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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박민지 우승 비결의 '정수(精髓)'는? <80>

by 마우대 2023. 7. 17.

-대회 때마다 탄생하는 우승자... 다양한 사연 쏟아져 

-우승자에겐 참고 버티며 포기않는 '악바리 근성'이

 

-우승자는 총상금의 20% 독식...꼴찌에겐 0.4%만

-특별수입금을 상금 배정도...美선 남 18% 여 15%선

 

-우승 상금 소비세·주민세.특별세 등 세금 10% 붙어

-미국, 일본선 상금 세금 많아 국내 잔류 고집하기도

 

-최은우, 9년 기다린 끝에 211 경기만에 챔피언 차지

-올해 2승 거둔 박민지, 우승할 줄 아는 '정수'  꿰찬 듯

 

-박민지 "두려움 없는 골프가 나다운 것" 강심장 과시

-"저 쪽으로 치지 말아야지 하면 꼭 그쪽으로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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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시즌인 요즘 매주 국내외에서 프로들의 시합인 투어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일반 대회이든 메이저급 대회이든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자가 가려지고, 그 우승자를 통해 숨어 있는 '다양한 사연'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다양한 사연'은 시종일관 1위 성적으로 유지하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여러 타수를 뒤지다 결승(파이널) 라운드에서 승부를 뒤집어 버리는 역전 우승 등을 볼 때는 손에 땀을 쥡니다. 라운드 내내 1등을 유지하거나 공동선두를 허용했더라도 와이어 투와이어 우승은 인정됩니다.

특히 마지막 18홀에서 버디나 이글로 역전을 하거나 우승을 확정 지을 때는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또 수십 번, 수백 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숱한 컷 탈락의 아픔을 겪다가 결국 챔피언의 대열에 합류하는 '생애 첫 우승자'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투어 성적이  좋지 않아 2부로 강등했다가 와신상담, 다시 1부로 귀환한 뒤 팬들 앞에서 당당히 우승할 땐 포기하지 않은 '악바리 근성'을 높이 평가해 주기도 합니다. 많은 골프 팬들은  선수들의 그런 근성을 통해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의 태도'를 배웁니다.
 

KLPGA 투어 합류 9년만에 211번째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최은우 선수.

 
투어프로대회 상금은 우승자에게 압도적으로 배정됩니다.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본선 진출자 60명에게 약간씩 차이를 두며 상금을 고루 배분하지 않고 우승자에게 잔인할 정도로 몰아주다시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에선 우승자는 총상금의 20%를 받고, 준우승자는 10%를 받습니다. 총상금 5억 원이라면 우승자는 1억 원을, 준우승자는 우승자의 절반인 5천만 원을 상금으로 받는다는 뜻입니다. 1타 차이든, 10타 차이든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상금 액수 차이는 이렇게 엄청납니다.

나머지 성적순 상금 비율도 한번 볼까요? 3위는 총상금의 6%(3,000만 원), 5위는 4%(2,000만 원), 10위는 2.24%(1,120만 원), 20위는 1.12%(560만 원), 30위는 0.72%(360만 원), 40위는 0.52%(260만 원), 50위는 0.44%(220만 원), 최하위인 60위는 0.4%(200만 원)를 각각 받습니다. 3~4일간의 대회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결과 우승자는 1억 원을 챙기지만 꼴찌인 60위는 1위의 50분 1에 불과한 200만 원의 상금만 받습니다. 당연히 예선탈락자에게는 단 한 푼의 상금도 없습니다. 프로들이 왜 우승에 목말라하는지 이유를 아시겠죠?
  

우승을 하는데 꼭 필요한 '정수(精髓)'를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민지 선수. 박민지는 2023년에도 2승을 거둬 통산 18승째를 올렸다.

