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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그린피 50만 원의 '벽'도 훅 넘다니... <86>

by 마우대 2023. 8. 7.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에 조성된 카스카디아 cc. 이 골프장은 국내 골프장 중에서 최고 수준인 주중 그린피 39만원, 주말 그린피 51만원을 책정하자 골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카스카디아 cc  주말 그린피 51만 원..."우려가 현실로"

- 캐디피·카트비도 압도적으로 비싸..."누가 이곳을 찾지?"

 

- 특색 있는 설계, 자금 수천억 투입했지만 여론은 냉랭

- 골프장 비용 치솟아 골프 포기자 급증... 해외 골프로 발길

 

- 가고 또 가는 것이 골프 속성... 가격 경쟁력 갖춰야

- 백화점 명품 매장 비쌀수록 더 잘 팔려... "부자 셈법은 따로"

 

-골퍼 눈높이, 국민 눈높이 벗어난 가격 정책 철퇴 마땅 

- "초고가 가격 정책 고수하려면 폐쇄적 골프장 영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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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그린피 51만 원에다 캐디피 16만~17만 원, 카트비 20만~22만 원인 골프장이 대한민국에 떴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이 끝없는 가격 인상 행진 속에서 그린피 50만 원 돌파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골프 한 번 치는데 교통비, 식사비 등을 포함할 경우 거의 80만~100만 원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라운드 한번 하는데 80만~100만 원을 써야 하는데도 이곳을 찾는 골퍼들이 있을까요? 간다면 어떤 부류의 골퍼들이 이곳을 찾을까요?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재 카스카디아 cc(27홀)는 정식 개장을 앞두고 8월 말까지 시범라운드 중인데, 주중 그린피 39만 원, 주말 그린피는 무려 51만 원으로 책정되었답니다. 캐디피와 리무진 카트비도 다른 골프장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비쌉니다. 특이한 이름 카스카디아(Cascadia)는 폭포를 의미하는 'Cascade'와 목가적 이상향을 의미하는 'Arcadia'의 합성어로 '낙원'을 뜻한답니다. 이 골프장은 함께 짓는 11억~21억짜리 호화 콘도, 빌라와 연계해서 분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린피 39만~51만 원짜리 '낙원'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골퍼들 입장에서는 정말 '비싼 낙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스카디아 cc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온갖 미사여구는 다 동원된 것 같았습니다. '경이로움이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열망이 비로소 눈앞에 펼쳐질 때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한껏 쉬어가고 유유히 비워낼 수 있는 당신 곁은 한결같은 장소, 예술적 원기와 자연의 환희로 가득한 완벽한 곳 카스카디아에서 경이로운 안식의 여정을 시작하세요'라며 다른 골프장과 차별성을 부각하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특색 있는 설계가 이뤄졌고, 많은 돈이 투입된 냄새는 나지만 여론은 냉랭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골퍼 입장에서 보면 카스카디아 cc의 자랑은 골프 현실을 무시한 뜬구름 잡는 식의 홍보 문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 라운드를 하고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는데 반드시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혁제조 및 가공업체인 상장회사 유니켐의 자회사 유니원이 지분 100%를 보유한 유니골프 앤 리조트가 수천억 원을 투입해 골프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79억 원, 2024년에는173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자금 투입에도 개장 첫해부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자연 환경을 고려한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골프장마다 특색을 자랑한다. 카스카디아 cc만이 '특별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에 불과하다.

 
카스카디아 cc와 인접한 골프장들의 내장객 수와 매출액 등을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내장객 수가 9만 명 정도는 될 것으로 골프장 측은 예상한답니다.  과연 주중 그린피 39만 원과 주말 그린피 51만 원을 줄 고객이 줄을 설까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내 골프장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골프 포기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카스카디아 cc만은 예외적으로 고객들이 밀려든다? 글쎄올시다. 비싼 그린피를 못 견딘 한국 골퍼들은 저렴한 일본, 동남아 국가 골프장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회원제 골프장의 매출을 올려주는 1등 공신자는 1만 원이라도 저렴하게 치고 싶어 하는 비회원들입니다. 카스카디아 cc가 개장 첫해부터 영업이익을 낸다면 매출을 올려줄 대상자는 돈 많은 회원이 아니라 그린피 1만 원을 아끼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일반 골퍼들일 겁니다. 그린피 1만 원을 절약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가며 먼 길까지 마다하지 않는 일반 골퍼들에게 그린피 39만 원, 51만 원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부담'입니다. 골퍼들은 심지어 이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매긴 것에 대해 '골프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시설만 좋으면 그린피 5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 200만 원을 받아도 된다는 거잖아요. 이는 골프의 속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모든 골퍼는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골프는 한번 하고 마는 운동이 아닙니다. 가고 또 가다 평생 가게 되는 것이 골프장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고객인 골퍼들의 지갑사정도 감안되어야 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과연 주중 그린피 39만 원, 주말 그린피 51만 원을 선뜻 낼 골퍼들이 줄을 설까요?
 

안개 자욱한 모 골프장 cc 전경. 만약 이곳의 그린피가 51만원이라면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까?

 
카스카디아 cc 개장 소식을 듣고 오래전에 들었던 모 백화점 해외 유명 시계 판매상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수천만~수억 원대 시계를 누가 사느냐는 저의 질문에 그분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일부 한국 졸부들의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요. 그분 왈 "비싼 명품일수록 더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니까 백화점 명품 매장의 매출이 쑥쑥 올라가는 게 아니겠느냐. 더 중요한 것은 부자들의 셈법은 일반인과는 다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롤렉스 등 비싼 시계와 보석 등 명품은 세월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더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퍼블릭 골프장인 경남 남해의 모 골프장이 주중 그린피 30만~35만 원, 주말그린피 40만 원, 캐디피 16만 원, 카드비 13만 원이라는 초고가 가격정책을 제시했을 때도 골퍼들 사이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골프장 아직 건재하지만 저는너무 비싸서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남해라는 외진 곳에 있지만누군가  찾아준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카스카디아 cc도 수도권 부자들이나 일부 골퍼들 사이에서 최고로 비싼 골프장을 찾는다는 허세까지 작동, 당분간 이 골프장 이름이 많이 거론될 것 같습니다. 

카스카디아 cc가 성공할 경우 사실상 담합행위가 판치고 있는 국내 골프장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골프장들이 또 덩달아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고객인 골퍼의 지갑 사정은 철저히 무시당하는 '초고가 방책',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그린피 50만 원, 100만 원을 받고 싶으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특수계층에게만 회원권을 팔거나 그들만을 고객으로 받는 '폐쇄적인 골프장 영업'을 하면 됩니다. 겉으로는 국민의 여가활동과 건강 증진을 내세우고는 이윤 추구에만 매몰된  골프장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야 합니다. 

골프장이 '건전한 스포츠의 장(場)'이 아닌 부자 등 특수 계층의 '돈잔치 마당'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골프 인구 600만 명의 시대를 맞아 골프장이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 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프장이 국민화합과 통합을 저해하는 '원망의 장(場)'이 된다면 소탐대실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