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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고객' 우습게 보는 한국 골프장 업주들 <56>

by 마우대 2023. 5. 1.

 

 

206개 골프장 회원사 둔 KGBA, 2023년도 정기총회 열려

지나치게 오른 골프장 비용 정상화 방안 논의 기대했지만 

사단법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 www.kgba.co.kr)전국 500개 이상의 골프장 중 206개 골프장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입니다. 골프장 업주나 전문경영인 등이 이 단체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KGBA는 골프장 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사의 유대 증진, 골프장 운영에 관한 조사 연구지도 감독홍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KGBA는 2023년 3월 22일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 크리스탈 홀에서 2023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해 2022년도 사업분석 및 회계 결산 보고, 감사 선출의 건을 승인 의결하고 2023년도 전국 골프장 현황과 이용객 현황, 2024년도 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계획과 관련한 종합보고가 있었다고 매경헬스가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를 접한 많은 골퍼들은 KGBA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나치게 오른 골프장 비용을 낮추기로 하는 등 정상화 방안이 논의되었다는 소식을 기대했습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2023년 3월 22일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2023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박창열 회장 "국회-정부 근시안적으로 입안 규제정책 규탄"

1년 전 총회 때 약속한 그린피 인하 등 자정 의지 사라졌다

그러나 전혀 그런 기미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박창열(고창 CC 회장) 회장은 "코로나 19로 지난 3년간 수혜 입은 골프장 업계에 국회와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입안한 규제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골프장 업계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해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무슨 규제정책을 입안했는지는 보도에서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저는 박 회장의 발언에서 코로나 이후에 불어닥칠 한국 골프장의 위기에 대해 얼마나 방심하고 있는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G.ECONOMY에 따르면 KGBA는 2022년 4월 24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22년 정기총회에서 18대 박창열 회장을 연임시키고 골프장 업계의 자정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이 기사를 접한 골퍼들은 KGBA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협회와 회원사 대표들이 이날 ▲그린피 인하 ▲이용료 인상 자제 ▲친환경 골프장 ▲안전한 골프장 ▲사회 공헌·기여활동 등이 적힌 피켓을 나눠 들고 문구를 외치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린피 인하와 이용료 인상 자제를 외친 데 대해서 많은 골퍼들은 "드디어 골프장들이 정신을 차렸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어떤 골프장에서도 그린피 등 이용료를 낮췄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딱 11개월 후인 2023년 3월 22일 제주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도 이용료 조정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정부와 국회의 입법안에 대해 성토만 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2022년 4월 총회 때의 피켓 퍼포먼스는 뭡니까? 국민과 정부, 골퍼들을 속이기 위한 쇼를 한 것입니까? 
 

KGBA 2022년도 정기총회에서 그린피 인하 등이 적힌 피킷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 G.ECONOMY)

 

2022년 총회 때 '피킷 퍼포먼스' 골퍼 속이기 위한 쇼였나?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한 노력 강조'는 코로나 이후 위기감

2022년 정기총회에서 박창열 회장은 "골프장 업계는 코로나19 시국의 대표 수혜업종으로서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뒀으나 그린피 인상과 부킹난 등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면서 골프 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골프장들이 요금을 대폭 올린 데 대해 골퍼들의 불만이 폭발 단계에 와 있음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 운운한 것으로 봐서 망하는 골프장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 자정 의지가 싹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골프비용이 비싸다고? 그건 골퍼 당신들 사정일 뿐 우린 알 바 아냐!"라는 거잖아요. 막무가내로 버티기만 하면 해결책이 될까요? 

국내 골프장들의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골퍼들은 코로나가 풀린 이후 너도나도 해외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항공기로 1~2시간 거리인 데다 국내 골프장에 비해 훨씬 비용이 싼 일본 골프장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일본 골프장의 가장 큰 장점은 카트비가 없고 노캐디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18~27홀 라운딩에 두 끼 식사, 숙박비까지 포함해 하루 1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일본 골프장입니다. 한국 골프장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가성비입니다.   
 

올해 정기총회서 카트 무료화·노캐디 선택제 등 논의했어야

카트비 받는 국내 골프장 vs 카트비 없는 일본 골프장 경쟁 

제가 판단할 땐 KGBA는 올해 정기총회에서는 골프비용을 낮춘다는 차원에서 카트 무료화와 노캐디 선택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책을 발표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젠 국내 골프장과 일본 골프장과의 가격 경쟁력 싸움은 불가피합니다. 10번 가던 국내 골프장으로의 발길을 끊거나 1~2회로 줄이고 가성비 높은 일본 골프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600만 골퍼를 500개 골프장이 다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망할 리 없다며 방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지역 골프장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지역 또는 산골 지역에 있는 골프장부터  내장객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외진 골프장부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동안 보여준 한국 골프장들의 끝없는 탐욕에 골퍼들은 분노했고, 몸서리쳤습니다. 골퍼를 봉이나 호구로만 취급해 온 한국 골프장들에 '혹독한 시련의 그림자'가 스며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은 자정 의지를 천명하는 듯했지만 결국 '말잔치', '보여주기식 쇼'에 그쳤던 KGBA의 행태에서 한국 골프장들에 불어닥칠 암운(暗雲)이 예상된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세금은 적게 내고 골프비용은 회원제 골프장에 못지않거나 더 비싼 퍼블릭 골프장에도 똑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