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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한국 골프장, '캐디 선택제' 도입 급증 <165>

by 마우대 2024. 6. 10.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4》에 따르면 한국 전체 골프장 570곳 중에서 노캐디, 마샬캐디, 드라이빙캐디 등 '캐디 선택제'를 시행하는 골프장은 40.5%나 차지하는 등 갈수록 캐디 선택제를 채택하는 골프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골퍼들의 '절박한 선택'"

"캐디의 도움을 받으며 라운드를 하실래요, 아니면 노캐디로 라운드를 하실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골퍼들은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요? 필자의 판단으로는 골퍼의 90% 이상이 '노캐디'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압도적인 이유는 그린피와 카트피, 식음료대가 턱없이 비싼 상황에서 캐디피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캐디선택제를 채택하는 골프장이 있다면 고객들은 당연히 캐디 없이 스스로 카트를 몰며 라운드를 즐기려고 할 것입니다.

대중제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에서 라운드 한 번 하려면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대, 캐디피 등을 포함해 플레이어 1인당 30만~100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는 식음료대와 캐디피뿐입니다. 따라서 캐디선택제를 시행할 경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카트를 몰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표한 '자료'가 눈길을 끕니다.

전체 골프장 560곳의 40.5% 캐디 선택제 시행

이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4》에 따르면 노캐디, 마샬캐디, 드라이빙캐디 등 캐디 선택제를 시행하는 골프장은 2024년 5월 기준으로 227곳으로 5년 전인 2019년의 118곳에 비해 92.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19년 말 118곳에서 2021년 5월 166곳, 2022년 5월 193곳, 2023년 5월 214곳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 전체 골프장 560곳의 40.5%가 캐디 선택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캐디선택제를 시행하는 골프장 중에서 대중형 골프장이 9홀을 중심으로 167곳이어서 대중형 골프장 전체(357곳)의 46.8%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은 주중에 회원에 한해 42곳에서 시행, 미미한 수준이고 군(軍) 골프장(체력단련장)은 36곳 중 절반인 18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영남권 55곳, 수도권 47곳, 충청권 40곳, 호남권 39곳 등으로 캐디선택제 골프장이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원-호남-충청권 절반 이상이 캐디 선택제

또 강원권 골프장 57.4%, 호남권 52.7%, 충청권 50.0% 등 강원권-호남권-충청권 골프장은 절반 이상이 캐디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었고, 영남권도 45.1%로 절반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도시에 인접, 캐디 수급이 용이한 수도권의 경우 25.8%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캐디제를 전면 도입하고 있는 골프장은 대중형 골프장 52곳이고 대부분 9홀 규모였습니다. 노캐디 선택이 가능한 골프장은 대중형 41곳, 회원제와 군(軍) 각각 17곳 등 75곳이고 야간 노캐디 시행 골프장은 31곳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18홀 이상 골프장 중에서 노캐디제를 시행하고 있는 골프장은 7곳이었습니다. 2019년 11월 개장한 골프존카운티 영암 45CC(전남 영암)는 45홀을, 골프존카운티 구미, 루나엑스, 월송리, 힐데스하임, 코스모스링스 CC 등은 18홀 모두 노캐디제로 운영하고 있고, 군산 CC의 경우 81홀 중 18홀을 노캐디제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고객 확보가 어려운 18홀 정규 코스에서도 점차 노캐디제 시행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줍니다. 

캐디 스스로 "10년 내 사라질 직종" 위기감 표출

캐디 선택제 확산 움직임은 필자가 최근 경기도 용인의 모 골프장에서 만난 캐디의 발언을 정리해서 내보낸 '인생골프' <163회>(2024.6.3 발행)의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50대 초반의 그 여성 캐디는 필자와 골프장 비용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10년 안에 캐디 직종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라고 단언, 필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여성을 통해 많은 캐디들 사이에서 곧 자신들의 일터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자신도 골프를 즐긴다는 그 캐디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국 골프장 요금이 너무 비싸 골퍼들의 불만과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캐디피도 매년 오르고 있어서 골퍼들의 부담이 크다. 가끔 나도 라운드를 가는데 캐디피가 신경 쓰이더라. 떠나는 골퍼들을 붙잡으려면 골프장은 제일 먼저 캐디선택제로 돌릴 것이다. 캐디피는 골프장의 수입이 아니니까. 한 푼이라고 아끼고 싶은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노캐디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장 탐욕이 결국 캐디 몰아내는 셈"

국내 골프장에서 종사하는 3만 5천~4만여 명의 캐디들은 이처럼 캐디 선택제 시행 골프장이 급증하자 자신들의 일터가 사라지는데 대해 불안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결코 골퍼의 지갑에서는 돈이 펑펑 쏟아져 나올 리가 없습니다. 국내 골프장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자 수많은 골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등지로 쏟아져 나가고 있습니다. 골프장의 탐욕이 고객을 외국으로 쫓아내고 캐디들을 골프장에서 몰아내는 격이 된 셈입니다.

대부분 일본 골프장들이 캐디 없이 운영되고 있듯이 한국 골프장들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 골프장들도 비용 부담 때문에 그렇게 멀지 않은 기간 내에 캐디 선택제나 노캐디제가 정착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각 골프장들은 당장 캐디 선택제나 노캐디제 도입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모든 골퍼가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골프 대중화 정책'에 한국 골프장들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각오가 요구됩니다. 최근 들어 비싼 골프장들의 주차장이 왜 슬슬 비기 시작할까요?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