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사이즈' 한국인도 꿀리지 않는 골프
대부분 스포츠 선수들에겐 큰 키가 유리합니다. 큰 선수가 작은 선수에 비해 더 빨리 더 멀리 뛰거나 더 높이 점프해서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농구나 배구 선수, 단거리 선수 등은 신장이 2m 안팎에 이를 정도로 키 큰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운동선수 대부분은 30~40세를 전후에 은퇴합니다. 체력적으로 전성기가 지나고 나면 젊은 선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골프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경주 김세영 황유민 등 많은 선수들이 작은 키에도 장타를 날리며 국내외 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합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발표한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2.5㎝, 한국 여성은 159.6㎝입니다. 1979년 평균 신장에 비해 남성은 6.4㎝, 여성은 5.3 ㎝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잘 사는 나라 서구인에 비해서는 작은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 골프선수들은 기죽지 않고 매 경기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아담 사이즈'인 한국인에게 골프는 썩 궁합이 잘 맞는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두뇌 싸움 잘하는 한국인과 골프 맞아
골프 경기에서는 지독한 집중력과 두뇌 싸움이 요구됩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워터 해저드에 빠지고 OB 구역으로 볼을 날려 보내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라는 치명적 스코어로 경기를 망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한 두뇌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인들은 놀라운 집중력까지 발휘할 줄 압니다. 첨단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각종 바둑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하는 것도 한국인들이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력과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한국인에겐 골프가 '제격'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손기술이 뛰어난 점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한국이 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도 손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태어나자마자 베짜기와 자수(刺繡) 놀이, 바느질 등으로, 남성들은 집을 짓거나 농사일 등으로 쉼 없이 손작업을 해야 했기에 다른 어떤 민족보다 손기술이 뛰어납니다. 정교한 샷,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빈틈없는 퍼팅을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손 감각이 꼭 필요합니다. 손기술이 좋은 한국인에겐 골프가 궁합이 잘 맞는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악바리 근성 한국인과 궁합 맞는 골프
골프는 잘 깎아놓은 페어웨이와 그린이 아닌 잡초가 무성한 러프에 있는 공도 잘 요리해야 합니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잡초 같은 끈질긴 근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오뚝이 근성'을 가진 민족이 한국인입니다. 1937년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17만여 명의 한인들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한민족의 잡초 근성, 악바리 근성 때문입니다. 이런 기질은 골프와 찰떡궁합입니다.
골프 경기를 잘하려면 상상력이 풍부해야 합니다. 티샷 한 볼이 높은 나무 앞 페어웨이에 떨어졌거나 벙커에 빠졌을 때, 경사진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 날카로운 분석력과 온갖 상상력이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골퍼 선수들은 흔들림 없이 파 세이브를 하거나 버디를 잡아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런 상상력은 K-드라마, K-팝 등 K-컬처로 연결되었고 이젠 K-컬처를 넘어 'K-골프'라는 신조어를 나오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상상력 측면에서도 한국인은 골프와 궁합이 좋은 것 같습니다.
無에서 有 창조하는 한국인과 골프는 찰떡궁합
골프 역사가 500년이 훨씬 넘었지만 한반도에 골프가 상륙한 시기는 불과 120여 년 전입니다. 이처럼 골프 역사가 일천함에도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골프 강국이 되어 있습니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필두로 대한민국 남녀 프로들이 경쟁적으로 PGA와 LPGA 등 세계 무대를 노크, 우승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세계 무대를 석권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터넷 강국인 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골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무기로 삼을 줄 아는 한국인에겐 골프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도전 정신도 강합니다. 거북선 사진을 보여주고 멋진 배를 만들 수 있다며 외국 자본가들을 설득, 울산 허허벌판에 최첨단 조선소를 세운 현대그룹 회장 정주영(鄭周永, 1915~2001) 같은 인물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패기와 도전 정신이 강한 한국인들은 역동적(力動的)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집안에 눌러앉아 있기보다 산야를 누비길 더 좋아합니다. 일본 골프장들은 텅텅 비어있지만 한국 골프장들이 꽉꽉 차는 이유가 한국인들의 이런 기질 때문입니다. 요즘엔 여성 골퍼들도 가세, 주중에도 필드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골프는 五味의 운동... 국민건강지수 끌어올려
골프는 많은 즐거움을 줍니다. 샷을 할 때 느끼는 손맛, 페어웨이 잔디를 밟을 때의 발맛, 푸른 잔디와 산야 등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눈 맛, 라운드 내내 동반자들과 주제를 가리지 않고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귀맛, 필드를 누빈 후 최고조로 올라간 입맛 등을 한꺼번에 충족시키는 매력 때문에 한국인들의 골프장행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오미(五味)는 골퍼 개인 건강을 다지고 국민건강지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골프가 국가나 사회가 부담해야 할 의료 및 복지비용을 확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11> 편에서는 한국인이 왜 골프를 좋아하는지, 골프의 어떤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인구 5천만 명 중에서 12%인 600만 명이 골프를 즐기는 그런 '대단한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골프가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비용 쓰나미'가 한국인들의 궁합에 딱 맞는 스포츠를 포기하지 않게 골프장도, 관계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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