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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도 골프장서 법인카드 사용 금지령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직원들에게 회삿돈으로 골프를 치지 못하게 하는 극약처방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이 임직원들에게 회삿돈으로 공을 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은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결제를 금지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골프장에서 이뤄지던 '접대 골프'는 크게 위축될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곧 대한민국 골프장 업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4년 4월 26일 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최근 전 임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이용한 골프를 사실상 금지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업무와 관련해 필요성이 포함된 명백한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카드로 결제해서는 안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개인 돈으로 쳐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입니다.
롯데지주 "모든 임직원 주중 골프 금지"
이마트가 이런 '비상 처방'을 내린 이유는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보는 등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수익성 개선과 비용 축소를 위해 갖은 노력을 쏟고 있는 이마트는 고정비용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강행하고 이마트 계열사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 합병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마트와 함께 롯데지주도 2024년 3월 자사 임직원에게 전달한 '근무 가이드라인 준수'라는 전언통신문을 통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주중 골프를 금지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대표 주자인 롯데그룹과 이마트가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은 주 고객층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데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 심화로 갈수록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 법인카드 사용 금지조치 이어질 듯
필자는 4월 8일 자 '인생골프' <149> 편에서 한국경제신문의 보도를 인용,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도 전사적으로 임직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리면서 임직원등에게 법인카드, 즉 회사 비용으로 골프를 치지 말 것을 주문한 사실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주문' 등으로 이동통신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에 따른 우-러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3년에는 최초로 2% 이하인 1.9%로 떨어지는 등 갈수록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 금지 조치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주골프장들 고객 줄자 지원 호소 '빈축'
최근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2023년에 비해 올해 내장객수가 크게 줄었다며 제주특별자치도에 각종 지원책을 펼쳐달라고 호소해 빈축을 샀습니다. 코로나 때 극호황을 누린 제주 골프장들은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골프장 이용객이 2022년 282만 명에서 2023년 241만 명으로 14.3%나 급감했다며 골프 비시즌 이용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페스티벌 개최 지원, 마케팅 지원, 홍보 강화 등을 호소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측은 골프장들이 코로나 때 호황기를 누릴 때 그린피 등을 마구 올리고 도민 할인혜택을 없애는 등 얌체짓을 해놓고는 무슨 낯짝으로 지원을 호소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육지 골퍼들은 그린피 등이 저렴한 제주지역 골프장을 즐겨 찾았으나 코로나 이후 비용 급등에 따라 일본이나 동남아 등지로 발길을 돌려버렸습니다.
법인카드 제한 조치 골프장엔 '직격탄'
필자는 그동안 입이 닳도록 한국 골프장들의 탐욕행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해왔습니다. 주말 그린피 51만 원, 탕수육 한 그릇 13만 원, 리무진 카트비 팀당 36만 원, 캐디피 팀당 17만~20만 원을 내야 하는 골프장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자일지언정 라운드 한 번 하는데 30만~50만 원, 심지어 100만 원을 자신의 지갑에서 꺼내라고 하면 화들짝 놀랄 것입니다. 결국 그들도 법인카드에 의존하겠죠.
더욱 가관이고 꼴불견인 것은 대중제나 퍼블릭이란 이름을 내건 골프장들이 프라이빗 회원제 골프장 못지않게 비싼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금은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턱없이 적게 내면서 고객(골퍼)을 호구나 봉으로 삼아 마구 지갑을 털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비양심적인 골프장들에겐 대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 제한 조치가 결정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1년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 2조 원 육박
한국골프소비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액 추이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 골프장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1조 9,16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1년 골프장 전체 매출액 6조 9,599억 원의 27.5%에 달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법인카드 사용이 막히면 골프장들은 심각한 매출감소로 인한 경영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일본 골프장들은 1990년대 버블경제가 무너졌을 때 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 차단 조치로 인해 폭망한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습니다. 1988년 국세청에 신고된 일본의 골프접대비는 4조 5,500억 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그해의 국방비보다도 많은 액수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일본 열도가 골프 접대로 흥청망청 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일본 골프장들 '폭망 원인' 살펴봐야
그러나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에서는 '골프접대 망국론'이 팽배했고, 닛산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골프 접대비에 대한 손비처리를 폐지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여파로 공급과잉이던 일본 골프장들이 연쇄도산하고 골프회원권 값도 폭락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골프장들은 이마트와 롯데지주,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 금지 조치를 예사로 봐서는 안됩니다.
모든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을 중단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당장 매출의 3분의 1이 사라져 버리는데 배겨낼 골프장이 얼마나 될까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개인들의 구매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젊은이나 은퇴자들이 비싼 골프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골프를 포기하거나 다른 운동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피나는 원가절감 노력을
따라서 각 골프장들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골프 비용을 마구 올리는 행태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합니다. 일반 제조 기업들이 그러하듯 피나는 원가 절감 정책을 펼쳐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고객을 '호구'나 '봉'으로만 보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가격대는 저렴하되 서비스는 일품인 골프장들만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골프장 업주들은 곧 닥칠 엄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일부 골프장들이 캐디 선택제나 노캐디제를 도입하는 등 고객의 입장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골프장들이 꼭 유념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골프를 사치 운동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 말입니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골프는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6%에 달했습니다.
"골프는 사치운동" 국민인식, 골프장이 자초
필자의 판단엔 골프는 결코 사치 운동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확 날리며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썩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골프장들이 턱없이 비용을 올려대는 바람에 서민들은 지레 겁먹고 골프장 입장을 꿈도 못 꿀 뿐입니다. 계속 골프가 '사치 운동'이라고 욕먹는다면 그건 순전히 골프장 업주 당신들의 책임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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