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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캐디 직업, 10년 안에 없어질 것" <163>

by 마우대 2024. 6. 3.
골프장 비용이 턱없이 비싸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캐디들이 캐디 직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비싼 비용으로 고객이 격감되었을 때 골프장들이 노캐디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은 부산의 한 골프장 그린에서 여성 골퍼들이 캐디의 도움을 받아 퍼팅을 하고 있는 모습

 

 

(A 캐디 - 여성)  대한민국에서도 10년 안에 캐디란 직업이 사라질 겁니다.

 

(필자) 왜 그렇죠?

 

(A 캐디)  솔직히 한국 골프장들의 그린피가 지나치게 비싸잖아요. 골퍼들 입장에서는 팀당 10만~20만 원의 카트비에다 팀당 14만~20만 원씩의 캐디피까지 더 내야 하니 얼마나 부담되겠어요. 

 

(필자) 한국에는 3만여 명 넘는 분들이 캐디로 근무하며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캐디로부터 캐디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A 캐디) 저도 틈 나면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골퍼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골프 비용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요. 고객들로부터 턱없이 비싼 골프비용에 대한 불만을 자주 듣고 있어요. 고객이 줄게 되면 골프장 사장들이 제일 먼저 캐디부터 없애려고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캐디피는 골프장 수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죠. 많은 한국 골퍼분들이 일본 골프장으로 몰리는 중대한 이유가 카트비와 캐디피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동료 캐디들도 캐디가 미래에 사라질 직종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나요?

 

(A 캐디) 당연하죠. 많은 골프장들이 노캐디제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고객인 골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어요. 일본 골프장들은 오래전에 캐디 직종이 사라졌잖아요. 최근 들어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을 막고 있다고 들었어요. 누가 회사 돈 아닌 제 돈 내고 라운드 한 번 하는데 50만~100만 원씩이나 되는 큰돈을 쓰려고 하겠어요.

 

"캐디피 잦은 인상, 캐디들은 반갑지 않다"

위 이야기는 2024년 5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 중 필자가 50대 초반의 여성 캐디와 골프 비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면서 들었던 내용입니다. 30여 년 가까이 골프를 즐겨온 필자가 캐디로부터 직접 "캐디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캐디가 한국 골프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으면서 그런 얘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많은 캐디들조차도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대뿐만 아니라 캐디피가 골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캐디들이 평소에 드러내놓고 말을 못 하고 있지만 캐디피를 자꾸 올리는 골프장들의 조치에 대해 캐디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골프장들이 캐디 구인난(難)을 이유로 밀어붙인 잦은 캐디피 인상이 캐디 직종 소멸이라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죠.

"골프비용 폭증, 해외로 발길 돌리는 원인으로"

골프장들이 적정선의 그린피, 카트비, 식음료대를 받고 있다면 골퍼들 입장에서는 적정선의 캐디피를 지급하는데 대한 거부반응을 보일 리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국내 골프장들이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골프장 특수가 일면서 캐디 구인난이 겹치자 모든 비용을 포함, 캐디 비용까지 대폭 올려버렸습니다. 그 영향으로 골프 포기자들이 속출하거나 비용이 저렴한 일본 등지로 발길을 돌리는 골퍼들이 폭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일본 골프장들이 카트비를 받지 않거나 노캐디제를 시행, 한국 골퍼들의 유인책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2000년대 초 일본 구마모토 지역의 한 골프장을 찾았을 때는 캐디가 있었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전반 9홀은 노인 여성이, 후반 9홀은 젊은 여성이 번갈아 가며 캐디를 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내장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골프장이 소속 캐디들에게 고루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9홀씩 배치한 것이었습니다.

일본 골프장 노캐디제 선택 9홀 추가 서비스 제공

그런데 지금은 캐디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골프장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한푼이라도 이용을 아끼려는 골퍼들의 요구를  골프장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 골프장에 가 보면 그린피도 싸고 카트비, 캐디피 부담이 전혀 없는데도 주중에는 골프장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한국인 골퍼를 비롯한 외국인 골퍼들이 상당히 채워줌으로써 골프장들이 버틸 수 있는 거죠.

필자가 지인들과 가끔 찾고 있는 일본 나고야의 골프장의 경우 18홀에다 추가 비용 없이 9홀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27홀 라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만족도가 높아 이곳을 찾는 한국 골퍼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거듭 지적하지만 한국 골프장들이 책정한 비용은 정상을 한참 벗어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골프장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남 양산의 모 회원제 골프장이 최근 또 비용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곳을 즐겨 찾는 골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캐디 직종 소멸 '고소득 일자리' 수만 개 없어지는 것"

캐디들이 일할 곳은 골프장입니다. 대한민국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의 규모가 3만 5천~4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캐디는 사라질 직종'이라는 위기감을 A 캐디를 포함해 많은 캐디들이 절감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캐디가 사라진다면 고소득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3만 5천~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골프장들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한다면 골퍼들도 즐겁고 캐디들도 지속적으로 일할 자리를 확보하는 셈이 됩니다. 

그러나 골프장들이 적정한 가격 정책을 펴달라는 골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외눈박이식의 일방적 탐욕 행태를 지속한다면 골프장도 공멸하고 '캐디 일자리' 없어지는 시기도 10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입니다. 현재 골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캐디들에게 "캐디피 더 많이 올려주어서 캐디 없어지는 거 선택할래, 고객인 골퍼들도 만족하는 캐디피 받고 더 오래도록 일할래?"라고 물어보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요? 캐디가 10년 안에 사라질 직종이라며 내뱉은 A 캐디의 '낮은 목소리'가 '절규'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