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기본 골프 룰·매너' 반드시 익혀야
수십만 평의 넓은 구역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골프의 특성상 플레이어 스스로가 룰과 매너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골프는 플레이어들의 정직성과 양심의 작동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고, 룰과 매너 준수가 골프 경기의 핵심으로 간주됩니다. 골프 룰은 너무 복잡해서 이를 다 숙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써서 귀를 쫑긋 세우면 기본적인 룰과 매너를 섭렵, 원만한 경기 진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룰과 매너 습득에 대해 무관심한 골퍼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골프를 치면서 벙커 주변에 있는 고무래에 볼이 걸려있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룰 대로라면 고무래를 치운 뒤 그 자리에서 볼을 치거나 고무래를 치우는 과정에서 볼이 움직였다면 벌타 없이 그 자리에 리플레이스 한 뒤 치면 됩니다. 그러나 주말 골퍼들은 십중팔구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덜렁 볼을 집어서 부근 평평한 곳에 옮겨놓고 샷을 해버립니다. 룰 규정을 들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요.
"룰·매너 배우기는 아무리 늦어도 늦지 않은 것"
보나 마나 이런 플레이어들의 골프 실력 또한 형편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골프는 구력이 쌓일수록 샷을 제대로 구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지만 골프 룰과 매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도 향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프 룰과 매너는 골프에 입문하자마자 초보때부터 제대로 배우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력이 10년, 20년이어도 라운드 중에 상대 플레이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하는 플레이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골프 룰과 매너를 익히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빠르지 않으며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늦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이언 샷을 할 때 강한 다운스윙이 이뤄지기 때문에 큰 디봇(divot)이 생깁니다. 특히 양잔디인 경우 깊고 길쭉한 디봇 자국이 생기게 되는데, 이땐 날아간 뗏장을 들고 와서 디봇을 메워주는 매너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린에 공이 떨어질 때 생기는 피치 마크(pitch mark)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롱 티 등으로 수리를 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10명 중에 9명의 골퍼는 그냥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벙커 샷 후엔 고무래로 쓱싹 발자국 정리를
벙커에서 플레이를 하고 나면 발자국이나 공을 친 자국이 크게 생깁니다. 이 때도 주변에 있는 고무래로 쓱싹 정리해 주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필자 역시 벙커를 정리하지 않고 다음 샷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벙커에서 플레이를 하고 나면 반드시 고무래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골프장 직원들이 벙커 정리를 하지 않았다고 투털거리기 전에 모든 플레이어가 기꺼이 고무래를 들 여유를 가진다면 플레이 여건을 좋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 유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벙커의 발자국에 볼이 빠졌을 경우 이는 '인공장해물'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발자국에 빠진 상태 그대로' 플레이해야 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는 골프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또 요즘엔 플레이어들이 카트에 실어놓은 간식이나 음식물을 탈취하기 위해 까마귀 떼들이 쉼 없이 달려들고 심지어는 페어웨이에 있는 볼을 물고 가 버려 황당해할 때가 많습니다.
10초 홀컵 안에 볼 안떨어지면 스트로크 해야
이런 경우엔 어떤 룰이 적용될까요? 이땐 '외부의 영향(outside influence)에 의해 움직인 공은 벌타 없이 경기위원과 상의해서 원래 있었던 곳에 리플레이스 하여 진행하면 된다'라는 규정이 적용됩니다. 경기위원이 없을 땐 동반자들과 함께 목격한 곳에 새로운 공을 놓고 플레이를 하면 되는 거지요. 필자는 지난봄 모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페어웨이 위를 선회하던 까마귀들이 계속 날아들더니 4명이 티샷 한 페어웨이 상의 볼을 모두 물고 가버리는 황당한 상황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퍼팅한 볼이 홀 주변에 걸쳐 있으면서 10초 안에 홀 안에 떨어지지 않으면 '정지한 볼'로 간주하고 플레이어는 스트로크를 해서 홀 아웃을 해야 합니다. 만약 10초를 넘기게 되면 1 벌타를 받게 됩니다. 이 규칙을 일명 '제뉴어리 룰'이라고도 하는데, 이 룰이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습니다. 1963년 피닉스 오픈 때 돈 제뉴어리(Don January)가 홀 주변에 멈춰 선 볼을 무려 7분이나 기다리면서 경기 진행이 늦어지자 이후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이 룰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린 위에서 볼 마크 지점은 공 뒤쪽 또는 옆
다음은 그린 위에서의 볼 마크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플레이어가 볼 마크를 하는 중에 볼을 살짝 건드리거나 볼을 집어드는 중에 마커가 움직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 때는 벌타 없이 원래 자리에 볼을 리플레이스 한 뒤 플레이하면 됩니다. 볼 마크를 하는 지점은 공이 위치한 곳에서 홀 방향을 보고 공의 뒤쪽 또는 옆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퍼팅 라인 선상에 나의 볼 마커가 있어서 마커를 이동시켜야 할 때는 원래의 지점으로부터 클럽헤드 길이의 한두 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옮겨주면 됩니다.
이때 원래 위치 그대로 볼 마크를 하기 위해서는 나무와 주변의 지형물을 활용, 특정 방향을 선정한 뒤 옮기고 다시 그 나무와 지형물을 활용해서 원위치시켜야 합니다. 투어 프로들이 경기 중 마커를 옮기기 전이나 후에 주변을 살피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경기 중에 동반자들에게 그린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그린 경사 상황이 어떤지 등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예사로 합니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캐디에게만 조력을 구할 수 있고 동반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규칙에 위배됩니다.
언덕 위 그린에선 안전을 위해 깃대 제거
2019년 룰 개정 전에는 반드시 그린에서 퍼팅을 할 때는 깃대를 제거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2벌타를 부과받았지만 룰 개정 이후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깃대가 꽂혀 있는 상황에서도 퍼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디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깃대 제거를 도와줄 때는 깃발이 땅을 향하도록 깃대를 들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깃대를 거꾸로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깃발이 바람이 휘날리면서 시끄러우면 퍼팅에 방해가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퍼팅할 때 작은 소리도 플레이어에겐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블라인드 홀이나 그린이 언덕 위에 있을 때 깃대를 제거하면 다음조는 앞조가 플레이 중임을 알고 샷을 하지 않고 기다려주게 됩니다. 만약 깃대를 꽂은 채 플레이를 할 경우 다음조는 홀아웃 했다고 생각하고 샷을 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팀의 안전을 위해 깃대를 뽑아주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 가끔 동반자의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그린 주변의 프린지(fringe)에도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룰 위반입니다. 반드시 그린에서만 마크를 할 수 있다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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