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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PGA의 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승자가 연못에 퐁당 뛰어들었는데, 한국에도 그런 세리머니가 생겼네?"
2024년 8월 18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파 72·6,68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더 헤븐 마스터즈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배소현(31· 프롬바이오) 프로가 15언더파로 서어진(23·DB손해보험), 황유민(21·롯데)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연장 1차전에서 황유민을, 연장 3차전에서 서어진을 각각 누르고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배소현은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1억 8,000만 원과 푸짐한 부상을 획득했으며 시즌 2승째를 기록했습니다. 현장에서 이 경기 최종 라운드와 연장전을 지켜보던 골프 팬들은 배소현의 호쾌한 장타와 정교한 어프로치, 배짱 두둑한 퍼팅으로 끝내 챔피언 자리에 오르자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습니다.
배소현은 이날 우승으로 지난 5월 자신의 정규투어 154번째 출전 대회(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3개월 만에 2승을 챙겼습니다. 배소현은 또 이예원과 박현경(이상 3승), 박지영(2승)에 이어 올 시즌 4번째 다승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경기 장면을 TV 중계로 지켜본 필자는 우승자에 대한 '유별난 시상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헤븐 CC는 대회 개최를 통해 안산시 제부도 절경에 위치한 골프장과 리조트를 널리 알리는데 큰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드론 등을 동원한 SBS 중계팀이 멋진 골프장 전경과 리조트 등을 구석구석 비춰줌으로써 골프팬이라면 누구나 한번 꼭 찾아가고픈 곳으로 찜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헤븐 CC 측은 또 시상식 이후에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개최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파 72·6,738야드)에서 우승한 선수는 18홀 주변에 있는 연못에 캐디와 함께 뛰어드는 '특별한 세리머니'로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우승자가 시합 복장을 착용한 채 '포피 폰드'로 불리는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가 그것입니다. 이 전통은 1988년 에이미 알콧이 처음 만들었는데,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2004년 대회에서 우승한 박지은 선수가 처음 뛰어들었습니다. 그 뒤에도 박인비, 유선영, 유소연 등이 포피 폰드에 뛰어드는 주인공이 되어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었죠.
더헤븐 CC 측은 대회장 18홀 그린 위에 깔린 빨간색 십자(+) 카펫 위에서 진행하는 통상적인 시상식 대신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시설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골프장에 인접한 리조트 내 풀장에 시상대를 마련하고 시상식 후 풀장에 뛰어드는 '특별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이죠. 더헤븐 CC 풀장 입수의 첫 테이프는 배소현 프로가 끊었습니다. 배소현은 이날 캐디, 스윙 코치이자 스승인 이시우 프로와 함께 손에 손잡고 풀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배 프로는 "이번 대회 우승자는 물에 빠지는 세리머니가 있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해서 여벌의 옷을 준비했는데 다행이었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우승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이시우 프로는 국가상비군 시절 배소현 프로의 아버지로부터 스윙 지도를 받은 인연이 있는데, 이젠 이시우 프로가 배소현을 지도하고 있으니 대(代)를 이은 끈끈한 인연인 셈입니다. 코칭 실력이 워낙 뛰어나 배소현을 포함해 고진영, 박현경, 이소영, 김수지, 김주형 등 유명한 남녀 투어 프로들이 이시우 프로의 지도를 받기 위해 줄을 설 정도라고 합니다. 그의 지도를 받는 선수는 꼭 우승한다고 해서 '이시우 = 미다스의 손 또는 우승 제조기'로 통합니다. 이시우 프로는 투어 시즌을 앞두고는 제자들과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하느라, 시즌이 오픈되면 제자들이 출전하는 국내외 대회장을 다니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는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며 열심히 골프 레슨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이시우 프로는 필자와 '찐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의 장인이 필자의 중학교 절친 동기인데, 딸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갑자기 주례석에 서야 했거든요. 필자는 지금도 친구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소화하기 위해 노심초사 고민하던 그 때를 회상하면 코끝에 땀이 송송 맺힙니다. 그런 인연에다 워낙 레슨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필자는 이시우 프로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젠 대한민국에서는 '더헤븐 CC 리조트 풀장'이 미국의' 포피 폰드'와 같은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더헤븐 마스터즈가 존속되는 한 우승자는 반드시 캐디-스윙 코치와 함께 리조트 풀장의 맑은 물에 뛰어드는 명장면을 연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더헤븐 마스터즈를 통해 한국 골프산업의 격(格)이 한층 올라갔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수 천년 동안 가난을 숙명처럼 이고 살아야 했고 산악지형이 많아 골프 불모지였던 한국이 이젠 실력면에서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고, 골프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강국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KPGA와 KLPGA 투어 대회 개최지인 골프장들의 디자인과 시설 수준이 뛰어나고 각자 특성을 갖추고 있어 외국의 유명한 골프장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남녀 투어 선수들은 저마다 후원하는 기업체 로고를 모자와 상의에 부착하고 시합에 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값비싼 골프 의류업체의 후원을 받는 덕분에 신제품 출시 의류의 '완판'을 이끌어내는 '옷 모델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더헤븐 CC의 시상식 변화 시도의 여파는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구태의연하고 획일적인 시상식이 아닌 골프장마다 특색 있는 시상식을 펼침으로써 골프 팬들에겐 새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시합도 전통에 따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만 대회를 치르는 것이 아닌 시끌벅적한 음악이 울리는 '시장터 분위기'를 연출하는 변화도 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7월 인천 베어즈베스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오픈에서 플레저 홀로 조성된 18번 홀에서 갤러리들이 맥주를 마시거나 시끌벅적한 댄스 음악에 맞춰 함성을 지르며 응원전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헤븐 마스터즈 시상식 후의 우승자 풀장 입수 세리머니를 통해 한국 골프의 '변화 한 가지'를 목격했습니다. 대회를 뛰는 선수도 즐겁고, 그들의 열전을 응원하는 갤러리와 골프 팬들도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런 변화는 많을수록, 빠를수록 좋은 것이고 또 환영받을 것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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