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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샷(Silky Shot)'의 주인공 양희영(Amy Yangㆍ35)이 또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순둥이' 양희영은 2024년 6월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 72·6,64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2024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의 성적으로 공동 2위 고진영(28)과 야마시타 미유(23ㆍ일본), 릴리아 부(26ㆍ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한 난(難) 코스였지만 노장의 원숙한 경기 운영이 유난히 돋보였습니다.
양희영이 받은 우승 상금은 무려 156만 달러(약 21억 6,000만 원)로 시즌 상금을 167만 2,443달러로 늘렸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이 양희영에게 가져다준 큰 선물은 곧 있을 파리올림픽 출전권 획득인 것 같습니다.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자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출전을 갈망하니까요. 또 각국 올림픽 출전자들이 20대인데 비해 30대 중반의 양희영이 출전권을 따낸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30대 선수들에게도 꾸준히 노력하면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박수받을만하다고 봅니다. 부디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도 충분히 기량을 발휘, 양희영의 존재감을 드높여주기를 바랍니다.
여자 골프선수들은 30대에 접어들면 기량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은퇴하기 마련입니다. 박세리가 그랬고, 유소연이 그랬으며, 김하늘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둥글둥글한 순둥이 같은 마스크에 경기 중 환한 미소를 팬들에게 날려 인기를 끌고 있는 양희영의 기량만큼은 나이를 잊은 듯합니다. 양희영은 2023년 11월 20일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최종전에서 4라운드 합계 27언더파로 제패, LPGA 대회 최고 금액인 우승상금 200만 달러를 거머쥐는 잭팟을 터뜨려 팬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23년 시즌을 멋지게 장식한 것이죠.
양희영의 당시 우승은 2019년 2월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한 이후 1,729일 만의 쾌거이자 미국 본토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은 양희영에겐 LPGA 메이저 대회 첫 제패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그녀가 선수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필자의 판단으론 양희영은 롱런을 할 수밖에 없는 샷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된 샷 템포, 지극히 부드러운 샷 동작의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양희영의 샷은 경기 중 버디를 잡거나 실수를 했을 때 간간이 보여주는 '환한 미소'와도 참 잘 어울립니다.
백스윙 톱에서 임팩트 이후 피니시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마치 천사가 날개 옷을 입고 창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듯합니다. 나비 한 마리가 꿀을 찾기 위해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닐 때 살랑살랑 날갯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양희영의 샷은 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비단결이 코끝을 훑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런 부드러운 샷을 잃지 않는 한 양희영은 '세계무대의 정상(頂上)'을 계속 노크할 것 같습니다. 필자는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양희영만의 샷을 '비단 샷'이라 명명해 버렸습니다. 힘을 빼야 하는 운동인 골프에서 그의 '비단 샷'은 하늘이 내린 '천상궁합(天賞宮合)'이요, '찰떡궁합'입니다.
골프 선수 입장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습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선수끼리 승부를 펼치기 때문입니다. 그들 사이에서 실력 차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수 있습니다. 단지 대회 3~4일간의 신체적 컨디션과 정신력의 차이에서 승부를 결정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비단 샷'이라는 그녀만의 무기를 가졌음에도 양희영 역시 경기 중에 덮쳐오는 엄청난 '심리적인 압박'을 잘 견뎌냄으로써 승자의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드넓은 경기장에서 펼쳐야 하는 골프 경기이다보니 온갖 위기 상황에 처하게 마련이었지만 멘털로 잘 극복한 것입니다.
그녀는 우승컵을 받은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긴장 강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회 3라운드가 끝나고 부담감에 많았다고 하는데 최종 라운드에선 어땠느냐는 질문에 양희영은 "제 기억으로는 오늘처럼 18홀 내내 긴장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18번 홀에서 캐디한테 이렇게 '긴 18홀'을 처음 치는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였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긴 18홀'이란 '길게 느껴진 라운드'라는 뜻이죠. 그리고 파세이브를 잘 한 점과 숏게임이 생각한 대로 잘 먹혀 단 한 번도 핀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점도 우승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했어요.
양희영은 의미 있는 '미래 계획'도 밝혔습니다.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냐는 질문에 양희영은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스스로 평가한 점입니다. 암벽등반을 취미로 즐기다 생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신체적으로나 멘털적으로나 현역생활을 해낼 자신이 있음을 내비쳤으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LPGA무대를 호령하는 양희영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과 관련, 양희영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대회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라며 "굉장히 강한 한국여자골프 팀에 제 이름을 올렸으니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라며 올림픽을 대하는 맏언니로서의 책임감도 내비쳤습니다.
해맑은 미소와 당찬 실력으로 LPGA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음에도 양희영에겐 안타깝게도 아직 메인 스폰서가 없습니다. 2023년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메인스폰서가 붙을 줄 알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양희영이 쓴 캡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KPMG 위민스 경기를 펼치는 내내, 우승 시상식에서도 메인 스폰서 기업마크가 자리하고 있어야 할 그의 흰 모자엔 자신의 미소와 닮은 '스마일 마크'만 외롭게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캐디는 메인스폰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는데, 정작 선수인 양희영에게는 메인스폰서 로고가 없는 모자를 써야 희한한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양희영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25위에서 20 계단이나 오른 5위까지 치솟았습니다. 참고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은 2024년 6월 24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15위 이내에는 한 나라에서 최대 4명이, 16위 이하는 국가당 2명씩 출전할 수 있습니다. 35세 나이임에도 정상의 기량을 발휘,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머쥔 '한국의 자존심'이 된 양희영의 흰 모자에 하루빨리 후원 기업 로고가 붙기를 고대해 봅니다. '비단 샷'의 위력이 살아 있는 한 양희영에겐 더 멋진 일어나는 기적은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소천사 양희영, 고(Go) 고(Go)!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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