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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고비용 그림자'... 한국 골프장 내장객 '급락' <179>

by 마우대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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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골프장 이용객 추이. (도표: 골프저널)

 

'고비용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는 한국 골프장들이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연간 내장객 4천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 2년 만에 5천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한 한국 골프장이었습니다. 6천만 명, 7천만 명으로 치달을 것 같던 그 기세가 꺾인 것입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창열)가 밝힌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전국 522개 골프장의 2023년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는 모두 4,772만여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22년 내장객 5,058만여 명(골프장 514개) 보다 5.7%(286만 명) 줄어든 것입니다.

 

이 조사에는 국방부가 운영하는 체력단련장과 미군 기지 내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내장객 수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은 1년 새 8개 더 늘어난 522개였지만 내장객 수는 다시 4 천만명대로 고꾸라진 것입니다. 전국에 운영 중인 6홀 이상 522개 골프장(1만 351홀, 18홀 환산 575개)의 이용객을 조사한 결과 회원제 골프장 152곳을 찾은 이용객 수는 1,550만여 명이고 비회원제 370곳을 찾은 이용객은 3,221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홀당 평균 이용객 수는 4,610명으로 전년의 5,006명에 비해 396명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국 골프장의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19년 4,170만 명을 기록, 사상 처음 4,000만 명을 넘어선 뒤 불과 2년 만인 2021년 5,056만 명을 기록함으로써 '꿈의 5,000만 명 고지'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0.03%인 1만 6,847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2023년에는 전년에 비해 무려 286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한국 골프장 내장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의 증가 추이를 보면 놀랍습니다. 2017년에는 3,798만 명(486개)이던 것이 2018년에는 3,793만 명(490개)으로 0.1%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젊은 층이 대거 골프장 고객으로 합류한 데다 코로나 발병(2019년 11월 17일)까지 겹치면서 2019년에는 4,170만 명(494개)이 입장, 전년도에 비해 무려 9.9%나 늘어났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내장객 4천만 명을 넘어선 것이죠.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에는 4,673만 명(501개)이 입장, 전년에 비해 무려 12.1%나 급증하더니 2021년에는 5,056만 명(505개)으로 전년에 비해 8.2%나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4천만 명 돌파 2년 만에 대한민국 골프장은 '내장객 5천만 명 시대'를 맞았던 것입니다. 내장객 5천만 명 시대에 진입해다는 것은 골프장들 입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2022년 말을 기점으로 내장객 수 증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부는 코로나 발병 이후 3년 4개월 만인 2023년 6월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합니다. 엔데믹 선언을 계기로 골퍼들은 지나치게 비싸진 국내 골프장을 외면하고 저렴하면서도 서비스가 좋은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등 해외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죠. 코로나 19로 발이 묶인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을 찾을 수밖에 없자 골프장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 등 각종 골프 비용을 마구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주중 평균 그린피가 12만~13만 원 정도이던 것이 15만~20만 원대로 치솟았고 수도권 골프장 주말 그린피는 20만~25만 원 선에서 30만~40만 원대로 훌쩍 뛰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주말 그린피 51만 원을 책정한 골프장도 생겨났습니다. 그린피만 오른 것이 아닙니다. 카트비는 6만~8만 원대에서 10만 원대로, 캐디피는 10만~12만 원대에서 14만~16만 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최근 일부 골프장은 리무진 카트비로 20만~30만 원을  받고 있고,  캐디피도 17만~20만 원을 내야 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문제는 한국 골프장들의 못된 습성이 각종 비용을 담합적으로 올린다는 점입니다.

 

A라는 골프장이 주중 그린피를 10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올리면 주변에 있는 B, C 골프장도 덩달아 올려버립니다. 그런 식으로 6개월이나 1년쯤 지난 후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골프장들이 그린피 12만 원을 받는 식입니다. 저마다 서비스를 잘하기 위해서 비용을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비스 개선은 없고 "나도 질 수 없다."라며 비용을 올리는 형태입니다. 한국 골프장 중에서 비용 올리기의 선두 주자는 대기업 계열의 골프장들입니다. A 대기업 계열 골프장이 주중 그린피를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리면 B 대기업 계열 골프장은 28만 원, 30만 원으로 더 많이 올려버립니다.

 

이런 풍조가 만연되다 보니 신설 골프장들은 더 대담하게 비용을 높게 책정해 버립니다. 마치 비용이 더 비싸야 좋은 골프장으로 대접받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A 기업이 건설, 2023년 개장한 강원도 모 퍼블릭골프장은 주중 그린피 39만 원, 주말 그린피 51만 원을 책정해 골퍼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라운드 한번 하는데 주중 39만 원, 주말 51만 원을 그린피를 지불한다? 이 골프장 업주는 골프의 특성과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엉터리 가격 책정'을 감행했다고 봅니다.

 

골프의 즐거움은 결코 비싼 돈을 지불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적정 비용을 내고 최상의 시설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받으며 라운드를 즐기는 게 모든 골퍼들의 꿈입니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속성은 가고 또 가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독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멋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좋은 공기 속에서 친한 지인들과 자주 라운드를 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을 자주 누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 건강은 저절로 좋아지게 됩니다. 적절한 비용으로 자주 라운드를 할 수 있어야 골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라운드 한번 하는데 그린피만 39만 원, 51만 원을 내야 한다면 지갑 사정 때문에 골프를 접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엔데믹 선언 이후 왜 한국 골프장 내장객 수가 4 천만명대로 다시 고꾸라졌겠습니까. 바로 코로나 기간 골프장들이 제 세상 만난 듯 천정부지로 골프비용을 마구 올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골프장 업주들의 지독한 탐욕 때문에 골퍼들이 국내에서 골프를 접고 해외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기간 떵떵거리던 제주지역 골프장들은 고객이 격감, 세금도 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며 울상짓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외곽지에 소재한 골프장들도 경영난 봉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골퍼들을 '호구', '봉'으로 삼고 그들의 지갑을 터는데만 급급해온 한국 골프장들. 골프장 업주들에겐 '내장객 5천만 명'이 다시는 보지 못할 꿈의 숫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비싸진 골프비용 때문에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 찾기를 포기했거나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필자가 이용하고 있는 아파트 골프 연습장에도 비용이 너무 비싸 골프장을 가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2022년의 내장객 5,058만 명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전설의 숫자'가 되느냐, 6천만 명의 시대를 만들어내느냐는 골프장 업주들의 대오각성에 달려 있습니다.

 

내장객 6천만명, 7천만 명을 향해 달리고 싶으면 골프장 업주들은 골퍼들을 '고마운 고객'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골퍼들을 '부담 없이 라운드를 하고 싶은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업주들은 '기본'으로 돌아가 지속가능한 골프장 경영이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정부 당국자도 비싼 골프 비용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를 철저히 따져보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골퍼들이 해외 골프장으로 나가서 쓰는 달러 규모가 얼마인지부터 당장 따져보면 실태의 심각성과 함께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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