 
국내 대회 중에서 일부 대회는 공식 총상금에다 입장 수익, 기념품 판매수익 등 특별수익금까지 보태 상금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우승상금 규모가 더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미국 투어의 경우 남자는  총상금의 18% 수준, 여자는 15% 수준입니다. 참고로 국내 투어 선수들이 받는 상금에는 소득세(3%), 주민세(0.3%), 특별세(6.7%) 등 10%의 세금이 붙습니다. 1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면 1천만 원의 세금을 내고 9천만 원만 받아가는 것이죠. 미국 투어의 경우 30~35%를, 일본 투어는 약 20%를  각각 세금으로 낸다고 합니다.

'세금에 장사(壯士)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부 국내 선수들은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국내 투어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 투어가 상금 규모는 크지만 세금 비율이 워낙 높아 세금이 낮은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투어 선수에게는 우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줍니다. 상금 이외에도 다음 해 시즌의 시드 배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해외 큰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집니다.
 

박민지의 샷은 거침이 없다. 박민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려움 없이 골프를 친다"라고 강조했다.

 
프로골퍼는 상금을 얼마나 받았느냐가 평가의 잣대가 됩니다. 상금 순위가 낮으면 다음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고 2부, 3부 투어로 강등됩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1부 대회에서 뛸 수 없게 되어  2,3부 투어로 내려가면 엄청난 좌절을 맛봐야 합니다. 많은 투어 프로들이 2,3부 투어를 전전하다 선수생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2부 투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량을 더 닦아 1부 투어로 재진입, 우승까지 했다면 그 자체가 '인간 승리'의 표본인 것입니다.

최은우(28. 아마노코리아)는 9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2023년 4월 23일 경남 가야 cc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3 대회 결승 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며 9언더파로 KLPGA 투어 데뷔 9년 만에 처음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호주유학파인 최은우는 KLPGA의 문을 두드린 후 드림(2부) 투어 상금랭킹 5위로 2015년 KL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데뷔 첫해엔 상금랭킹 60위, 2017년 56위로 아슬아슬하게 시드를 지키다 올해 211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박민지는 골프를 칠 땐 두려워 말고 거침없이 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겁없는 승부사 기질이 박민지를 대한민국 '골프 여제'의 자리로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승 제조기' 박민지(25.NH투자증권)의 경기를 보노라면 정말 우승할 줄 아는 선수는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승씩 올려 기염을 토하더니, 2023년 투어에서도 6월 25일 경기 포천힐스 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더스컵에서 타이틀을 방어함으로써 2승째를 챙겼습니다. 올해 첫 다승자가 되었고 시즌 상금(5억 887만 원)과 대상(300점) 랭킹 1위로 올라서면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박민지는 통산 18승을 쌓아 역대 우승 단독 3위가 되었는데, 2승만 추가하면 구옥희, 신지애와 나란히 공동 1위에 올라섭니다.

박민지는 우승할 줄 아는 선수, 달리 표현하면 '우승에 필요한 정수(精髓)'를 꿰뚫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정수(精髓)'의 사전적인 뜻은 뼛 속에 있는 골수,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골자 또는 요점을 말합니다. 박민지는 우승을 하는 데 필요한 요점이자 요령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두려움 없는 골프가 나다운 것"이라는 우승 비결을 털어놓았습니다.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피 말리는 경쟁에서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을 가졌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주말 골퍼들은 박민지가 세상을 향해 과감하게 던진 코멘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OB가 나면 공이 죽지 박민지가 죽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박민지다운 플레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골프를 칠 때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안전하게 친다는 것은 두려움 때문인데 오비(OB)가 나면 공이 죽지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는 마음으로 플레이한다. 대회에 임하면 죽고 살기로 치려고 한다. 저 쪽으로 가면 어떡하지 걱정하면 신기하게 그쪽으로 간다. 그래서 무조건 이쪽으로 보낼 거야. 난 이걸 집어넣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면 잘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박민지가 KLPGA를 자신의 독무대를 만든 비결을 배시시 보여주었습니다. 2016년 KLPGA에 입회한 이후 2017년부터 박민지가 왜 매년 신나게 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지 '우승 정수(精髓)'가 보이시죠?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