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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트럼프의 67타 우승, 진짜 맞아?" <102>

by 마우대 2023. 10. 2.

최근 '에이지 슈트'인 67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77세의 트럼프는 2024년 대선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話者에 따라선 '콩을 메주로 쑨다'라고 해도 불신

 

우리 속담에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는다', '콩을 팥이라 해도 곧이듣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믿음을 이를 때 이 속담을 씁니다. 그런데 실상은 팥으로는 메주를 쑬 수는 없습니다. 엄밀하게 얘기해서 팥과 메주는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듣는 자가 귀가 얇아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어버릴 때 이 속담은 딱 제격입니다. 아니면 화자(話者)가 평소 워낙 정직했기 때문에 한두 번 정도 거짓말을 하더라도 청자(聽者)는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믿어버릴 때 이 속담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팥이 아닌 콩이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반대 의미의 속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지 않는다'가 그것입니다.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여도 믿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런 류의 파생적 속담은 '소금으로 장을 담근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콩으로 두부를 만든대도 곧이 안 듣는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콩으로 메주를 쑤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만든 메주를 재료로 된장, 간장을 담가 먹고 있습니다.
 

골프 스코어를 속이면 동반자의 불신을 사는 것은 물론 자신의 골프 실력 향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67타 쳤다지만 '거짓말 시비'에 휘말려 

이 속담이 말해주는 것은 '신뢰'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다시 말해 평소에 바른말만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바른말로 받아들이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평소 바른말만 한 사람이라도 언제부턴가 거짓말 횟수가 늘어나면 결국 '거짓말쟁이 반열'에 올라 바른말을 하더라도 거짓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반대로 맨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바른말을 하더라도 처음엔 거짓말로 받아들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불신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골프 스코어를 놓고 골프 매너와 신뢰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8월 말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날 골프클럽에서 열린 50세 이상 시니어 대회에서 67타를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으나 거짓말 시비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과거에도 '알까기'(공이 없어졌을 때 몰래 다른 공을 놓고 치는 행위) 등으로 스코어를 속이는 '비매너 행위'가 잦았다고 친구들이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모든 골퍼가 꿈꾸는 '에이지 슈트'를 기록하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강변했지만 평소 그의 '비매너 행위' 습관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짓 스코어'  의심 원인 평소 '비매너' 때문 

 

트럼프는 이런 자신의 과거 평판을 의식해서인지 소셜미디어에서 "타수가 낮아 보일지 모르지만 수상한 점은 하나도 없다. 대회 때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데다,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어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정확한 스코어였다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77세인 그가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에이지 슈트'(age shoot·18홀 스코어가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것)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물론이고 많은 골퍼들이 트럼프가 또 스코어를 속였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만약 스코어가 정확하게 67타를 기록했다면 정말 억울할 일입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스코어를 믿지 못하게 된 데는 자업자득의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 시절에도 스코어를 속인 사실이 여러 루트로 드러나 비난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17개 골프장을 소유할 정도로 억만장자이면서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골프공 만지기 등 '비매너 행위'를 일삼다 67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의 골프 매너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라운드를 할 때 마음대로 볼을 좋은 곳에 옮기거나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 '셀프 OK'를 선언하는 등의 나쁜 버릇을 가진 골퍼가 의외로 많다.

 

"경기 룰 함부로 어기는 행위는 결국 소탐대실"

 

트럼프는 결과적으로 골프에 있어서만큼은 콩을 메주로 쑨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습니다. 스코어 속이기는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는 예사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투어 프로들도 스코어를 속였다가 들통이 나서 실격패나 출전 정지 등의 강력한 페널티를 받기도 합니다. 부산의 모 골프 동호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동호회 멤버 A 씨는 상태가 좋지 않은 페어웨이나 러프, 디보트 등에 공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공을 옮기거나 터치한 뒤 샷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A 씨가 동호회 월례회 경기에서  메달리스트로 선정되자 많은 회원들이 불만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골프 룰 규정상으로는 구제를 받을 상황이 아니면 무조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샷을 해야 하는데도 A 씨는 이를 무시하고 공을 맘대로 옮기는 식으로 좋은 조건을 만든 뒤 샷을 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운드에 임하다 보면 A 씨와 같은 비매너 골퍼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룰을 함부로 어기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일삼는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골프는 자신과 정직하게 싸우는 스포츠이다. 따라서 공을 함부로 옮기는 등 부정행위를 하거나 스코어를 속이면 안 된다.

 

트럼프 '67타 조롱거리' 반면교사로 삼아야

 

스코어를 속여서 경기에서 이겼을지는 몰라도 그는  '양심을 속인 가짜 승리자'일 뿐입니다. 스코어를 자꾸 속이는 게 쌓이면 동반자나 동호회 멤버들로부터 '인간성 전체'를 불신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코어만 속인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는 셈입니다. 골프는 자신과 정직하게 싸워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룰을 위반했다면 스스로 경기위원에게 알리고 떳떳하게 벌타를 받습니다. 투어 프로들은 우승 향방이 달라지고 순위에 따라 상금 규모가 엄청나게 달라져도 벌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선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77세의 트럼프가 67타를 쳤다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트럼프의 독선적인 성격때문인지는 몰라도 '비매너 행위'를 일삼았고, 그것이 '스코어 67타'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든 것은 아닐까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 재기를 꿈꾸는 트럼프는 30가지 넘는 혐의로 기소되어 있으면서도 무죄를 주장, 반대파들로부터 뻔뻔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골프는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의 '골프 스코어''곧이듣지 않는 콩과 메주와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