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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핫식스' 이정은6의 의미 있는 '방황' <123>

by 마우대 2023. 12. 25.

 

2019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CC에서 열린 LPGA 투어 제74회 US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6가 우승 트로피를 안고 있다. (사진 = USGA)

 

"이정은6 왜 우승소식 뜸했지?" 팬들 궁금증


'핫식스' 이정은6(27·대방건설)은 더 큰 꿈의 실현을 위해 미국 LPGA 무대로 뛰어든 기대주였습니다. 그런 이정은6에게 최근 몇 년 동안 우승 소식이 뚝 끊겨 그 이유에 대해 팬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2015년 KLPGA에 입회한데 이어 2016년 상금 순위 24위로 신인상을 차지한 뒤 2017년에는 4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27일에 열린 KLPGA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올라 '이정은6 시대'가 왔음을 예고했습니다. 2018년엔 LPGA Q시리즈를 1위로 통과하더니 2019년 US오픈에서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것입니다.

KLPGA 6승을 거쳐 LPGA 무대로 옮긴 이정은6가 US여자오픈이라는 메이저 대회 우승에 이어 연말 신인상까지 차지해 버리자 많은 팬들은 그가 탄탄대로를 질주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런 이정은6가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는 소식이 최근 몇 년 동안 뚝 끊겨버렸습니다. 왜일까요? 그런데 최근 JTBC 인터뷰를 통해서 그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는 왜 이정은6의 질주가 갑자기 멈춰 섰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2019년 LPGA 메이저 대회인 제74회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6가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 AFPBBNews)

 

이정은6 부진, 청야니의 지독한 부진과 맞닿아 

 

이정은6의 부진은 한때 세계 여자 골프 정상의 자리에 있던 대만의 청야니(34)가 갑자기 깊은 부진에 빠져버린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청야니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메이저 5승을 포함, LPGA 통산 15승을 올렸고 2011년부터 109주 연속 세계 1위였습니다. 그런 청야니가 2012년 3월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다시는 우승컵을 들지 못하는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져 버렸습니다. 청야니의 상금 랭킹 변화가 그의 성적을 말해 줍니다. 2011년 1위에서 2015년 21위, 2017년 99위, 2018년 135위로 끝없이 추락한 것입니다. 

청야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줄곧 왜? 왜?라고 묻지만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샷을 하는 게 겁나고, 공이 멀리 가는 것을 보는 게 무섭고, 샷이 많이 나아진 이후에는 퍼팅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입스에 시달려 세컨드 샷을 어떻게든 홀에 집어넣고 싶었다." 왜 갑자기 부진한 지 자신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공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조차 무서웠답니다. 또 퍼팅을 하지 않기 위해 세컨드 샷으로 볼을 홀컵에 넣고 싶을 정도라니. 이는 그가 지독한 퍼팅 입스에 시달렸음을 엿보게 합니다. 
 

2011년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청야니. (사진 =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움직이고 싶은 쪽으로 계속 움직인 게 원인"

 

이정은6은 수개월 전 골프전문채널 JTBC와의 인터뷰(클럽하우스-매주 월요일 밤 9시 방영)에서 그동안 왜 부진했는지 그 이유를 살짝 내비쳤습니다. 놀랍게도 LPGA 무대에 진출한 이후 2019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 오픈에서 우승할 당시부터 자신의 스윙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었음을 발견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KLPGA에서 6승을 하고 미국 무대에 진출,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했지만 이미 이정은6의 스윙은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가 밝힌 스윙의 문제점은 '움직이고 싶은 쉬운 쪽으로 계속 움직였다'였습니다.   

움직이고 싶은 쉬운 쪽으로 움직였다? 이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샷을 할 때 범하기 쉬운 실수인 공 쪽으로 달려들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의 대부분 성급한 마음에 클럽헤드를 던지기 전에 몸과 팔, 어깨, 손이 먼저 공 쪽으로 달려듭니다. 당연히 샷 결과는 슬라이스나 훅, 뒤땅성 타구 등으로 엉망이 됩니다. 이정은6 역시 언제부턴가 움직이고 싶은 쉬운 쪽, 즉 달려드는 샷을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영어 소통도 잘 안 되는 '외롭고 낯설며 두렵기까지 한'  LPGA 무대에서 빨리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조급함이 '움직이고 싶은 쉬운 쪽으로의 샷'을 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요?

