샷은 무조건 페어웨이 중앙으로 보내야 한다, 그린 앞 5m 주변에 공을 떨어트려야 한다는 등 겨울공을 칠 때 세세하게 유의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오늘은 겨울의 끝자락, 봄의 시작점에서 '겨울 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골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렵기만 한 '첫 티샷'의 정체 <9> (16) | 2023.02.19 |
---|---|
'자책 핑계' 골프 발전 계기로 <8> (6) | 2023.02.18 |
골프 '스윙 연습량'의 진실<6> (10) | 2023.02.16 |
대한민국 여성은 골프 산업의 '버팀목'<5> (6) | 2023.02.15 |
골프는 '스윙'보다 '생각'의 운동<4> (9)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