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교통망 확충... 오지 아닌 수도권 포함
-강원랜드 개장 때 고객 찾을까 염려는 기우에 불과
-저렴한 강원지역 골프장 수도권 골퍼들에 큰 인기
-본사 근무 때 종일 소요되는 '강원 골프'에 질려
-서울 골퍼들은 춘천 골프장을 '안방' 드나들듯
-강원 골프장, 코로나19 이후 비용 폭등 '슈퍼갑'으로
-언론 "그린피 거품 심하자 강원 골프장 외면 시작"
-가성비 좋은 일본골프장行..."폭리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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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강원도 하면 험한 길, 쉽게 갈 수 없는 오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정이 워낙 좋아진 지금의 강원지역은 더 이상 오지가 아닙니다. 광산이 문을 닫고 폐허로 방치되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 사이 첩첩산중에 2006년 강원랜드가 카지노, 골프장과 콘도, 컨벤션호텔, 스키장, 워터월드 등을 조성할 때 국민들은 의아해했습니다. 저런 오지에 엄청난 돈을 들여 시설물을 지어놓았지만 험한 길을 뚫고 누가 찾아갈까를 걱정한 것이지요.
그러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곳곳에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까지 달리게 되자 서울에서 2~3시간이면 못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서울과 경기지역 주민들은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대관령을 넘어야 닿을 수 있는 동해안 강릉과 속초, 삼척도 불쑥불쑥 찾아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교통사정이 좋아지자 가장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수도권 골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서울, 경기지역의 골프장 비용이 크게 오르자 2~3시간 거리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해안 등 강원지역 골프장들로 발길을 돌린 것입니다.
2006년 서울 본사에 근무할 때 경험입니다. 거래처 사람들과 부서 동료들(2개 조)이 강원도 춘천에 있는 K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기 위해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새벽 4시까지 은평구에 있는 부장의 아파트로 가야 했습니다. 춘천은 제가 1979년 6월 군에 입대, 논산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를 받는 과정에서 잠시 체류했던 곳입니다. 서울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춘천 보충대까지 가는 길이 아득히 멀기만 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춘천까지 골프를 치러 간다?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6년 당시에도 이미 서울 골퍼들은 춘천을 '안방'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워낙 잘 닦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갈 때는 새벽길 막힘없이 제시간에 K골프장에 도착해서 라운드를 즐겼지만 문제는 귀경길이었습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후 3시쯤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극심한 교통체증에 서울까지 무려 4시간이나 걸리더군요. 솔직히 저는 당시 서울 골퍼들 참 불쌍해 보였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그 먼 길을 교통 체증에 시달리면서 하루를 꼬박 보내야 했으니까요.
서울 골퍼들은 그런 '악조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강원지역 골프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런 열혈 골퍼들 덕분에 강원지역 골프장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요. 그런데 강원지역 골프장들도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슈퍼갑'이 되어 버렸습니다. 골퍼들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대호황 국면에 접어들자 강원지역 골프장들도 예외 없이 '초고가 정책'으로 돌변, 어려웠을 때 찾아준 수도권 골퍼들을 배신해 버린 겁니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대폭 올리는 등 '폭리 슈퍼 갑질' 행렬에 동참한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엔데믹 선언을 계기로 골퍼들이 강원지역 골프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강원영동M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린피 급등에 따라 해외 원정 골퍼가 늘어나면서 강원지역 골프장 내장객 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보도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코로나 19로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강원지역 골프장의 이용객 수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19때 대폭 오른 그린피가 올해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비싸고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자 강원지역 골프장은 예약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용객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집계 결과 2021년 480만 명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가 지난해 470만 명대로 10만 명 가까이 줄었고, 올해는 더욱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골프 비용이 너무 비싸진 게 주원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도내 대중골프장 주중 평균 그린피는 코로나 19 발생 이후 4년 만에 56%나 뛰었다. 올해 들어 요금이 내려가면서 1년 전에 비해 5%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평일 그린피는 15만 원대, 주말은 20만 원가량으로 체감물가는 여전히 비싸다. "불과 한 2년전만 해도 정상적인 그린피에서 (지금은) 회원들 기준으로 거의 50% 이상 올랐다. 비회원인 일반사람들은 회원보다는 거의 2배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골프장 회원 인터뷰)"
문제는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에서 밖으로 눈을 돌리는 골퍼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일본만 봐도 주중 그린피는 평균 5만 원대, 주말은 보통 15만 원 정도여서 여행사마다 내놓은 여름골프 상품이 잇따라 완판 되고 있다. "(한국 골퍼들은) 한국 골프장들 두고 보자 이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올해부터는 해외로 나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여행사 관계자 인터뷰)" 전문가들은 코로나 특수에 기대, 크게 올린 골프 비용을 서둘러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강원지역 골프장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고비용 구조, 해외 골프를 많이 나가는 인구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골프 인구는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인터뷰)" 코로나 19로 인한 반짝 특수를 누리면서도 꾸준히 높은 요금수준을 유지한 강원지역 골프 업계, 서둘로 뚜렷한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외면하기 시작한 골퍼들의 발길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여러분들은 이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원지역 골프장들에게 국한시켜 보도를 했지만 당연히 전국의 모든 골프장들에게 해당된다고 봐야 합니다. 전국의 많은 골퍼들이 일본 등 해외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올 들어 1분기 동안 제주지역 32개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 수가 15만 명이나 줄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틈타 폭리 갑질을 일삼는 국내 골프장들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 던져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인생골프'를 통해 숱하게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해당 상품을 외면하고 대체재를 찾기 마련이라고요. 팬데믹 기간 한국 골프장들의 비용 인상은 비정상적인 수준을 넘어 거의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골퍼들은 자신들이 고객 대접을 받기는커녕 호구요, 봉 신세로 전락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가 너도나도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골퍼들에겐 가장 강력한 대체재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가성비가 탁월한 일본 골프장입니다.
한국 골퍼인구는 넘쳐납니다. 당분간 전반적으로 골프장들의 부킹 전쟁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약시간이 비고 있는 골프장들이 인터넷 회원에게 와주십사는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의 '폭리잔치 시간'도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경쟁적으로 턱없이 비싼 비용을 받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 한국 골프장들. 그들은 고객을 질리게 했고, 결국 가성비가 높은 해외로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골퍼들을 해외로 내몬 '후과(後果)'가 무엇인지는 한국 골프장들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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