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낭자' 임진희, 2023년 KLPGA 투어 지배
2023년도 KLPGA 투어 일정이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CC에서 열린 서른두 번째 경기인 'SK쉴더스·SK챔피언십 2023'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투어의 총상금 규모는 317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28억 원이 증액되었고, 대회당 평균 상금액도 9억 7천만 원으로 3천여만 원이 늘어났습니다. 2021년과 2022년 투어에서는 각 6승씩을 거둔 박민지(26)가 압도적인 성적을 냈으나 2023년 투어에서는 시동을 늦게 건 임진희(任津希·25·안강건설) 프로가 4승으로 최다승자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2016년 KLPGA에 입회한 임진희는 점프투어와 드림투어를 거친 뒤 2018년 정규투어에 진출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드 전까지 치르는 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6월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 CC(파 72)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뒤 2022년 투어에서 '맥콜·모나파크 오픈 with SBS Golf'에서 1승을 거두는데 그친 '그저 그런' 선수였습니다. 그런 임진희가 2023년 투어에서는 '불꽃 샷'으로 4승이나 올렸고 상금도 11억 4,583만 원으로 목표액 10억 원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확실한 루틴... 해맑은 미소로 수많은 팬 확보
1998년 5월 제주에서 태어나 함평골프고를 거쳐 중부대를 졸업한 임진희는 키 165㎝로 골프선수로서는 '아담 사이즈'의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2023년 투어에서는 우승 경쟁을 펼칠 때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귀여운 눈매에다 경기 중간 살포시 미소를 지어 '착한 소녀'와 같은 이미지로 많은 팬을 확보한 그는 샷을 할 때는 확실한 루틴과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루틴은 특이합니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뒤 두 손으로 클럽을 오른쪽 귀에서 오른발 앞까지 '내려 당기기'를 꼭 두 차례 정도 하는 것입니다.
샷을 하기 전의 루틴 동작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샷에 대한 자신감도 확인하는 절차인 셈입니다. 투어프로가 경기 중에 꼭 저런 '과한(?) 루틴 동작'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러나 임진희의 이 루틴 동작이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샷 결과로 연결시키는 '비밀 병기'인 것 같습니다. 이 루틴 동작으로 샷의 스윙 궤도를 체크하면서 심리적 안정도 기한다고 봐야죠. 골프 경기는 샷 하나만 망쳐도 '나락'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따라서 임진희의 루틴 동작은 '샷 실수 방지 보호막'의 역할을 톡톡히 한 다고 볼 수 있습니다.
뒷심 발휘 4승 올리며 세계 랭킹 40위로 '껑충'
임진희는 2023년도 투어 30경기에 출전, 7월 7~9일에 열린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1 오버로 컷 탈락을 한 것을 제외하고 29경기나 본선에 진출할 정도로 강한 집중력과 끈기를 보여주었습니다. 29경기 가운데 '2023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5.12~14), '제10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8.3~8.6), '상상인·한국경제 TV 오픈 2023'(10.19~22), 시즌 마지막 대회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2023'(11.10~12) 등 4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최다승자로 우뚝 선 것입니다. 이 대회 우승으로 임진희의 세계 랭킹은 무려 12계단 상승한 40위가 되었습니다.
또 2위 1차례, 톱 10을 무려 13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상위권에서 맴돌면서 매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경기내용 통계를 보면 드라이버 비거리는 243.3691 야드로 31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68.6555%로 81위에 그쳤으나 평균타수는 70.9895로 3위, 그린 적중률은 73.4503%로 10위, 평균 퍼팅은 29.8000개로 11위 등으로 상위권이었습니다. 이는 임진희가 아이언샷과 숏게임, 퍼팅 등에 얼마나 많은 연습량을 소화했는지 가늠하게 합니다. 화려한 장타보다는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숏게임에 집중한 게 주효한 것입니다.
LPGA Q스쿨 도전... "세계 1위 꿈꾼다"
이런 임진희가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불씨를 쏘아 올렸습니다. 세계 무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노크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회 우승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금 10억 원과 다승이 목표였는데, 다 이뤄 기쁘다."라면서 "비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강화하다 보니 퍼트가 따라주지 않아 퍼트를 많이 연구했고 4년 가까이 쓰던 퍼터를 올해 바꿨다. LPGA에 진출하면 세계 1위에도 도전하고 싶다."라고 밝혀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임진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PGA에 진출, 전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좌절도 겪고 짜릿한 성취도 이루면서 폭넓은 경험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 나이가 선수로서는 그렇게 적지 않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다. 목표를 스스로 뚜렷하고 크게 세우는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한다. 1대 1 코치가 3명이 있는 이유다. 연구도 많이 하는 셈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믿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담금질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올해 성적 100점... 나 자신만 믿고 전진할터"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은 2023년 시즌을 보냈다고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임진희가 세계 무대를 두드린 것에 '골프 인생 한 방'을 걸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날아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리는 LPGA 퀄리파잉 스쿨(Q스쿨) 최종전에 출전합니다. Q스쿨 최종전 결과가 좋으면 LPGA 투어를 호령하는 임진희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은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직 자신만을 믿고 세계 1위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임진희의 행보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박세리, 박인비, 유소연, 고진영, 신지애, 김세영, 박성현, 전인지 등 한국 선수들이 오랫동안 LPGA를 휩쓸었으나 2023년 들어서는 영 우승 소식이 뜸한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유해란(22·다올금융그룹)이 한국 선수로는 14번째인 LPGA투어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써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가운데 큰 목표를 세우고 담금질 강도를 높이고 있는 임진희는 한국을 빛낼 '새로운 희망'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제주 낭자' 임진희가 LPGA 무대에서도 승승장구, 훨훨 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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