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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눈에 확 띄는 용인cc '신문 광고' <167>

by 마우대 2024. 6. 17.

2024년 5월 31일 발행한 모 일간지에 실린 용인cc 광고 문구. 수도권 골프장 그린피가 턱없이 비싼 점을 파고드는 문구를 채택했다.

 

골프장이 고객 유치 광고를?... "매우 이색적"

대한민국 골프장의 초고비용과 갑질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한 골프장이 최근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가 골퍼들의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소재 용인 cc는 2024년 5월 31일 자 모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고객(골퍼) 유치에 나서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골프 인구 600만 명 시대를 맞아 각 골프장들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고객(골퍼)을 맞이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수도권 골프장이 고객 유치를 위한 일간지 광고 게재를 한다?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많은 주말 골퍼분들은 이 광고를 보고 좀 의아했을 겁니다. 최근 몇 년 새 용인 cc처럼 요금표를 제시하며 고객 유치 차원에서 일간지 광고를 한 골프장을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용인 cc의 제시한 광고 내용을 살펴볼까요? 우선 광고 카피(문구)가 고비용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골퍼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린피가 비싸서, 거리가 멀어서, 라운딩을 망설였다면 용인 cc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광고 문구를 접한 골퍼들은 골프장 시설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일단 한번 그곳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 것 같죠?

그린피 11만~20만 원선... 여성엔 5천 원 할인 혜택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간 적용할 용인 cc의 그린피가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월 단위로  책정합니다. 그린피는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엔 시간대에 따라 남성과 여성 요금을 구분하고 있었고 그 수준은 최저 11만 원에서 20만 원까지였습니다. 예컨대 월요일의 경우 오전 7시 이전에는 남성 11만 원, 여성 10만 5천 원이고 10시 40분 이후에는 남성 14만 원, 여성 13만 5천 원입니다. 화~금요일까지는 오전 7시 이전엔 남성 12만 원, 여성 11만 5천 원이고 10시 40분 이후에는 남성 15만 원, 여성 14만 5천 원입니다.

또 14시 30분 이후에 운영되는 3부 시간대에는 노캐디제를 채택하되 캐디가 꼭 필요하다면 사전에 전화예약을 하면 됩니다. 특히 이 골프장은 500만 원 선불권 구입(사용기간 구입 후 2년 이내) 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선불권을 구입하고 4명이 입장하면 주중 그린피 15%, 주말 그린피 10% 할인 혜택을 준다는 겁니다. 이처럼 용인 cc는 고객 유치를 위한 '특별한 마케팅 전략'까지 펼친 겁니다. 또 이달 말에 야외테니스코드 5면과 유스호스텔을 오픈할 예정이어서 숙박을 겸한 골퍼들 유치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골프장도 이젠 '무한 가격 경쟁 체제' 진입?

필자는 이 광고를 보면서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우선 한국의 골프장도 가격 경쟁을 포함, 무한 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한국 골프장들에게 더 이상 탐욕과 갑질의 잔치를 벌일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수도권 골프장들은 주말에 라운드 한 번 하는데 그린피 30만~50만 원을 포함해 50만~100만 원을 지갑에서 끄집어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어려워 진다는 뜻입니다. 골프장이 갑(甲)이 아니라 고객인 골퍼가 갑(甲)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죠.

 

용인cc 홈페이지에 공지된 2024년 6월 그린피 표.

 

1990년대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법인카드 사용 제한조치 등에 따라 일본 골프장들이 폭망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골프장들이 견뎌내지 못한 것이죠. 그 후유증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일본의 상당수 골프장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외국인 골퍼들에게 기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한때 극호황을 누린 한국 골프장들. 600만 골퍼를 믿고 지금까지는 마음껏 비용을 펑펑 올리고 온갖 갑질을 일삼을 수 있었습니다.

'고객은 곧 왕'... 골프장도 예외일 수 없어

국내 골퍼들은 코로나로 발길이 묶였던 시기에는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골프 비용을 문제 삼을 수 없었습니다. 골프를 치고 싶은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국내 골프장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용인 cc가 왜 일간지에 광고까지 내야 했을까요? '그린피가 비싸서, 거리가 멀어서'라는 광고 카피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골프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를 내세워 고객 유치 전략을 구사한 것이지요.

최근 들어 그린피가 턱없이 비싸지면서 골프를 포기하거나 파크골프, 테니스, 등산 등 다른 스포츠로 갈아타는 골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골퍼들이 비용이 저렴한 일본 골프장이나 동남아 국가의 골프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제주지역은 물론 외지에 소재한 골프장들이 예약 시간대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곧 왕'은 모든 경영에 있어서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골프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전국의 골프장들은 왜 용인 cc가 싼 그린피를 무기로 내세워 일간지 광고를 때렸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