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 짓눌린 한반도 民草들 최빈자 신세
대륙을 포함한 한반도의 민초(民草)들은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은 외침(外侵)과 내란, 분열, 분당(分黨), 지배계급의 핍박 등에 짓눌리는 바람에 세계 최빈자(最貧者)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늘 배고팠고, 질병에 시달렸으며,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몰라 불안해했습니다. 그런 한반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위 38도선을 깃점으로 소련이 지배하는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 미국이 이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남한으로 나뉜 뒤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바람에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실종되는 '6.25 전쟁 참화'를 또 겪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 민초들은 5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내내 지독한 가난과 지배당함, 전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영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숙명 같은 '비운의 역사 고리'를 끊을 지도자가 다행히 대한민국에 나타나 주었습니다.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남한 땅에 뿌리내리게 한 이승만(李承晩) 건국 대통령,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잘 살 수 있는 산업 입국(産業 立國)의 터전을 마련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그들입니다. 대한민국 민초들도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23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대열에 우뚝 서 있습니다.
박세리는 한국이 낳은 '세계 초일류 품목'
이런 기적 같은 상황은 세계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반전이었습니다. 사람 팔자 모른다더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나라 팔자 모른다는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에 딱 들어맞는 경우일 것입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원전, 방산 등 세계 초일류 제품이 한국에서 쏟아지고 있고 K-드라마, K-팝 등 K-컬처에 전 세계인들이 흠뻑 빠진 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여기에 또 다른 '세계 초일류 품목'이 한국에 있음을 우리는 TV 중계를 통해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국보급 골퍼' 박세리 위력이 그것입니다.
2023년 10월 7일 부산시 기장군 스톤게이트 cc에서 열린 'Maum 박세리 월드매치'에서는 박세리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참석자 면면을 보면 1990년대와 2000년대 박세리와 함께 도합 138승을 거둔 아니카 소렌스탐(53·스웨덴), 캐리 웹(49·호주) 등 트로이카는 물론 로라 데이비스(60·잉글랜드), 미셀 위(34·미국), 수잔 페테르센(42·노르웨이), 에이미 앨콧(67·미국), 청야니(34·대만), 박지은(44), 한희원(45), 김주연(42), 최나연(36), 김하늘(35) 등 한때 전 세계 및 국내 여자 골프계를 주물렀던 전설적인 플레이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산 월드매치에 '전설적인 선수'들 한자리에
이들은 이형택(47·테니스), 진종오(44·사격), 박태환(34·수영), 현정화(54·탁구), 이동국(44·축구), 김택수(53·탁구), 모태범(34·스피드 스케이팅), 김승현(45·농구), 윤성빈(29·스켈레톤), 신수지(32·리듬체조) 등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과 한 조를 이뤄 번갈아 샷을 하는 포섬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때론 실수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나연-이형택 조가 이븐파의 놀라운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스포츠·문화·예술 공전의 가치를 위한 기부처에 조성된 기부금 1억 원을 전달,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골프의 역사는 500년이 훨씬 넘습니다. 그러나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1950년대, 1960년대 한국에서 골프는 까마득한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국토에 비해 인구가 넘치는 한국에는 골프장도, 골퍼도 없었습니다. 그런 골프 불모지였던 한국은 현재 499개 골프장(군, 경 골프장 41곳 포함)이 운영 중이고 전 국민의 12%인 600만 명이 필드를 누비는 골프 최강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런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대변화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이 박세리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늪에 빠져 전 국민이 힘들어할 때 혜성같이 나타난 박세리가 연못에서 맨발 샷을 날리는 불굴의 투혼으로 1998년 LPGA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박세리 키즈' 탄생·한국 골프산업 활황 이끌어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에서는 엄청난 골프 붐이 일었고, 최나연 박인비 신지애 유소연 박성현 전인지 고진영 등등 수많은 '박세리 키즈'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해 휘젓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도 골프 인구 급증에 발맞춰 골프장 건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골프가 부자들만 즐기는 사치성 운동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골프 인구가 600만 명으로 급증한 것도, 밀려드는 고객에 골프장마다 부킹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박세리의 숨은 공(功)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박세리는 어떤 업적을 쌓았을까요? 1977년 전남 광산군에서 태어난 박세리는 열흘 만에 대전시 유성구로 이주,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향을 대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 때문에 육상을 시작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광 아버지 박준철 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타고난 승부 근성에다 천재성, 혹독한 훈련 덕분에 어릴 때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세리는 1992년 중학교 3학년 때 초청선수로 출전한 KLPGA 대회 '라일앤스콧 여자오픈'에서 원재숙 프로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 한국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아마 다승 박세리, LPGA무대마저 평정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학생이 프로선수를 이기는 쇼킹한 사건을 일으킨 박세리는 이듬해 1승을 추가한 뒤 고3이던 1995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무려 시즌 4승을 기록하며 '프로 잡는 무서운 아마추어'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화려한 아마추어 선수 시절을 접고 박세리는 1996년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시즌 4승을 거둔데 이어 1997년 2승을 올린 뒤 공동 1위로 Q스쿨을 통과, 꿈의 무대인 LPGA 입성에도 성공했습니다. 박세리는 세계 최정상급 프로선수들이 모여있는 LPGA마저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버리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LPGA 투어에 처음 얼굴을 내민 1998년부터 박세리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쉼 없이 우승컵을 들더니 2016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25승을 기록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메이저인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연못 맨발의 투혼 샷'은 IMF 관리체제 하에서 신음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었습니다. 당시 연못에서의 맨발 샷 장면은 대한민국 건국 50주년 기념으로 만든 공익광고에 담길 정도였습니다. 그런 영웅적인 행보를 거듭한 박세리는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007년 6월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한국 골프 발전 위해 앞장
은퇴 이후에도 골프 방송 해설위원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2020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는 등 대한민국 골프 발전을 위해서라면 늘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계무대를 호령한 박세리였기에 2023년 10월 7일 소렌스탐, 웹 등 전설적인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대회를 통해 박세리의 영향력이 LPGA로 더 넓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회사의 후원을 받아 내년쯤 박세리의 이름을 건 LPGA 투어 대회 신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Maum 박세리 월드매치'에 참가한 소렌스탐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 박세리를 존경한다."라고 운을 뗀 뒤 "골프는 평생 기쁨과 고통을 함께 준 애증의 대상이었으며 골프를 통해 많은 걸 누린 (박세리 등과 함께) 세계 골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박세리는 그냥 박세리가 아닌 한국의 보물이자, 세계 여자프로 골프계의 보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국보급 존재인 박세리가 향후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한국 골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박세리 프로는 국민적인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보급 프로골퍼 박세리 파이팅!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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