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이야기

SKT '골프장 법카 금지령' 여파는 <149>

by 마우대 2024. 4. 8.
한국 골프장들이 턱없이 비싼 골프비용을 책정, 골퍼들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있다. 이같은 고비용 정책은 결과적으로 골프장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노캐디제, 노카트비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한 골프장 전경.

 

 

SKT도 영업환경 나빠지자 법인카드 사용 차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SKT는 전사적으로 골프 자제령을 내리면서 임원 등에게 법인카드, 즉 회사 비용으로 골프를 치지 마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고임금에다 임직원들에 대한 복지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SKT가 왜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을 막았을까요?

그 이유를 살펴본 필자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질 게 터졌다? 그 이유는 SKT의 경영 사정때문이었습니다. 올해의 사업 환경이 '역대급' 수준으로 악화될 우려가 높아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골프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업 환경이 극도로 나빠진 이유는 이동통신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주문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SKT를 비롯한 통신 3사는 2023년 5G 중간 요금제 신설에 이어 올해 5G 요금제 최저 구간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이후 정부에서 통신 3사에 마케팅 비용 투입을 늘려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전환 인프라 구축과 차세대 통신기술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SKT의 2023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6.56%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비용절감 차원서 SKT 조치는 당연한 수순

작년 1분기 11.31%, 2분기 10.76%, 3분기 11.31%이던 것이 6.56%까지 영업이익률이 쪼그라들면서 회사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결국 가장 먼저 비용 절감 대상이 된 부문이 임직원들의 법인카드를 이용한 골프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기업이라도 경영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법인카드 사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SKT의 조치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1990년 초반까지는 매년 10%의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1997년 외환 위기 이후~2000년대 4~5%, 2010년대엔 2~3% 사이를 횡보하다 2023년에는 고작 1.4%에 그쳤습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도 2013년 3.5% 이후 단 한 번도 상승 없이 줄곧 하락했고, 2023년에는 최초로 2% 이하인 1.9%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7%로 추정될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경제 상황은 장기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그랬고, 미국이 그랬듯이, 유럽의 많은 잘 사는 국가들이 그랬듯이 대한민국도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어버렸습니다. 회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거대한 벽은 또 있습니다. 바로 심각한 '저출산-저출생' 현상입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적게 낳더니 지금은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0.72명... '국가소멸' 걱정할 판

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저출산이고, 신생아가 적게 태어나는 것이 저출생입니다. 아이가 적게 태어나니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들은 무수히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가 없으니 공장을 비롯한 전 산업분야에서 일할 인적 자원이 고갈되었습니다. 또 군에 입대할 자원이 없어 사단 수를 줄여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 인구수가 5천만이 아니라 3천만, 2천만으로 고꾸라지게 되었습니다.

 

'인구 절벽'에 따른 '농촌 지자체 소멸', '소도시 소멸', '지방 소멸'이란 말이 심심찮게 돌더니 지금은 '국가 소멸'까지 걱정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며 '민노총' 출현 이후 노조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 우선'이 아니라 '노동자 우선', '노동자 천국'을 외치며 임금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밀어 올렸습니다. 심지어 폭력이 난무하고 신규 투자도 못하게 합니다. 

 

 알짜배기 기업들은 끝없이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고요. 그러니 총각 처녀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알바 찾기'에 눈이 벌겋습니다. 집값과 사교육비, 육아 비용 등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젊은이들은 적령기에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결혼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한국 골프장 '지독한 탐욕' 횡행... 망조의 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나라의 미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한국의 골프장들은 홀로 '지독한 탐욕'을 부리고 있습니다. '고객은 곧 왕'이 아니라 '철저한 봉이자 호구'로 삼고 있습니다. 당장은 '탐욕의 잔치'를 즐기고 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 망조(亡兆)의 길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그린피 20만 원, 30만 원, 40만 원, 50만 원을 내야 하고 캐디피 14만 원, 20만 원을 내야 하며 카트비 10만 원, 2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골프장의 현주소입니다. 막걸리 한 병에 2만 원, 탕수육 한 그릇에 13만 원을 내야 하는 곳이 한국 골프장들입니다. 주말 골프 한 라운드 즐기려면 1인당 40만 원, 100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야 합니다. 1990년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따르면 2022년도 한국 골프인구는 일본(810만 명)에는 못미치지만 535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캐나다(560만 명)와 비슷하고 영국(340만 명)과 독일(210만 명) 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골프장 수는 18홀에서 9홀, 파3 코스까지 합치면 844곳이므로 1개 코스당 6,339명입니다.

 

경기 장기 침체 국면서 골프 한번 치고 100만 원?

골프장 수에 비해 골프 인구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수요(골퍼)에 비해 공급(골프장)이 턱없이 딸린다고 하더라도 한국 골프 비용은 상식선을 훨씬 벗어나 있습니다. 골프 한 라운드 비용이 1인당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이라니요.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들고 있어서 실질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골프 한 번 치러 갈 때마다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을 계속 낼 수 있을까요?

 

최근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남해에 있는 모 퍼블릭 골프장에서 1박 2일 숙박과 함께 라운드를 했는데, 1인당 비용이 200만 원이었답니다. 또 다른 지인은 회사 창립행사를 한 뒤 수도권 R 골프장에서 임원 단체 라운드를 했는데, 팀당 비용이 160만 원이었답니다. R 골프장은 일방적으로 식음료대와 기념품 구입대금으로 구성되는 객단가를 1인당 12만 원씩 책정하는 횡포를 부렸고요.

 

골프장들의 이런 무지막지한 고비용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를 배겨내지 못한 골퍼들은 골프를 포기하거나 골프를 계속하고 싶다면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몰리는 골퍼들이 폭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급격히 줄 고 있습니다. 일부 골프장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법인카드 사용 금지가 일본 골프장 폭망 결정타

일본 골프장들이 결정적으로 폭망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골프장에서 이뤄지던 기업들의 접대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법인카드를 못쓰게 하니 골프장들은 직격탄을 맞고 경영파탄에 이른 것입니다. 아무리 우량한 기업이라도 1인 접대비용 50만 원, 100만 원을 견뎌낼 재간이 있을 리 없습니다. 따라서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사용 자제령'을 내릴 한국의 기업들은 SKT를 포함해서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 골프장들에겐 두 가지 선택만 남았다고 판단됩니다. 고비용 정책을 고수하다 일반 골퍼는 물론 기업들까지 외면함으로써 폭망으로 갈지, 절제된 가격 정책으로 거듭나서 살아남을지가 그것입니다. 필자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골프장 업주들에게 제언합니다. 하루빨리 '탐욕의 유혹'을 떨치고 합리적 가격 정책을 선택, 한국인 5천만 명 중 10%가 넘는 골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라고요. 

 

국민 존경 속 자자손손 경영권 누리는 영예 선택을

'잠시' 탐욕의 잔치를 벌이다 폭망, 경영권을 내놓거니 빼앗긴 뒤 뼈저린 후회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으며 자자손손 대대로 경영권을 지니는 영예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