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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퐁당 퐁당' 골프공 ... "절 건져 주세요"<115>

by 마우대 2023. 11. 16.

골프장마다 배치한 워터 해저드. 워터 해저드는 난이도를 높여주는 장해구역이지만 골프장의 풍치를 멋지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한다. (사진 = 애독자 보라님 제공)

 

워터 해저드는 '로스트 볼'로 환경오염 

 

전 세계 골프장은 저마다 멋진 풍치(風致)를 자랑합니다. 골프장 설계자는 산과 들, 강, 바다, 호수, 연못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최대한 살리면서 골프 코스를 설계합니다. 때로는 산속 계곡을 건너야 하고 강과 바다 호수를 향하거나 가로질러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자연친화적인 골프장 설계 덕분에 골퍼들은 자연에 흠뻑 취한채 한 샷 한 샷을 날리며 페어웨이와 벙커, 워터 해저드를 건너뛰면서 기량을 뽐내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이런 자연에 대한 도전이 주는 희열이 크기 때문에 골퍼들은 골프장을 찾고 또 찾게 됩니다.

골프가 이렇게 자연친화적인 스포츠인데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구역이 있습니다. 바로 골프장 내에 설치된 워터 해저드(water hazard)가 그곳입니다. 워터 해저드는 골프 코스 안에 걸쳐 있는 바다, 호수, 연못(池), 하천, 도랑, 배수구 표면, 수로(水路) 등의 수역(水域)을 말합니다. 코스 설계자는 원래의 지형을 감안하거나 홀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워터 해저드를 배치합니다. 초보 골퍼들은 그린 앞에 워터 해저드가 있으면 괜히 위축되어 샷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프장의 워터 해저드.

 

워터 해저드, 풍치 살리고 난이도 조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워터 해저드가 골프장의 풍치를 살려주는 효과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건물을 지었을 때 전면에 인공 연못을 조성, 건물이 풍기는 딱딱함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노립니다. 이처럼 골프장이 잔디밭 일색으로만 조성된다면 너무 밋밋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잔잔한 물결을 볼 수 있는 워터 해저드를 곳곳에 배치해 놓으면 골프장 전체 분위기를 확 바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해 뜰 무렵 워터 해저드에서 자욱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런 워터 해저드가 왜 환경을 훼손하는 구역이 될까요? 바로 골프공 때문입니다. 골프공은 코어와 내피, 외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소재는 천연고무와 플라스틱입니다. 코어는 합성고무와 다양한 화합물질을 혼합해 만들고 내피는 아이오노머와 화학물질을, 외피는 라발론 엘라스토머나 설린, 우레탄 등을 이용해 제작합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골프공이 물에 빠지더라도 당장 화학적인 반응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물에 대해 불용성이기 때문에 물과 접촉하더라도 곧바로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골프장 해저드에 빠진 무수한 로스트 볼. 해저드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골프장 경관을 해치는 큰 원인이 된다.

 

장시간 물에 빠진 채 방치하면 오염 불가피

 

그러나 골프공이 물에 빠진 채 장시간 방치되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플라스틱 골프공은 자연 분해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물에서 오랜 시간 방치되기 십상입니다. 당장 환경오염의 위험은 없다고 하더라도 워터 해저드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물고기나 먹이를 찾아 골프장에 들어온 산돼지가 공을 먹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골프장 측은 해저드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 공이 물에 빠지는 수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수립이 요구됩니다.

물에 빠진 공이 많아지면 골프장 경관을 해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강우량이 적은 계절이나 가뭄 등으로 워터 해저드가 마르면 바닥은 물에 빠진 공 천지로 변합니다. 금방 물에 빠진 공은 골퍼들이 건진 뒤 닦아서 다시 쓰기도 하지만 물에 빠진 지 오래된 골프공은 이끼가 심하게 끼거나 변색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골프장마다 워터 해저드 바닥에는 흉물스럽게 버려진 공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해저드 로스트 볼이 많아질수록 환경오염, 자원 낭비와 함께 골프장 경관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골프장 워터 해저드에 빠진 로스트 볼들. 일부 골프장들은 주기적으로 수거업체를 불러 볼을 건져내고 있다.

 

물에 뜨는 골프공 사용시 100% 회수 가능

 

일부 골프장들은 1년에 한 두 차례 수거업체를 불러 로스트 볼을 건져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수년동안 해저드 로스트 볼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거업체는 잠수부를 고용, 야간에 골프장 해저드에서 로스트 볼을 건져 올려 세척 과정을 거친 뒤 골프용품 판매상 등에 개당 80~250원에 판매하고 있고, 골프용품 판매상들은 브랜드에 따라 개당 200~2,000원을 받고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골프장의 환경오염과 경관 저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거업체의 활약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골프장 해저드에 공을 빠트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미 상품화되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에 둥둥 뜨는 골프공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직경 1.68인치(42.67㎜) 이상에 1.62온스(45.93g) 이하'라는 골프공 규정을 지키면서 물에 뜨는 특수한 공을 사용한다면 물에 빠지더라도 100% 회수가 가능해집니다. 물에 쉽게 뜨는 공을 만들려면 골프공 내부에 경량의 우레탄 폼을 사용하고 플라스틱으로 된 외곽을 갖게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호수에 있는 수상골프연습장 전경(좌). 물 위에 둥둥 뜨는 연습공(우).

 

"대형 볼 제조사 물에 뜨는 공 개발 서둘러야" 

 

필자는 2023년 5월 말 경기도 용인시 기흥호숫가에 설치된 수상골프연습장에서 물에 뜨는 볼로 연습 샷을 한 적이 있었는데, 물에 뜨는 볼의 타구감이 물에 잠기는 일반 볼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골프 연습장은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골프공을 작은 선박을 타고 다니며 수거하고 있었습니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재료로 골프공을 만들거나 물에 뜨는 골프공을 만들도록 법으로 강제할 경우 골프공 제조사들은 연구진을 투입,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분해되고 그 플라스틱 미세 조각을 섭취한 어패류를 먹는 인간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골프장들이 환경오염 방지는 물론 해저드 바닥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 위에 뜨는 골프공 개발과 사용 확대가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적인 골프공 제조업체인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브릿지스톤, 스릭슨 등이 앞장서서 물 위에 뜨는 공 생산에 깊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