 

2018년 11월 LPGA 투어로 가는 관문인 LPGA Q시리즈에 도전, 1위를 차지한 이정은6이 리더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크라우닝)

 

"2년에 걸쳐 백스윙 고치고 다운스윙 교정 집중"

 

"제가 움직이고 싶은 쉬운 방향 쪽으로 계속 움직이다 보니까 안 좋은 쪽으로 스윙이 바뀐 거예요. 그래서 그 바뀐 스윙을 교정하려고 지금 노력 중입니다. 일단 백스윙이 많이 바뀌어서 작년, 재작년에 백스윙 고치는 거에 되게 집중을 많이 했고요. 백스윙은 많이 좋아졌는데, 백스윙이 좋아졌다고 해서 다른 다운스윙이나 이런 것들이 다 좋아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운스윙 교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쉬운 방향 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2년 동안 백스윙 바로잡기를 마쳤고 지금은 다운스윙 교정에 집중하고 있답니다.

이정은6의 움직이기 쉬운 방향, 즉 엎어치기의 정도는 아주 미세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미세한 오류'가 샷의 오류로 연결되었고 상금 획득 수준도 곤두박질치게 만든 것입니다. 투어 프로의 평가는 오직 상금 순위로 결정됩니다. LPGA에 진출 후 2019년 3위(205만 달러)이던 이정은6의 상금 순위가 2020년 22만 달러(57위)에서 2021년 108만 달러(13위)로 회복하는 듯하다 2022년 70만 달러(42위), 2023년 36만 달러(75위)로 다시 곤두박질친 상태입니다. 청야니 부진과 너무 닮아있죠? 
 

이정은6가 드라이버 샷을 하기 전에 타깃 라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게티 이미지)

 

"이정은6 부진 원인 찾아... 청야니 부진과 결이 달라"

 

그러나 이정은6의 부진은 청야니의 부진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정은6은 '움직이기 쉬운 방향 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확실한 원인을 찾아낸 반면 청야니는 어떤 점이 샷을 망가지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정은6의 '원인에 대한 치유'가 끝나면 오뚝이처럼 다시 훨훨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정은6은 KLPGA가 아니라 LPGA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발견된 샷의 문제점을 즉시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회 수가 많은 데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등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연습량이 부족하다는 거지요.

스윙 교정 중에 겪는 어려움이 뭐냐는 질문에 이정은6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잦은 시합때문에 연습장에서 스윙 교정하는 시간보다 코스 안에서 스코어를 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요. 또 투어 일정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힘든 스케줄이어서 한국투어 뛸 때와 주니어 때 연습했던 양보다 현저히 줄었습니다. 연습량이 준 상태에서 스윙을 유지해야 하고 감을 유지하면서 시합을 뛴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자신의 스윙이 100% 마음에 들고 편안한 선수는 없을 거예요."
 

이정은6가 2019년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1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모든 선수들 '불편한 스윙'으로 시합에 임해" 

 

모든 선수들이 불편한 스윙으로 최대한 교정해 가면서 최대한 편하게 치려고 노력하면서 시합을 하는 거지 모두가 완벽한 스윙으로 시합을 하는 선수들은 사실 많이 없다고 밝힌 이정은6의 '고백'은 주말 골퍼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투어 프로들도 저마다 뭔가 불편한 스윙, 즉 마음에 들지 않고 완벽하지 못한 스윙을 하면서 시합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말 골퍼들이 완벽한 샷을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투어 프로들도 못하는 '편하고 완벽한 샷'을 아마추어 골퍼가 욕심을 낸다는 것은 무리라는 뜻입니다.

이번 JTBC 인터뷰를 통해 이정은6에겐 다행히 '큰 무기'가 장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LPGA 무대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무대인 LPGA 무대에 과감하게 도전했고, 그곳에서 뛰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영어도 잘 안 되는 등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LPGA에 가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고 막상 진출해서도 힘들었지만, (시합을 뛰는)골프장이 좋고 많은 선수들로부터 배울 수 있어서 LPGA에 온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LPGA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이정은6(왼쪽)가 2020년 같은 대회 우승자인 김아림과 화보 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 팬텀스포츠)

 
다시 결정을 하라고 해도 LPGA 투어로 올 것 같다는 이정은6. 샷의 문제점도 발견, 열심히 치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LPGA 무대에서 뛰고 있으니 이정은6의 2024년 시즌 활약상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이정은6가 다시 훨훨 날 수 있도록 다 같이 "파이팅!"을 외쳐줍시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