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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박인비 "남편 만나 20승 거뒀죠" <136>-①

by 마우대 2024. 1. 27.

박인비 선수와남기협 프로가 2014년 10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cc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은 박인비와 남기협씨의 웨딩 화보. (사진 = 서원밸리 cc 제공)

 

세상 사람들은 '골프 여제' 박인비(36) 덕분에 남편 남기협(43)이 출세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전성기 시절엔 박인비는 그야말로 '한국의 대표 상품'이었습니다.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출전만 했다 하면 우승컵을 번쩍번쩍 들어 올렸으니까요. 대회 성적 결과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사생활까지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세계 모든 언론에겐 박인비의 전부가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프로골프는 성적이 곧 돈이고 명예입니다. 세계 무대를 휩쓴 박인비에겐 당연히 어마어마한 돈과 명예가 따라붙었습니다. 그러니 박인비의 몸값이 높아질수록 남편 남기협의 위상이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있었겠죠. 그러나 최근 박-남 부부가 출연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 인식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박인비 때문에 남편 남기협이 출세한 것이 아니라, 약혼자-남편이자 코치인 남기협 때문에 박인비의 골프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남기협을 만난 박인비가 골프 선수로서 '출세의 꽃가마'를 타고 '꽃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방송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켜켜이 쌓여 있음도 확인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2008년 6월 30일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 인터라켄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제63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박인비 선수. 당시 박인비는 20세였다. (사진 =연합뉴스)

 

살면 살수록 더 좋은 사람, 살면 살수록 더 정감이 가는 사람이 박인비이고 다시 태어나도 박인비를 선택하겠다는 남편 남기협. 자신의 출세를 과감히 포기하고 아내의 꿈을 위해 함께 달려가줘서 너무 고맙다는 박인비 프로. 남남으로 만나 부부가 되는 것, '특출한 인연'입니다. 골프가 딱 중심에 있는 박인비-남기협 부부는 그 '특출한 인연'을 소중하게 잘 가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한 tvN의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속으로 들어가 박인비-남기협 프로의 인터뷰(요약)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 (南) 제 사부님이 임진한 프로님이다. (임 프로를 찾아가서) 이제 시드에서 밀려 출전권도 없고 나이도 들다보니 레슨 하면서 운동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사부가 미국에 골프 연습장을 하나 인수해서 관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관리하면서 연습하고 거기 좀 가 있으라고 해서 2006년 8월에 처음 미국에 넘어갔다. 와이프는 그곳에서 다른 프로한테서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 당시 사투리를 워낙 많이 쓰니까 내가 얘기하면 (와이프가) 막 웃더라. 사투리 쓰는 사람 처음 봤다면서. 

 

박인비 프로의 퍼팅 동작을 살펴보고 있는 남기협 프로. (사진 = 하나금융그룹 제공)

 

= (朴) 중학교 1학년때 서울에 살다가 바로 미국에 갔으니까 사투리 쓰는 사람 별로 만날 일이 없었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사투리 쓰는 게 너무 신기했었다. 사투리가 너무 구수하고 정겹고. 근데 당시 오빠가 20대 중반인데 얼굴이 지금과 똑같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 얼굴이거든요. 그 때는 나이가 되게 많아 보였다. 저 보다 거의 20살이나 많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아저씨라고 여겼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어요.

= (南)  2007년도 초반에 박인비한테서 싸이월드로 연락이 왔다. 그때 울산에서 LPGA 대회가 열리는데 집이 경주이다 보니까  갑자기 저보고 (캐디로서) 백을 한번 매달라고 했다. 근데 나도 시합을 하고 있었고 그때는 좀 힘들 것 같다면서 주변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는데 안 하겠다고 하더라.

= (朴) 저는 캐디를 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오빠가 해주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연락을 한 건데.

= (南) 결국 그 때 백을 매 줬다.

= (朴)  다른 사람은 안 한다고 하니까 오빠가 "그럼 내가 매 줄게!" 이러더라고. 자기도 투어 준비한다고 바빴을 텐데, 그때 맸을 때 날씨가 춥고 비도 오고 그랬나? 바람도 막아주고 우산도 씌워주고 이러니까 좋아가지고 이렇게 되었죠 뭐. ㅎㅎ

 

언제부터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게  되었나

= (朴) 저희가 2011년 약혼을 하고 그때부터 오빠가 저의 코칭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때 슬럼프 이기도한데 롱디스턴스 연애잖아요. 오빠랑 다니면 내가 성적이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이 오빠 세계여행 시켜준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 (南) 처음에 와이프랑 다니기 시작했는데 석 달간을 너무 못 치더군요. 집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골프 잘 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땐 항상 꼴찌를 하니까.

 = (朴) 골프 그만하겠다고 생각도 했다. 매일매일 얘기하고 힘든 시기였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2009년부터 2~3년 동안 계속 슬럼프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슬럼프인지 잘 모르고 그냥 조금씩 안되더라고요. 샷이 한 번씩 방향성이 안 좋아지고 이게 점점 더 심해지니까 예선도 탈락하고 그리고 심적으로도 더 부담이 되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까 티박스 올라가는 것조차 너무 두려웠다. 그러니까 백스윙을 드는 것조차 못하겠더라. 약간 얼음이 되는 거죠. 몸이.

= (南) 와이프가 드라이버 잡고 공에 대면 피니시까지 못 가져가요. 공에 대면 우측으로 가버려 공이 없어졌다. 18홀 내내 그렇게 나온다는 게 아니라 그게 좀 빨리 나와서 2번이나 3번 홀에서 나오면 나머지 홀이 다 무너졌다. 그런 게 나올까 안 나올까 두려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 (朴) 딱 굳어버리는 현상이 약간 입스라고 생각했다.

 

박인비 "남편 만나 20승 거뒀어요" <136> -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